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넷플릭스에 이번에 새로 올라온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제목이 길다..)를 봤습니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충은 알고 있던 영화였지만 줄거리나 소개 프로그램을 봐도 도통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마침 넷플릭스에 올라왔길래 시도해봤습니다.

일단 장르는 멀티버스 SF 장르입니다. 그런데 세계관이 그렇게 중요한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설명도 해주지만 설정이나 세계관이 그리 중요하진 않습니다.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고 봐도 충분히 재밌습니다.

영화에서 멀티버스는 주인공(양자경)이 인생에서 했거나 하지 않았던 수많은 선택들로 인해 분기된 우주들입니다. “나”는 그 수 많은 우주 속의 “나” 중 가장 따분하고 가장 최악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빨래방을 운영하고 세금 문제로 국세청에 가서 세무 신고를 다시 해야합니다. 남편은 무능한데다 이혼을 준비하고 있고, 딸은 말도 안듣고 마음에 안들죠. 그야말로 최악의, 하지만 어쩌면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죠.

국세청(IRS)으로 세무신고를 하러 가는 날, 멀티버스의 남편(알파 버스의 남편)에 빙의된 남편으로부터 멀티버스가 위기에 처해있고 그걸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주인공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황당하지만 일상의 변화가 필요했던 주인공은 남편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실제로 위기에 빠진 멀티버스를 마주합니다. 그 속에서 수많은 선택들,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가지 않고 중국에 남았다면?”, “어릴 때 아버지 말을 잘 들었다면?” 에 따라 달라진 자신의 여러 인생을 마주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모든 것이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중국계 미국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배우가 아시아 계 배우들이고, 주인공인 양자경도 중국계 이민자로 나옵니다. 멀티버스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결국 빨래방을 운영하는 주인공 부부의 갈등, 어머니와 딸의 갈등이 주된 내용입니다.

여기까지 들으시면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생각보다 볼만한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위의 설명은 최대한 드라마틱한 내용들을 추린거고, 영화는 생각보다 막 나갑니다. 기본적으로 B급 감성의 코메디가 많이 나오고 저질 유머도 꽤 있습니다. SF 설정은 복잡하고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아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재밌게 보셨다면 이 영화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그게 아니라면.. 비추천)

어쨌든 오랜만에 저는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신선한 충격을 받아 본 것도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본 가족은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영화 평가도 호불호가 꽤 있는걸 보니 모두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런 영화 중에는 가장 대중적으로 볼만한 영화인 것 같아요.

추천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블랙미러>나 게임 <Stanley Parable> 같은 류의 작품들이 취향에 맞는 사람들.

덧. 남편 역으로 출연한 배우(키호이콴)는 어디에서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 <로키> 시즌 2에서 우로보로스 역으로 출연한 배우였었군요. 본 작품이 <로키>였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