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동에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은 만족스러웠으나 마지막에 바보짓을 하는 바람에 돌아오는 길에 약간 고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돌아가는 기차표의 시간을 착각한데 있었다. 급히 돌아가는 차표를 새로 끊으려고 하다보니 서로 자리가 떨어진 자리 밖에 예매가 되지 않았다.

기차를 많이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 이런 경우에도 계속 조회를 하다보면 좋은 자리로 예매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조회-예매 신공 덕에 결국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보험 격으로 떨어진 자리도 끊어놓았기 때문에 새로운 표를 남기고 예전 표를 반환해야 했다.

기차 예매는 아이폰용 기차 예약앱인 ‘코레일 톡(문자 기능이나 전화 기능 같은 것은 없음)’으로 했는데 이 앱으로 반환도 할 수 있었다.

표를 반환하기 위해 코레일 톡으로 표 반환하기 버튼을 누르고 원래 끊어놓았던 표 두개를 탭한 다음 ‘선택한 표를 반환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2초후에 깨달았다. 새로 끊은 좋은 자리 표를 반환해버린 것이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물론 내 바보짓이 1차적인 원인이겠지만 위에서 내가 했던 사용자 동작에 뭔가 이상한 것은 없었나? 이런 상황에서 직업병이 발동하여-_-; 내가 했던 액션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았다.

코레일 앱은 표 하단에 반환하기 버튼이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반환 버튼을 누르면 해당 표가 반환되는게 아니라 모든 표를 반환할 수 있는 반환 UI로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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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 UI로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저장되어있는 모든 표가 선택된 상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사용자는 “반환하지 않을 표"를 탭하여 선택 해제 상태로 만들어준 후 반환할 표를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위 동작에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반환할 표를 탭한 후 반환하기 버튼을 눌렀던 것이다. -_-

일단 위 UI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일단 1차적으로 특정 표 아래에 저렇게 나오는 반환 UI는 마치 해당 표만 반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하지만 정작 모든 표를 반환할 수 있는 UI로 진입한다. 일단 이 부분이 일반적인 기대 동작과 다르다.

반환하기 위하여 반환 UI로 들어간 사용자는 반환할 표를 선택하여 반환할 수 있다. 그런데 반환할 표를 탭하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반환하지 않을 표를 탭해야 한다. 승차권 반환 – 반환하지 않을 표를 탭 – 반환이라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흐름을 갖고 있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건 아마도 경험적인 사용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다. 저 앱을 기획한 기획자 또한 처음에는 반환해야할 표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기획했겠지만, 표를 많이 반환하는 사용자들은 표가 기본적으로 전부 다 선택된 것을 선호했을 것이다.

따라서 관련고객 불편이 있었거나, 또는 고객과 접점이 있는 부서의 요청으로 방향을 수정했을 가능성이 크다.(아마 그래서 디자인단에서 보색이 눈에 확실히 띄는 어색한 라디오 버튼을 통해 ‘이것이 선택된 상태다’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획자 나부랭이로서 나였다면, 경험적인 사용자 요구보다는 일반적인 논리에 맞는 방향을 선택했을 것이다.

물론 경험적인 사용자들의 요구는 그 기능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만 나오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하지만 간혹 이치에 맞지 않는 Workaround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기존 사용자들에게는 맞을지도 모르지만 이 기능을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는 혼란을 줄 뿐이다. 일을 하다보면 이 두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하는 때가 꽤 많이 있는 것 같다.(사실 대부분 그랬다.)

위에서 반환하기 버튼을 누르고 반환할 탭을 선택하도록 했을 경우 나올 수 있는 사용자 불만은 탭 동작을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해야한다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Select All 버튼을 하나 만들어주었으면 어땠을까? 물론 지금보다 탭 동작을 한번 더 해야하지만 적어도 나같은 피해자가 양성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선택란도 지금과 같은 라디오 버튼이 아니라 Checkbox로 수정했을 것 같다.

뭐 물론 이 일을 해오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다른 이의 창작물에 대하여 비평은 쉽다. =_= 내가 하려면 항상 빡치지만서도.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UI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코레일톡(예전 글로리 코레일)은 분명 잘만들어진 앱이지만 군데군데 이런 사용자 고려 부분이 조금 아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사용자로서 기차를 예매했으면 반드시 도착 시간을 확실히 기억해두고, 반환 같은 동작을 할 때는 두번세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2차적인 바보짓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인 것은 물론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