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케이드와 구글 Stadia

넷플릭스를 비롯한 구독 서비스가 처음 등장한 이후로 IT 세상은 거의 모든게 구독으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음악은 이미 구독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세가 넘어간지 오래고 동영상 쪽도 넷플릭스 이후로 많은 회사들이 앞다퉈 OTT 플랫폼을 내놓고 있습니다. 심지어 소프트웨어조차 포토샵, 오피스 365 등 구독형 비즈니스로 옮겨간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유독 게임 만큼은 이렇다할 구독형 서비스가 나오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작년 6월에 올렸던 글의 후속 편입니다. 그때는 애플 아케이드도 구글 Stadia도 본격적으로 서비스되기 전에 썼던 글이라 게임 구독 서비스의 종류를 각자 잘 나타내는 두 서비스의 미래를 예측해봤던 글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는데 과연 위 글에서 이야기했던 게임 구독 서비스들은 현재 어떻게 평가할 수있을까요? 과연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줬을까요? 구글 Stadia와 애플 아케이드의 현재 상태를 평가해보고진정한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애플 아케이드

개인적으로 애플 아케이드는 상당히 기대를 많이했던 서비스였습니다. 원래 iOS나 맥OS의 베타 버전은 설치하지 않지만 애플 아케이드 때문에 iPadOS 베타 버전을 미리 설치했을 정도니까요. 엑스박스에서 먼저 게임 패스를 이용하며 게임 구독 서비스의 장점을 체험해봤기 때문에 애플 아케이드에 거는 기대도 남달랐습니다. 게다가 한달에 4.99 달러라는 저렴한 가격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모바일 게임 개발사와 이용자들의 기대도 한몸에 받았던 서비스였습니다. 애플 아케이드는 광고도 없고 인앱 결제도 없는 게임을 위한 게임이 목표였으니까요. 비정상으로 점철된 모바일 게임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서비스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애플 아케이드는 지난 9월에 iOS13 출시와 함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0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애플 아케이드에 대한 평가는 미묘한 상태입니다.

애플 아케이드는 서비스 외형적으로는 성공적입니다. 애플이 했던 약속처럼 매달 새로운 게임이 추가되고있고, 구독료는 변함이 없으며 약속처럼 광고와 인앱결제는 하나도 없는 애플 독점 게임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구독자의 수는 정확하게 알려져있진 않지만 2020년 말에 1200만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평가는 거의 실패에 가깝습니다. 게임 구독 서비스이니 게임이 제일 중요한데 정작 즐길만한 게임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애플 아케이드는 런칭 작을 제외하곤 거의 인디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는 애플이 어느정도 의도한 부분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 문제는 인디게임 그 자체가아니라 게임의 완성도가 들쭉날쭉하다는 점입니다. 어떤건 재밌지만, 어떤건 그저 그런것도 있고, 아예 버그때문에 진행이 안되는 게임도 있었습니다.

애플도 뒤늦게 게임 라이브러리의 품질에 신경쓰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블룸버그의 리포트에 의하면 특정게임 개발사들은 퀄리티 문제로 애플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고 합니다. 좀 더 몰입도 있고 완성도 높은게임을 애플 아케이드에 출시한다는 명목으로 기준에 미달한 개발사들은 계약 해지를 당한 것이죠. 지금까지완 달리 양보다는 질에 좀 더 투자하겠다는 의지도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애플이 서비스 전략에 대해 수정을 가한다는 자체가 애플 아케이드가 애플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애플은 아케이드 구독자가 몇명인지 발표하진 않지만 가입자 숫자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은 특정 사용자들에게 무료 구독 2개월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도 가입자 숫자가 신통치 못하다는 증거겠죠.

최근에는 Beyond a Steel Sky, Creaks 와 같은 완성도 높은 게임들이 추가되고 있고, 연말에 애플 아케이드로 출시될 게임들 중 기대작들도 있어서 애플 아케이드가 과연 대박을 칠 수 있을지 기다려보는 중입니다. 현재로서 제 종합적인 평가는 B0 입니다.

