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R 디스플레이에서 사진 보정의 딜레마

어제 벚꽃놀이를 다녀왔습니다. 근데 사진을 찍고 보니 벚꽃 색상이 영 뭔가 칙칙한 것이 아이폰의 카메라 스타일을 아무리 조정해도 특유의 후처리 때문에 아무리 해도 눈에 보이는대로 나오진 않더군요 =_=

평소엔 귀차니즘 때문에 보정을 잘 안하지만 이건 아무래도 두고볼 수 없어서 오랜만에 사진 보정을 진행했습니다. 평소에 즐겨쓰는 Photomator로 사진 보정을 하고 난 다음 블루스카이에 사진을 올려보니..

위 사진처럼 사진이 엉망으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노출이 강해지고 디테일도 다 날아갔습니다. 분명 아이패드 프로로 볼 때는 괜찮았는데 말이죠.

이건 HDR 디스플레이에서 보정을 해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HDR(High Dyanamic Range)는 말 그대로 색공간과 밝기가 일반적인 SDR보다 훨씬 높은데, 디스플레이와 사진이 모두 잘 지원한다면 최상의 결과를 산출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세상의 대부분의 기기는 HDR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심지어 SNS에서도 HDR 파일 형식을 지원하지 않으면 위 이미지처럼 강제로 HDR이 꺼진 이상한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좋은 디스플레이에서 보정을 진행하면 오히려 결과가 이상해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거죠.

분명 아이패드 프로로 볼 땐 괜찮아 보이는데..
스크린샷으로 찍기만해도 이상해진다

그냥 아이패드랑 아이폰에서만 사진을 볼거라면 상관 없지만 따로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맥북이나 TV에서도 사진을 봐야하기 때문에 결국 표준 색 범위(SDR)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SDR 기준으로 편집해야 다른 디스플레이에서도 눈에 보이는대로 나옵니다.

같은 사진에서 HDR을 끈 상태

문제는 HDR을 끈 상태로 보정을 하면 사진 자체의 HDR 값도 날라간다는데 있습니다. 아무리 호환성을 고려해야한다고 하지만 HDR을 제대로 지원하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는 최상의 결과물로 보고 싶은데 사진을 보정하면 HDR도 날라가버리니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대안을 시도해보다가 결국 정착한건 iOS의 기본 “사진앱”이었습니다. iOS의 기본 사진 앱은 어떻게 보정을 해도 HDR을 유지한 상태로 SDR 호환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Photomator에서 보정 중 스크린샷(SDR)
사진 앱에서 같은 사진 보정 중 스크린샷(SDR)

위 비교에서 보이듯 같은 사진을 HDR 디스플레이 기준으로 보정해도 SDR 기준으로도 보기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진 앱에서 보정하면 아이패드 프로(HDR 지원)로 보나 맥북 에어(HDR 제한적 지원)로 보나, 아이맥(HDR 미지원)으로 보나 거의 비슷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HDR에서 볼 때 좀 더 밝게 보인다는 차이 정도?

결국 HDR과 호환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기본 사진앱을 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결론입니다. Photomator의 필터 색감을 좋아했는데 HDR 디스플레이와 HDR 지원되는 카메라로 오면서 어째 쓸모가 점점 없어지는 느낌이네요.

덧. 같은 사진을 Photomator에서 열기만해도 노출이 이상해지는걸 보면 기본 사진 앱은 HDR 기준으로 보정하면서도 SDR 버전도 따로 저장하는 것 같습니다. 운영체제 단에서 SDR이 보여야할 때는 SDR 버전의 사진으로 바꿔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네요.

덧2. 찾아보니 iOS 사진 앱은 이미지에 HDR 레이어를 씌워서 저장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SDR 이미지에 HDR 레이어를 통합해 밝기와 대비를 증강시키는 방식. 그래서 SDR 버전도 유지되어 HDR로 보나 SDR로 보나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