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해의 지름 결산

하루하루 정신 없이 흘러가는 시절이지만 시간이 무상하게도 올 한해도 마무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연말을 맞아 올해를 정리해보며 몇가지 결산을 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올해의 지름 결산입니다.

올해 최고의 테크 지름 : 아이패드 프로 M4

테크 기기에 돈을 많이 쓰는 사람으로써 올해는 테크 기기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진 않았습니다.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는 작년에 교체했기 때문에 올해는 교체 타이밍이 아니었고, 그 외 기타 컴퓨터들도 너무 많아서 오히려 처분해야하는 상태라 -_-;; 뭔가 더 지르기는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딱 하나 교체할 주기가 도래했던 기기가 아이패드 프로였습니다. 구매한지 6년된 2018 아이패드 프로(11인치 1세대)를 아직도 쓰고 있었으니까요. 아이패드 프로를 이렇게 오래 쓴 이유는 이후 나온 아이패드 프로들의 변경사항이 고만고만했던 이유도 있지만 아이패드 프로의 역할을 맥북 에어로 대체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맥북 에어를 (M1 —> M2) 로 두번 교체하면서 여러모로 실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험은 실패했습니다. 아이패드로 맥북 대체가 어렵듯, 맥북으로 아이패드를 대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6개월간의 고민 끝에 아이패드 프로 M4를 구매했고, 모든 악세사리도 다 교체해버렸습니다.

기본형 구매만으로도 이미 M2 맥북 에어의 구매가를 넘어버렸지만, 고민이 무색하게도 잘 쓰고 있습니다. 업무나 취미 생활 등에서 전방위로 활약하고 있죠. 올해는 아이패드 프로만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를 실험해보고 있는데, 98%의 작업에서 아이패드 프로 하나만 들고 다녀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맥북이라면 하지 않았을 여러 외부 플랫폼이나 추가 장비들이 동반되어야 했지만요. -_-

바라는게 있다면 iPadOS 19에서는 나머지 2%도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버그가 많은 외부 모니터 지원도 좀 더 본격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네요.

올해 최고의 음식 지름 : 성심당 망고 케이크

올해는 많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생각보다 비싼 음식을 먹진 않았습니다. 작년만해도 호텔 뷔페도 먹고 했던 것 같은데 이젠 뷔페는 웬지 아까워서(…) 하지만 올해 먹었던 음식 중 원픽을 뽑아본다면 성심당 망고 케이크를 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케이크가 올해 먹은 음식 중 가장 비싼 음식은 아닙니다. 가장 비싼 음식은 영국에서 먹었던 12만원짜리 훠궈(이건 고급 레스토랑이라서가 아니라 환율이 미쳐서..) 였죠. 성심당 케이크는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진 않습니다. 위 사진의 망고 케이크가 5만 8천원이었던 것 같은데, 동급의 호텔 케이크들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죠.

최고로 꼽은 이유는 맛인데 개인적으로 성심당의 과일 시루 시리즈는 모두 먹어봤지만 망고 케이크가 가장 좋았습니다. 다른 시리즈도 좋지만 망고 케이크는 맛에 빈틈이 없다고 할까요. 크림과 질감 모두 맛 있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귤이라 귤 시루가 제일 맛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망고 시루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올해 최고의 난데 없는 지름 : 게이트맨 도어락

본디 “지름”이란 단어에는 기습적인 의미도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뽑은 올해의 난데 없는 지름은 “도어락”입니다.

국회 탄핵 표결이 있었던 12월 14일, 여의도에 갔다가 돌아올 때는 두시간 가량을 걸어서 왔는데 피곤한 발을 끌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도어락이 망가져있었습니다. 비밀번호를 아무리 눌러도 현관문을 열 수 있는 * 키가 눌리지 않아 도저히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피곤해 죽겠는데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 터치스크린도 특정 키 입력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당연하지)

결국 야밤에 고객센터를 통해 긴급출동 서비스를 신청해야했습니다. 긴급 출동한 담당자는 뭔가 세련된 방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도어락을 드릴을 이용해 파괴하고 뜯어내는 방식으로 교체했습니다.