구글 Stadia

구글 Stadia는 출시 전부터 구글이 서비스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습니다. 저도 이전 글에서 게임 구독 서비스의 두가지 미래 중 한 축으로 구글 Stadia를 꼽았을 정도니까요. 크롬캐스트처럼 최소한의 하드웨어를 갖춘 기기로 게임을 클라우드에서 불러와서 플레이하도록 한다는 것은 정말 구글 다운 서비스 구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기대는 없었습니다. 발상은 혁신적이지만 그에 비해 인프라가 너무 부족한게 현실이었으니까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만큼 네트워크가 정말 중요하지만 5G는 커녕 초고속 인터넷도 전세계적으로 보급되는데 너무나도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5G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도 5G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네트워크에 철저히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글 Stadia로서는 너무 불안한 부분이었죠.

우려대로 구글 Stadia의 현재는 처참합니다. 출시 범위도 북미에 한정된데에다 본래 컨셉과 달리 전용 컨트롤러를 써야하는 등 하드웨어 제약도 많습니다. 국내에선 쓰고 싶어도 공식적인 루트로는 쓸 방법 조차 없습니다. 게임은 유로로 따로 구매해야하는데, 대부분 서비스하는 게임이 신작은 없고 다른 플랫폼에서 오래전에 출시되었던 게임 뿐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신기해서 초기에 한 두개 정도는 구매하지만 어차피 다른 게임 플랫폼에서 구매한 게임을 또 구매해야한다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죠.

구글 Stadia는 게임을 따로 구매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구독형 서비스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물론 구독 요금제도 있긴 합니다만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이러한 Stadia의 정책도 문제였는데 게이머들은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개념도 아직 익숙하지가 않은데 클라우드에서 실행되는 게임을 ‘소유’한다는것에 일종의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서비스 초기에 Stadia가 당연히 구독 서비스일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죠.

Stadia의 또 다른 문제는 Stadia가 명백히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구글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구글은 서비스가 잘 안될 것 같으면 과감하게 종료시키는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그동안 종료한 서비스가 얼마나많은지 구글 서비스의 무덤도 존재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Stadia를 종료시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미래가 불투명한 플랫폼의 게임을 구매하는 게이머는 더더욱 없을 것입니다.

구글 Stadia는 현재로서는 명백하게 실패한 서비스로 보입니다. 저도 작년까지는 클라우드의 미래라고 봤지만 지금으로서는 처참한 수준이네요. 제 종합적인 평가는 D- 입니다. 다만 Stadia의 실패가 클라우드 게임의실패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단지 Stadia의 컨셉이 너무 극단적이었고, 구글도 뜻뜨미지근 했던 것이 실패의원인이라고 보입니다.


진정한 승자는 엑스박스?

애플과 구글은 공통적으로 미국 실리콘 밸리를 기반으로 하는 테크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둘 다 본격적인 게임 비즈니스를 해본적이 없다는 점도 공통점이죠. 근데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역시 게임이라곤 하나도 몰랐던 미국 실리콘 밸리의 한 거대 테크 기업이 게임 업계에 진출하여 똑같이 생고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에 오리지널 엑스박스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게임 업계에 진출한 후 여러번 물먹은 전적이 있습니다. 엑스박스 360으로 어느정도 자리를 잡는가 싶다가 결국 엑스박스 One에 이르러서는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완전히 밀리게 됩니다. 그렇게 어려움을 겪던 중 2018년에 ‘엑스박스 게임패스’라는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돌파구를 찾게 됩니다.

