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ta, 앱 내에 Patreon 링크 추가

iOS에서 닌텐도 콘솔 에뮬레이션을 실행할 수 있는 델타 앱이 앱 내에 Patreon 후원 링크를 추가했다고 합니다. 인앱 구매가 아니라 앱 내에 Patreon 후원 사이트로 가는 링크를 직접 게시한겁니다.

이건 미국과 EU의 압박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는 앱스토어 정책 변경의 일부 입니다. 원래 애플은 앱 내에서 외부 결제로 가는 링크를 막아왔지만 이 정책을 완화하면서 EU 가 아닌 미국 내에서도 외부 사이트에서 결제를 받는 링크를 게시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변화는 앱스토어 생태계에서는 꽤 큰 문제입니다. 애초에 에픽이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도 바로 이 외부 결제로 가는 링크 때문이었습니다. 앱스토어 결제를 타지 않고 외부 결제를 이용하는 경우 애플에게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동안 정책적으로 막아왔습니다.

그리고 에픽과의 지리한 소송전 끝에 애플은 개발자들에게 외부 결제로 연결할 수 있는 링크를 허용했습니다. 다만 “핵심 기술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여전히 개발자들에게 27%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조건으로요. 30%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비싼 수수료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비판이 있었고, EU와 미국에서도 여전히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앱스토어 정책이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미국에서도 이 업데이트가 실제로 허용되었다는건 의미심장합니다. 다만 이렇게 Patreon 링크를 통해서 결제를 받는 경우에도 27%의 수수료를 내야하니 실질적으로 수수료를 아낀다는 것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커보입니다.

델타는 Patreon과 함께 인앱결제도 오픈했는데, Patreon으로 구독하면 월 3달러, 인앱결제로 구독하면 월 10달러의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대놓고 인앱결제는 쓰지 말라는 이야기죠.

많은 애플 관련 매체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맥스토리는 “환상적”인 업데이트라고 칭했고 The Verge는 “애플의 외부 결제 정책에 대한 저항”이라고 일컫고 있습니다.

저도 앱스토어의 정책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긴 하지만, 외부 결제 링크 이슈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외부 결제를 연결하는게 사용자 경험에는 분명히 안좋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개발사들이 외부 결제 링크를 허용해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결국 수수료 싸움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좋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물론 특정 개발자를 지지하거나 하면 모르겠지만요)

아이폰이 등장하기 초반 스마트폰 썼을 때를 생각해보면 앱을 사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매해야했습니다. 심비안을 쓸 때만해도 트위터 클라이언트였던 Gravity는 개발자 홈페이지에서 구매해야했고, 어떤 앱은 Ovi Store(노키아의 앱스토어)에서 구매하고 심지어 노키아 공식 앱도 Ovi Store가 아니라 노키아 홈페이지에서 받아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유료 앱들은 개별적으로 결제를 달고 있지만 한국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결제 계정도 다 각자 따로 놀았죠. 앱 몇개 사려면 여기저기 가입해야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건 앱스토어였습니다. 결제를 일원화하면서 사람들은 스마트폰 앱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죠. 그 후 구글을 비롯해 많은 제조사들은 앱스토어 모델을 벤치마킹했었구요.

델타 같은 앱의 사례를 보면 자꾸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게다가 강제로 Patreon 계정도 만들어야 하고)

선택권이 늘어나는건 사용자에겐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델타 사례처럼 “인앱 결제는 10달러, 우리 결제는 3달러” 같은 옵션이 꼭 사용자에게 좋은 선택권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덧. 델타의 Patreon 결제 옵션은 미국에서만 유효합니다. 한국에서는 최신 델타 버전으로 업데이트해도 아무것도 안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