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테크잉여(..)가 아니라 본업인 기획자로서의 사용기입니다. 일반적으로 기획자라는 일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스타일이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종이에 쓰면서 정리하는 사람, 미팅을 많이해서 요구사항을 이끌어내는 사람, 일단 기획서부터 쓰고 나머지는 진행하면서 메꾸는 사람(…) 등.. 어쨌든 공통적으로 기획이라는 일은 어떤 문제 상황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서 그것을 해결하는 풀이과정을 쓰는 일일 겁니다.
저 같은 경우 아날로그한 것은 전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로 에버노트에 아이디어나 생각 등을 정리합니다. 주로 추상적인 개념이나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무작위로 적은 다음, 해당 개념들을 상세화 시키고 다듬어서 기획서를 정리하곤 합니다. 이런 방식을 쓰다보니 주로 마크업(Markup) 방식으로 기획을 정리합니다.
마크업은 사실 HTML 같이 문서를 구조화하는 방법을 의미하는데요, 그냥 단순하게 보면 문서를 제목, 항목, 내용 등으로 구조화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추상적인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최상위 항목으로 쓰고 그에 예상되는 문제들을 그 다음 단계로, 그리고 그에 대한 해법과 해결에 필요한 기술적인 내용들을 그 다음으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우연한 기회로 Workflowy라는 앱을 보았는데 이거다 싶더군요. 아웃라이너 앱이라고 소개되고 있는데, 주로 문서의 개요를 짜는데 쓰는 것 같지만 생각을 정리할 때, 혹은 할일 리스트를 만들 때도 쓸 수 있습니다.
스크린샷만 봐서는 감이 잘 안오실 수도 있는데요, 사이트에서는 데모 링크도 제공하고 있으니 한번 시험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Workflowy는 아쉽게도 웹앱이지만 윈도에서는 크롬, 맥에서는 Fluid 같은 앱을 사용하면 데스크탑 앱처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Workflowy는 그냥 매우 단순하게 생겼습니다. 스크린샷만 봐도 그냥 매우 심플한 워드 프로세서 내지는 마크업 에디터처럼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 앱은 텍스트 에디터라기보다는 생각을 정리하는 마인드맵에 가깝습니다.
왜 마인드맵에 가깝다고 하는지 Workflowy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1. 모든 것들은 구조화하여 정리
Workflowy를 처음 써보면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은 페이지가 모두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페이지를 만들 수도 없고 오직 하나의 페이지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서로 다른 리스트 항목은 최상위로 관리해야 합니다.
이런식으로 서로 다른 리스트를 최상위 항목으로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즉 이 앱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구조화된 문서라고 할 수 있죠. 에버노트처럼 생각들이 각각 저장되어 보이지 않는게 아니라 모든 생각들을 하나의 구조로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예 페이지 개념이 없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Workflowy에서는 각 항목을 클릭해서 들어가면 해당 항목이 페이지 형태로 확대되어 열립니다. 여기에 좀 더 자세한 개념들을 적어 넣을 수 있죠.
예를 들어 위 항목에서 ‘샌드위치’ 항목을 클릭하면,
이렇게 ‘샌드위치’라는 제목의 문서처럼 보이면서 해당 항목의 하위 항목들만 볼 수 있도록 항목이 확장되어 열립니다. 여기에서 좀 더 세분화해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해당 항목들을 확대시켜서 해당 항목들에 대한 리스트를 확장해나가다 다시 최상위로 돌아오면 잘 구조화된 문서가 탄생합니다. 곧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한 페이지짜리 문서의 형태(하지만 아주 긴~)로 정리되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2. 간단한 할일 관리
기획을 진행하다보면 여러가지 문제 상황에 직면하고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 위해 이런 문제 상황을 하나씩 해결해야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주로 할일 관리는 Wunderlist로 관리하고 있지만 기획 컨셉을 정리한 문서에 문제를 나열하고 이를 하나씩 지워가는 형태로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진척 상황을 보기도 합니다.
