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1일

오늘은 점심 쯤에 밖에서 밥을 먹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사실 오늘까지 나갈 생각은 없었지만 -_- 마느님의 실행력과 더불어 나도 현장의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했다.

집회는 광화문에서 열리는 것 같았지만 나는 헌법 재판소를 먼저 방문했다. 취직 준비하던 시절 종로랑 인사동을 왔다갔다하면서 운현궁 쪽 지날 때 많이 갔던 장소인데 8년만에 다시 모두가 주목하는 역사적 현장이 되었다.

헌법 재판소 앞에는 화환이 많이 있었다. 근조 화환이 아니라 축하 화환이 있었다. 대부분 내용 보니 윤석열 생일 축하 화환이었는데 생일 축하를 왜 여기로 보내는지? 생일자가 틀어박혀있는 관저로 보내야하는게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헌법 재판소 앞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당연히 윤석열 탄핵을 비판하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윤석열이 계엄을 일으켜서 쪽팔리다, 빨리 탄핵해라”라는 의견이었다. 근데 왜 소리를 지르고 계시나 했는데 헌법 재판소 옆에서 한국 기독교 어쩌구 하는 단체가 한국에 중국인과 조선족이 얼마나 있고 이들이 민주당과 언론에 얼마나 투입되어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 소리 지를만하네.

헌법 재판소를 갔다가 광화문 광장으로 먼저 갔다. 여기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사실 탄핵 반대 집회라기보다 이재명 반대(?) 집회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모두가 “이재명 구속”을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이 사람들은 이재명만 구속되면 모든 일이 끝날거라고 믿는건가?

광화문 광장을 통해 가진 못해서 돌아서 광화문으로 향했다. 이미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여의도에 있었던 분노한 사람들은 이제 광화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광화문 앞은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리고 있고 바로 뒤 광화문 광장에서는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상황. 경찰도 관리하는 상황이었고 서로 최선을 다해서 피해서 집회를 하는 느낌이었지만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워서 긴장감이 흘렀다. 다음주만 되어도 어떨지?

집회 참석 이후 (화장실 때문에) 영풍문고로 향했는데 명동 쪽 영풍 문고 입구 앞에 웬 버스들이 줄지어 있었고 펫말을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군위”, “안동” 같은 지역명이 있는 펫말이었는데 여기에서 태극기를 든 무리의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날씨도 추운데 정말 멀리서 오셨다. 아직 해가 떠있는 시간이었지만 서울에서 군위로 가려면 이 시간에 가시는게 맞겠지. 버스에는 안동자유마을이니 자유 어쩌고 연합이니 뭐 이런 것들이 써있었다.

사람들이 몰려서 여의도에서 집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있어서 오늘은 일찌감치 명동까지 걸어와서 명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왔다. 명동역에는 항상 가는 델리만쥬 1호점이 있는데 서울에 있는 델리만쥬 중에는 여기가 제일 맛있다. 전세계 언어로 고객 응대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인상적이었다.

명동에는 외국인이 많았는데 광화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무색하게도 이쪽은 탄핵 이전과 달리 활기를 띄는 느낌이었다. 명동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는 무언가를 보려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모습도 보였는데(전광판에서 뭔가를 하는듯) “시국이 이런데 이럴 때야?!”보다 탄핵 가결 이후 그래도 사람들이 어느정도 일상을 찾아가는 것 같아 좋았다.

어쨌든 2024년 12월 21일, 여전히 희망은 거리에서 불타고 있었고 나라에게 뭐 받은건 없어도 나라를 위해서 나온(찬성이든 반대든 간에) 많은 사람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