게임패스는 한달에 일정 금액을 내면 게임을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퍼스트파티 게임(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게임)과 여러 AAA 급 게임, 인디 게임들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게임패스의 장점은 일단 게임에접근할 수 있는 장벽 자체를 크게 낮춰준다는 점입니다. 사용자는 구독비 외 추가 비용과 위험 부담없이 아무게임이나 설치해서 즐길 수 있죠. 또한 퍼스트파티 게임들은 출시되자마자 게임 패스에 포함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엑스박스의 간판 타이틀 ‘헤일로’와 ‘포르자 호라이즌‘ 같은 게임들은 출시되자마자 게임 패스로저렴하게 구독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패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2018년 4분기에는 게임패스의 성장에 힘입어 역대 게임 부문에서 최다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엑스박스원으로 힘들어하던 마소 게임 비즈니스에는 한줄기 빛과 같은 서비스인 셈이죠. 그런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으로도 게임패스를 더욱발전 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그 증거가 7월 24일에 열린 엑스박스 게임 쇼케이스입니다. 이 행사는 새로운 콘솔에서 실행될 게임을홍보하는 행사였지만 달리보면 게임패스의 홍보 행사라고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쇼케이스에서는 9가지의 새로운 엑스박스 게임들이 소개되었는데요, 중요한 점은 발표된 모든 게임들이 게임패스에 포함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즉 새로 출시된 게임을 사려고 용산 국전에서 새벽비를 맞으며 줄서지 않아도, 심지어 풀패키지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도 구독 비용으로 저렴하게 새로운 게임들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엑스박스 사용자라면 게임패스를 구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술 더 떠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xCloud 서비스와 게임패스를 결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게임패스에 있는 모든 게임들은 xCloud 서비스를 통해 클라우드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이야기는 네트워크 이슈만 없다면 구형 엑스박스원 콘솔, PC, 모바일, 태블릿 할 것 없이 모든 기기에서 게임패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게임패스를 쓰기 위해 심지어 엑스박스를 살 필요도 없는 것이죠.(이쯤되면 마소가 엑스박스 시리즈 X를 정말 팔 생각이 있는건지 의심이..)

저는 어쩌면 게임 구독 서비스의 진정한 승자는 결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있습니다. 게임패스는 애플 아케이드와 구글 Stadia에서 각각 부족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구글Stadia와 같은 극단적인 클라우드 게임과 달리 게임패스는 게임 콘솔과 PC에서 실행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클라우드 게임을 조금씩 통합해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또한 애플 아케이드와 달리 어느정도 완성도가 검증된 게임들과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가 자체적으로 만드는 게임들이 포함될 것이므로 게임의완성도 측면도 걱정이 덜합니다.

현재 컨텐츠 구독 서비스의 시장 흐름이 플랫폼이 아니라 컨텐츠 중심으로 흘러가는 추세라는 점도 게임패스에 유리한 부분입니다. 넷플릭스는 더이상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컨텐츠 기업입니다. 넷플릭스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컨텐츠입니다. 디즈니도, HBO도, 워너브라더스도 플랫폼 사업자가 아닌 자체적인 컨텐츠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앞다퉈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컨텐츠의 중요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겠죠.

이는 게임 구독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패스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처럼 퍼스트파티 게임들이 가장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벌써 20년 째 자체적으로 게임을 만들어오고 있는 만큼 구독 서비스에 포함될 오리지널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합니다. 이 부분은 구글과애플이 가지지 못한 가장 큰 강점입니다. 

마무리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구독 서비스 경쟁에서 승리할만한 많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그것이 PS5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나아가 전체 게임 업계에서 승리할 것을 보장하진 않을겁니다. 주로 북미 쪽 게임 플랫폼은 구독형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에 비해 콘솔 시장의 강자 일본은 전통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동숲하려고 닌텐도 샀다”라는 말처럼 해당 플랫폼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 게임이 전체 플랫폼을 이끌어가는 전략이죠.

이 전략은 구태의연해보여도 실제로 잘 먹히고 있습니다. 출시 발표 초기 반응은 강력한 하드웨어 때문에 엑스박스 쪽이 우세해보였지만 실제로 게임 쇼케이스 이후에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진 상태입니다. 특히 엑스박스 게임(특히 헤일로 인피니트)이 쇼케이스에서 기대 이하의 퀄리티를 보여주면서 플레이스테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역으로 오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무리 구독 게임이니 클라우드 게임이니 해도 게임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겁니다.(애플아케이드가 그저 그런 것도 같은 이유..)

물론 둘 다 아직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전이므로 이런 평가는 이릅니다. 게임 구독 서비스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 도입해 게임의 진입장벽을 낮춰 저변을 확대해가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전통적인 콘솔 전략을 구사하는 소니. 그리고 애플 아케이드를 비롯한 기타 세력들. 과연 대세는 어디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차세대 게임 시장을 관전하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