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명전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말에 정동을 다녀왔습니다. 정동 길 산책 코스는 여러 볼거리가 많습니다. 덕수궁, 서울 시립 미술관, 정동 교회, 배재학당, 구 러시아 공사관, 중명전 등 길 자체가 그냥 한국 근대사 교과서라고 부를만한 곳입니다.

저는 정동길을 자주 들르는 편이지만 이번 주말에는 잘 모르고 지나치고 있었던 ‘중명전’이라는 곳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중명전은 정말 지나치기 쉬운 곳에 있습니다. 이화여고 건너편에 한 작은 골목에 ‘중명전’이라는 표지판 하나가 전부입니다. 차라리 미국 대사관 옆이라고 하는 것이 찾는데 더 쉬우실지도 모릅니다.

image

중명전은 본래 덕수궁(대한제국 시절 경운궁)에 속해있던 건물이었지만 따로 분리되면서 외국 귀빈을 대접하는 공간이었다가, 연회장이었다가, 영친왕에게 귀속되었다가, 민간에게 팔렸다가-_- 다시 국가에서 사들여 문화재로 만든.. 어찌보면 약간 기구한 운명을 지닌 건물입니다.

image

다른 문화재와 다르게 중명전은 건물 내부에서 관람이 가능합니다.

image

아니 그보다 건물 자체가 그냥 전시관입니다. 19세기에 지어진 건물답게 실내 분위기도 독특한 느낌을 풍깁니다.(물론 현재 모습은 복원된 모습이라고 합니다.)

image

당시 분위기가 잘 살아나고 있습니다.

중명전은 건물 자체의 운명도 기구하였지만 이곳이 근대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 건물에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하는 을사조약이 체결되었기 때문입니다.

image

그래서 건물 곳곳에는 을사조약에 관련한 내용이 전시되어있습니다. 사진속의 한규설이란 분은 대한제국 참정대신으로서 이완용 등 ‘을사오적’에 반대하여 홀로 을사조약을 반대하다가 중명전 다락방에 갇혀버렸던 인물입니다.

image

중명전이 근대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또 한가지가 있는데요, 고종이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 평화 회의"에 세명의 특사를 비밀리에 파견한 곳 또한 중명전입니다. 을사조약 이후 대한 제국은 외교권이 없었기 때문에 고종은 이곳 중명전에서 개인 특사 자격으로 헤이그에 파견합니다. 물론 그 결과는 잘 알려져 있죠.

정동에는 중명전 외에도 근대사 교과서에 나오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종종 소개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