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블루투스(Bluetooth)에 한창 미쳐있던 시절이 있었다. 기술 자체에 대한 빠심(?)이랄지.. 같은 것도 블루투스를 통해서 처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심지어 블루투스 로고만 봐도 지름신이 들 정도였으니.

당시 내가 갖고 있던 노트북에는 블루투스가 내장되어있지 않았는데 결국 블루투스 2.1+EDR 모듈을 노트북에 이식하는 수술까지 감행했었다.(그때 분해한 이후로 묘하게 컴퓨터에서 유격 소리가 났던 것은 내내 통한으로 남았다..ㅠㅠ)

어쨌든 블루투스에 미쳐있던 시절 중 했던 삽질 하나가 바로 블루투스로 인터넷 공유하기였다. -_-; 원리는 비교적 간단했다.

  1. 블루투스 동글 두 개를 준비한다.
    2. 동글 하나를 인터넷이 연결 안된 컴퓨터에 꽂고, 하나는 인터넷이 연결 되어있는 컴퓨터에 꽂는다.
    3. 인터넷이 연결되어있는 컴퓨터에서 블루투스 스택을 이용해 PAN 프로필을 활성화시켜 동글을 하나의 네트워크 장치로 인식시킨다.
    4. 그 다음 인터넷이 연결되어있는 LAN 장치의 IP를 공유(마스커레이딩)하도록 설정한다. 이 방법을 통해 블루투스 뿐 아니라 일반적인 Lan 카드로도 공유기를 만들 수 있다.
    5. 그 다음 인터넷이 연결되어있지 않은 컴퓨터로 가서 역시 PAN 프로필로 네트워크 장치로 인식시킨 다음 해당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끝.

써놓고 보니 전혀 간단하지 않다. 어쨌든 이 방법을 통해 블루투스를 통한 인터넷 공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것은 요즘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서 블루투스를 통해 인터넷을 테더링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굳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을 특정한 것은, 윈도모바일이나 심비안에서 블루투스로 테더링하는 것은 PAN이 아니라 DUN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방법을 통해 인터넷을 공유하면서 몇가지 교훈을 얻게되었는데, 일단 블루투스는 인터넷을 공유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기술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속도가 멀어질수록 간섭에 의한 속도 저하는 심각했고, 거리가 가깝더라도 속도는 최대 3Mpbs를 넘지 못했다. 또한 반드시 무선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는 쓰지 않더라도 인터넷이 연결되어있지 않은 컴퓨터를 계속 켜놓고 있어야 했으니.. 어머니의 전기세 잔소리도 감수해야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가격적인 메리트였다. 사실 당시 유무선공유기는 무척 비쌌기 때문에 블루투스를 이용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당시 블루투스 동글 하나의 가격은 35,000원이었다. 여기에 *2.. -_- 당시 웬만한 유무선 공유기 한대 값과 맞먹는 값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그 당시는 블루투스를 통해 인터넷만 공유하는게 아니니 가격적으로 훨씬 이득이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 블루투스에 미쳐 삽질하던 나였지만, 현재는 블루투스와 관련된 그 어떠한 장치도 쓰고 있지 않다. 그토록 염원했던 내장 블루투스 장치는 아이폰과 맥북에어에 내장되어있지만 항상 꺼놓고 살고 있다. 블루투스의 목표는 세상의 유선을 대체할만큼 값싸고 좋은 무선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내 경우는 위의 경우처럼 유선으로 같은 것을 하는 것보다 훨씬 불편하고 비싼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대부분 Wifi로도 같은 일을 하는게 가능해지고 있다)

얼마전 블루투스 헤드셋을 하나 마련해볼까 싶어서 들어갔던 인터넷 쇼핑몰을 보니 현실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블루투스 헤드셋은 거의 20만원 가까이 하고 있었다.(동글 값은 많이 내렸다) 게다가 블투 헤드셋은 한눈에 봐도 눈에 확 띌 정도로 여전히 수신 모듈이 소형화되지 못한 상태다.(비싼건 다르다. 비싼건..)

아마 갠적으로는 블루투스가 뭔가 획기적인 변환점을 찾지 않는 이상 나는 계속 원시적인 유선 방식을 쓸 것 같다. 그래봐야 이제 굳이 굳이 블루투스를 찾아서 쓰는 일도 음악이나 통화 외에는 남지 않았지만(…)

덧. 블루투스 헤드셋을 사려고 하다가 본 글 중, “나는 음질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쓰고 있는 이어폰을 연결할 수 있는 클립형 블루투스 이어폰을 선호한다"라는 글을 봤는데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 음질을 정말 중요시한다면 블루투스로 음악을 듣지 않는게 낫다.

블루투스 속도의 한계로 인해 음악을 전송하는 A2DP 프로필은 SOC 코덱으로 변환하여 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현재 표준이다.(블루투스 2.1 기준. 3.0에서는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SOC는 용량면에서 우수하지만 이미 mp3로 압축된 소리를 한번 더 압축하기 때문에 음질의 손상을 가져온다.

과거에는 PC에서 쓰는 블루투스 스택(블루소레일)에서 코덱을 SOC로 할지 MP3로 할지 선택이 가능했는데 대부분의 경우 MP3로 했을 경우 더 나은 음질을 제공했다. 하지만 정말 사람 귀에서 구분될 정도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반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클립형이나 목걸이형 블투 헤드셋은 소리를 자체 오디오 모듈을 통해 출력한다. 여기서 값이 싼 헤드셋은 화이트노이즈나 잡음이 낀다. 즉 쓰고 있는 이어폰이 100만원짜리여도 블루투스 헤드셋에 꽂으면 원래도 mp3로 손상 압축된 음질을, SOC로 한번 더 압축하여, 블투 헤드셋의 저질 사운드 모듈을 통해 걸러지는 소리를 듣게된다. 음질을 중요시한다면 차라리 유선을 쓰거나 젠하이져등에서 나온 엄청나게 비싼 일체형 블투 헤드셋을 쓰는게 낫다.

이건 사실 내가 블투 헤드셋을 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