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and 2 플레이 후기

최근 코로나로 인해 누워있는 동안 스팀덱으로 Evoland2를 클리어했습니다.

Evoland 2는 작년 10월말 쯤에 비행기에서 스팀덱으로 플레이할 용도로 구매했었는데 정작 여행 갈 때 스팀덱을 안 갖고 가서 이후로 클리어를 안(못)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제다이 서바이버도 클리어해서 새로운 게임을 살까 말까하다가 그래도 사놓고 안한 게임을 플레이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다시 플레이했습니다.

Evoland 2 같은 게임은 스팀덱에서 실행하기 딱 좋은 게임입니다. 전력도 많이 먹지 않아서 배터리 시간도 오래가고 고전 게임 스타일의 그래픽은 스팀덱 같은 작은 화면에서도 괜찮게 보이니까요.

예전 글에도 썼지만 Evoland 시리즈는 게임 장르의 발전을 게임 하나에서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처음에는 2D 그래픽의 고전 풍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쯤에는 3D 그래픽으로 발전해갑니다.

Evoland 2는 전작에 비해 이런 그래픽의 발전에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더해서 게임의 볼륨을 크게 넓혔습니다. 과거는 고전 풍의 젤다의 전설 스타일, 현재는 약간 그래픽이 발전한 고전 게임 스타일, 미래는 3D 풍의 RPG 게임 스타일 같은 식으로 여러 시대를 오가는 플레이를 펼칩니다.

전작과 달리 RPG에 한정되지 않고 횡스크롤 슈팅이나 1:1 격투 게임, 카드 게임, 비쥬얼드, 퍼즐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은 게임이 등장합니다. 클리어하면서 만난 게임 장르도 10개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레이튼 교수 시리즈를 패러디한 도서관 장면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게임들이 들어있는데도 종합 선물 세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겁니다. 웬만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 장르가 있기 마련인데, 이 게임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필수적으로 플레이해야하니 좋아하지 않는 게임이 나오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각 개별 장르의 게임이 완성도가 높아서 더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 바이킹과의 결투에서 비쥬얼드 장르가 나오는게 제일 싫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별로였던 지점은 이 게임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고전 게임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단 시스템 자체가 불친절합니다. 힌트도 없고, 내비게이션 지원도 없습니다. 지금 진행중인 퀘스트가 뭔지도 안 알려줍니다. 무의미한 던전을 두번 세번 반복 플레이하면서 헤매기도 하고 헤매다가 우연히 단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 게임은 평균 플레이 시간이 10시간 ~ 12시간이라는데 전 헤매느라 20시간이나 걸렸습니다 -_- 덕분에 게임 잡지를 뒤적이면서 공략을 찾아봤던 고등학생 시절 감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맙네요.

이야기 자체도 좀 아쉬운 편이었는데 그래픽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으로 표현한 것도 좋았고,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것도 좋았는데 마무리가 좀 뜬금 없었습니다. 뭔가 결말이 루프물처럼 흘러가서 새 게임+ 모드 같은 재회차 요소가 나오는건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냥 허무하게 끝나버립니다. 풀리지 않은 떡밥도 잔뜩인데.. 아마 3편을 염두에 둔 거겠지만 2편이 나온지 10년이 된 마당이라 후속작이 나올 것 같진 않네요.

소재는 좋았고, RPG 뿐 아니라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플레이도 좋았고, 각 장르의 완성도도 높아서 좋았고, 여러 고전 게임의 레퍼런스가 들어가 있는 것도 좋았는데 약간 너무 가서 아쉬웠던 게임이었습니다. 스토리도 그렇고 게임 장르도 조금만 욕심을 덜부렸다면 좀 더 깔끔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를 오랫동안 즐겨왔고 장르의 호불호가 별로 없으신 분들이라면(특히 젤다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리고 싶은 게임입니다. 스팀덱에서 잘 실행됩니다.

덧. 이 글에도 언급했지만 이 게임은 구매시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현재 이 게임은 합본 팩(Legendary Edition)만 한글이 지원됩니다. 합본팩도 스팀덱에서 실행한다면 리눅스 버전이 아니라 윈도우 버전을 프로톤으로 실행해야 한글이 적용됩니다. 자세한 방법은 위 링크를 참조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