도어락이 파괴되었으니 당연히 현장에서 도어락 구매도 같이 해야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도어락을 교체하게 되면 홈킷 지원 도어락으로 교체할 생각이었는데 그런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죠. 결국 가장 저렴한걸로 교체하여 구매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도어락이 망가져서 못 들어간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배터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키가 망가져서 못 들어가니 황당하더군요. -_- 생각해보면 이런 경우가 많이 있을텐데 말이죠. 도어락 업체에서 긴급 출동을 지원하는게 천만 다행이었습니다.(출동비 + 도어락 교체비가 갑자기 들긴 했지만 말이죠)

올해 최고의 지름 : 유럽 여행

올해 최고, 최대의 지름은 아이패드 프로 M4와 그 악세사리들이 될 예정이었지만 급 내게 된 한달의 휴가 덕분에 떠난 유럽 여행이 올해 최고의 지름이 되었습니다.

11월 1일 ~ 11월 20일까지 총 20일 동안 세 개의 나라를 다녔고 파리, 런던, 프랑크푸르트, 쾰른, 하멜른, 베를린 다섯개의 도시를 다녔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20일 동안 이렇게 다니는게 쉬운 일이 아닌데 지금 와 생각하면 어떻게 다녔나 싶네요.

아주 서툰 영어만 가능한 한국 인으로서, 해외에서 해외로 비행기를 타고 다니거나 바다 건너 나라를 기차를 타고 가는 경험도 처음 해봤습니다. 말도 안통하는 나라에서 도저히 엄두 안날 것 같은 일이었는데 어떻게든 다 했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아마 비슷한 일이 생기면 또 다시 할 수 있겠죠. 여행의 장점은 이런데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 여행의 난이도를 언급할 때는 흔히들 체력과 소매치기 등을 언급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의외로 음식이 문제였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세 나라 모두 중간급 외식(?)이 없는게 문제였습니다. 과장 안하고 정말 가격이 좀 나가는 레스토랑 아니면 빵에 햄이 전부입니다.(특히 영국..) 파스타는 그 중간 쯤 어딘가에 존재하죠. 왜 유럽에 계시는 분들이 자취하면서 직접 요리를 하시는지 이해가 너무 되었습니다.

떠나는 마지막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먹은 빅맥이 가장 맛있었다는 풍문.. 진짜 둘 다 거의 반쯤 울면서 먹었다죠.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에서 가장 맛 없게 먹었던 음식도 맥도날드입니다. 영국 맥도날드에서 먹은 맥 크리스피였는데.. 정말 음식 같지 않은 맛이었어요 🤮

총 경비는 둘이서 800 정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 반응보니 저렴하게 갔다온 편인 것 같습니다. 내내 택시도 한번 안탔고, 쇼핑은 아예 안하고, 대부분 아파트 호텔 중심으로 숙박을 해결했고, 대부분 바게트 씹으면서 버티긴 했습니다. -_ – 항공료도 티웨이 유럽 노선으로 타서 크게 아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물론이고 아마 지금까지 인생 최대의 지름이긴 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지를만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 같아요.

마무리

정리하고보니 올해는 생각보다 지름이 많지 않았네요. 하반기에 큰 지름이 예정되어 있어서 몸을 사린 것도 있지만 2023년에 많이 지른 결과 아직 제품 교체 주기가 되지 않았던 탓이 큰 것 같습니다. 유럽 다녀온 이후에도 카드값 고지서를 보고 휴대용 키보드 조차 함부로 지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지름은 물건을 사는 걸 중심으로 해왔는데 요즘은 경험에 투자하는 것도 값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 가는 중입니다. 물건은 남긴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교체 주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경험은 사라지는 것 같지만 사진과 글, 그리고 기억속에 계속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많은걸 지르겠지만, 경험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아야 겠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내년에도 열심히 일하고 버텨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