M2 맥북 에어를 (다시) 메인 컴퓨터로 써보자

요즘 들어 기계가 너무 많아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기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번 사면 완전히 기능을 다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쓸모를 찾아서 쓰는 성격 때문에 집에 컴퓨터하고 부를 수 있는 것만해도 윈도우 데스크탑, 맥북, 아이맥, 아이패드 등을 합쳐서 10대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스팀덱이나 게임용 데스크탑 같이 특정 기능에 특화된 기기가 아니라면 대부분 중복되는 것들이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최근 아이패드 프로 때문에 활동을 쉬고 있는 M2 맥북 에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M2 맥북 에어는 2018년부터 쓰던 아이패드 프로의 한계 때문에 아이패드 프로를 대체하고자 들였던 기기였습니다. 당연히 데스크탑 운영체제인 맥OS를 탑재하고 있으니 아이패드 프로와 달리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한 기기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맥북 에어는 아이패드를 대체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여러번 시도해봤지만 폼팩터의 한계와 애매한 휴대성(13인치라도 큰..)으로 제가 원하는 컴퓨터가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런저런 오랜 고민 끝에 M4 아이패드 프로를 선택했고, 지금까지도 잘쓰고 있는 중입니다. 욕을 먹긴 하지만 iPadOS가 그래도 이래저래 발전한 덕분이죠.

요즘은 회사에서 일을 할 때나 집에서 이렇게 블로그로 글을 쓸 때나, 게임을 할 때나, 여행을 할 때도 아이패드 프로로 다 해결하고 있다보니 오히려 지금은 아이패드 프로가 맥북 에어를 대체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M2 맥북 에어의 자리는 어디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 아이패드 프로가 없다 치고 맥북 에어를 다시 주력으로 써봤습니다.

장점 : 화면 크기

제 아이패드 프로는 11인치고 맥북 에어는 13인치다보니 화면 크기에서 오는 활용도가 일단 컸습니다. 단순히 화면 크기가 아니라 화면 비율에서 오는 차이도 있어서 같은 컨텐츠를 소비해도 맥북 에어 쪽이 훨씬 시원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체감상 두배 정도는 차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집에서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아이패드 프로 대신 맥북 에어를 쓰는 것도 방법이겠죠. 하지만 어쨌든 중복된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게다가 화질이나 화면 밝기는 아이패드 프로 쪽이 더 좋기도 하고 말이죠.

장점 : 제약이 없는 운영체제

맥OS는 iPadOS와 비교하는게 무의미할 정도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게 가능한 전통적인 데스크탑 운영체제입니다. 아이패드로 불가능한 모든 작업은 맥북 에어로 할 수 있죠. 실제로 맥북 에어를 주력으로 썼던 기간 동안 아이패드에서 불가능했을 법한(애플이 허용하지 않는) 작업들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소소하지만 애플 뮤직에 DRM 없는 음악을 추가해서 애플 뮤직 라이브러리에 추가하는 것도 맥OS에서만 가능한 작업입니다. 이럴 때는 “진짜 컴퓨터”가 필요해지는 순간이죠.

하지만 집에는 이미 게임용으로 사용하는 윈도우 데스크탑이 있습니다. 그리고 맥북 에어로 작업하던 중 윈도우에서만 가능한 작업이 있어서 결국 윈도우에서 마무리를 해야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단점 : 애매한 휴대성

제가 생각하는 맥북 에어의 가장 아쉬운 점은 애매한 휴대성입니다. 물론 맥북 중 가장 휴대성이 좋은 노트북이고 두께도 엄청 얇기 때문에 휴대성이 나쁜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배터리 성능은 아이패드 프로보다 훨씬 좋죠.

하지만 휴대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제 입장에서 맥북 에어의 휴대성은 약간 애매한 측면이 있습니다. 무게가 무거운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것도 아니죠.(1.24kg) 13인치의 크기는 휴대하며 작업하기에 좋은 크기지만 기차나 비행기 좌석 트레이 같이 좁은 공간에 올려놓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크기이기도 합니다.

단점 : 맥OS

위에는 맥OS를 장점이라고 썼지만, 제가 하는 개인적인 작업에서 맥OS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맥OS에서 제가 하는 작업은 모두 아이패드에서도 가능한 일들입니다. 오히려 그렇다고 생각하니 맥OS는 제가 하는 작업에 비해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아이패드 프로 없이 맥북 에어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실험은 일주일을 못 채우고 실패했는데 그 원인이 맥OS의 문제였습니다. 제가 업무상 써야하는 VPN과 MDM 프로그램이 아이패드에 비해 훨씬 번거로워서(매번 로그인해야하는 제약이 있었음) 결국 업무시에는 아이패드 프로를 꺼낼 수 밖에 없었거든요.

실험 실패

바로 위에 쓴 것처럼 결국 맥북을 주력으로 쓰겠다는 실험은 실패했습니다. 개인용 맥북 에어로 재택근무를 위해 회사 내부 윈도 컴퓨터 접근을 위한 VPN 인증을 하려고 보니 뚜껑을 여닫을 때마다 매번 로그인을 해줘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뚜껑을 닫아도 VPN 연결이 유지 되고, 재로그인할 때도 계정 정보가 저장되어있어서 문제가 없었거든요. 애초에 맥북 대신 아이패드 프로를 회사에 들고 다닌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는데 그동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주말동안 맥북 에어를 메인으로 쓰다가 3일 정도 지나고 월요일인 오늘 다시 아이패드 프로 들고 출근했습니다. 맥북 에어로는 아무래도 생산성에 영향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아이패드 프로만 한달 동안 메인 컴퓨터로 썼을 때는 성공했는데, 맥북 에어를 메인으로 쓰는 실험은 결국 실패했습니다. 아무래도 맥북 에어만으로 제 사용 용도를 다 채우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제 여러가지 특수한 상황 때문일겁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에게는 아이패드 프로보다 맥북 에어가 훨씬 적합할거에요. 저 같은 경우는 아이패드 프로를 오랫동안 써오면서 작업 흐름 자체가 이미 아이패드에 맞게 최적화된 것도 한 몫했습니다. 스크린샷에 주석(Annotation)처리하는 것만해도 아이패드 쪽이 너무 편하거든요.

결론은..?

결국 이 실험을 통해 지금의 저에게 맞는 컴퓨터는 맥북 에어보다 아이패드 프로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iPadOS는 여전히 여러가지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지금의 제가 하는 작업에서는 큰 문제가 없거든요.

제가 갖고 있는 여러가지 기기 중 가장 중복되는게 아무래도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에어다보니 결국 맥북 에어를 방출해야하는 결론이 될 것 같습니다.

…만 아직 아무래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윈도우가 아닌 환경에서 작업을 했던 습관이 있어서 아무리 그래도 윈도우에서 작업하는건 여전히 어색하거든요. 그래도 집에 주력 데스크탑 컴퓨터(그런데 휴대도 가능한..)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컴퓨터 10대를 끌어안고 있는거겠죠. 미니멀리즘은 멀어지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맥북 에어‘만’ 쓰는데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방출하는 것보다는 (휴대성 좋은) 데스크탑이란 관점에서 좀 더 고민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