Workflowy에도 이런 간단한 방식의 할일 관리(GTD) 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무척 간단한 형태이지만 구조화된 문서에서 하나씩 지워가는 형식으로 문제 상황이 해결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에버노트에서 수동으로 색깔 바꾸기를 해가면서 쓰고 있는 기능인데 이렇게 기능으로 쓸 수 있다니 감동 했습니다.
3. 생각보다 좋은 검색 기능과 부가 기능들
Workflowy는 항목을 구조화해서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도 항목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보기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서 각 항목을 검색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각 항목에 태그를 붙여놓으면 좀 더 찾기 수월해지죠.
이런식으로 사야하는 리스트를 태그로 미리 달아두었다면 재료별로 손쉽게 검색을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재밌는 부가기능은 오늘 달라진 내용에 대한 요약을 메일로 보내주는 기능입니다.
항목이 많아지고 여러 항목을 동시에 수정하다보면 바뀐 내용들이 잘 정리가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메일로 기록을 해두면 특정 날짜에 어떤 부분이 바뀌었는지 추적이 가능해지겠죠.
4. 협업 기능과 동기화
이런 류의 프로그램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협업 기능이 있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문서는 그 자체가 Design Doc의 역할을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방식대로 문서를 공유해서 팀원과 아이디어에 대해서 협업을 하고 팀원들이 아이디어 자체에 대해서 노트를 달거나 할 수 있겠죠. 물론 제 경우 에버노트고 Wunderlist고 업무 툴에 대해 협업 기능을 실제로 팀에서 쓴 적은 없습니다.
아 그리고 이 앱은 모든 기기간에 동기화가 지원됩니다.(Webapp이니까요.) iOS나 안드로이드는 아예 앱스토어에 올라와있으니 설치해서 사용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점이라기보단 애매한 점
이렇게 겉보기보다 강력한 특징을 갖고 있는 앱이지만 한가지, 무료로 쓰기엔 약간 애매한(?) 정책을 갖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무료 버전으로 쓰려면 항목을 한달에 250개까지만 생성이 가능합니다. “항목"이요. 즉 위에 있는 항목 하나하나마다 제한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점이 생각보다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물론 유료 구독을 할 경우 무제한으로 작성이 가능합니다.
단, 추천 링크를 통해 이 무료 정책을 두배정도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 앱을 쓰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하시면 250개를 더 받아서 500개 정도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향후에도 이런 추천 링크를 통해 가입을 받으면 1명당 250개씩 무료 제한이 늘어나므로 애매한 부분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_=
또 하나, 항목 하나를 확대한 것을 "페이지"라는 용어로 쓰고 있는데 전 이 개념이 초반에 상당히 헷갈렸습니다. UI에도 계속 "페이지"라는 용어가 나오지만 위에서도 말했듯 이 앱은 결국 한 페이지짜리 문서거든요. 결국 항목 하나를 확대한 것을 페이지라고 부른다는 점을 알기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Workflowy는 이런 몇가지 특징들 때문에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앱입니다. 보기엔 허접해보여도 말이죠.
저는 업무할 때 기획할 때 많이들 사용하는 마인드맵을 써봤지만 저는 노드 간의 모양 잡기 자체에 신경이 더 쓰여서 오히려 생산성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오더군요.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마인드맵은 뭔가 보기에도, 검색하기에도 불편한 느낌입니다.
Workflowy는 마인드맵을 텍스트화한다는 아이디어를 훌륭하게 풀어낸 앱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텍스트로 구조화 되어있으면 검색으로 찾기 어려웠던 내용도 손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마인드맵과 달리 작성하는 시간도 훨씬 빨라서 생각을 정리하기에 이만한 툴은 없는 것 같습니다.(물론 마인드맵과 달리 이런 형태의 문서는 프로젝트 보고할 때는 매우 보기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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