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발표 이후, 개인적인 느낌들

다들 아시겠지만 애플 발표가 오늘 새벽 2시에 있었습니다. 크게 아이폰6 / 아이폰6+ / 애플 페이 / 애플 워치 / U2 앨범 공짜(?)가 발표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역시 매번 애플 이벤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건 안산다고 하기도 하고, 잡스가 없어서 혁신이 없다고 하기도 하고.. 이러다가 또 줄서서 사겠죠- _-;

제품에 대한 거창한 생각이나 구매를 하겠다 안하겠다 다짐은 잠깐 미뤄두고 그냥 애플 발표 이후 개인적인 소감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그동안 끊김 없는 화질을 보여준 애플 웹 스트리밍 오류 사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초반에 중국어 더빙과 겹치기도 해서 더 어수선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발표 후반부에는 완전히 안정된 느낌이었습니다.

  2. 제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긴 이르지만 이번 아이폰 6 곡면 디자인은 좋습니다. 사실 맥북 / 아이패드 / 아이폰을 나란히 놓고보면 아이폰만 뭔가 이단아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하나의 디자인 정체성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폰6의 카메라는 아이팟 터치의 후면 카메라와 비슷한 정도로 튀어나온 것 같아 생각보다많이 튀어나오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3. 아이폰을 U+로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VoLTE 지원이 되기 때문이죠. 이건 이제 통화중에도 LTE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아이폰6 프로모션 영상을 보면 통화하면서 음악을 내려받는 흑형의 모습이 보입니다. KT를 옮기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U+로 옮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4. 애플 시계는 초반엔 갤기어 같단 인상이었는데 용두를 사용한 인터페이스라든지 맥세이프 같은 자석을 이용한 무선 충전 방식은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훨씬 디자인이 좋습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기능들이 집약되어있는데, 단순 악세사리가 아니라 손목에 차는 컴퓨터로서 기능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 알림 역할만하는 안드로이드웨어와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5. 애플 시계 이야기를 더 하자면, 과한 기능들은 다른 제조사에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던 기능입니다. 적당한 인터페이스가 없었고, 받쳐줄 하드웨어도 없었기 때문이죠.(사용자들을 위해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한게 아니라) 애플이 발표한 S1이라는 시계용 프로세서의 성능이 궁금해지는데요, 일단 성능면에서는 부족할건 없어보입니다. 애플이 부족할 것 없는 하드웨어와 안정된 OS라는 밥상을 차려놓았으니, 이 밥상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개발자들의 몫이 될 것 같습니다.

  6. 하지만 시계에 대해 낙관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배터리가 어떤지 나오지 않았고 출시시기도 한참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애플이 들고나온 웨어러블에 대한 해답이 다른 제조사에 비해 기술적으로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치 아이패드와 닮아있습니다. 아이패드도 그렇게 대단한건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늘려놓은게 맞죠. 애플도 아직 아이패드로 뭘해야할지 정확하게 모릅니다. 아직도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것은 애플이 만든게 아니라 대부분 개발자들이 만든 서드파티 앱이죠. 애플 워치도 그것과 비슷한 과정을 밟아갈 것 같습니다.

  7. 그동안 팀쿡이 하는 발표를 많이 봐왔는데요, 제가 팀쿡을 보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들떠있는 발표였습니다. 세간의 혹평이야 어떻든 애플의 미래를 진심으로 낙관하고 있는듯한 즐거운 모습이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제품을 대단하게 발표했던 잡스 시절과 달리, 팀쿡은 있는 그대로를 말하고 “이래도 안대단한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8. 애플 페이. 예전 노키아에서 전세계를 돌면서 전세계 사용자들이 항상 휴대하는 물건들에 대해 조사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각 국의 문화에 따라 들고다니는 물건도 천차만별이었지만 최소한의 공통 분모는 휴대전화, 지갑, 열쇠였다고 합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휴대전화를 대신했고, 이제 애플 페이로 지갑을 대체하려 하고 있습니다. 전화에 미리 카드를 등록 시키고, 결제를 Touch ID(온라인 결제)와 NFC(오프라인 결제)로 진행 합니다. 결제 정보는 디바이스에 남기지 않아서 보안에도 안전하다고 합니다. 이미 많은 파트너와 계약을 해놓은 상태이고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입니다.(한국은 해당 사항 없어 보입니다.)

  9. 애플 페이와 애플 시계는 NFC 탑재 & 패블릿 출시라는 시장의 요구에 대한 가장 애플다운 답입니다. 애플은 애플 페이를 출범시키고 나서야 아이폰에 NFC를 탑재했습니다. NFC만 탑재해놓고 나머지는 니네가 알아서 하라는 제조사들과 다른 점이죠. 애플은 애플 페이를 당장 활용 가능한 단계까지 만들어놓았습니다.

  10. 패블릿 출시 요구에도 애플은 부응했습니다. 패블릿은 항상 들고다니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에 주머니에 넣어놓고 외부에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기계가 필요하죠.(갤노트와 갤기어의 관계와 동일합니다.) 애플 워치는 아이폰6+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악세사리의 역할을 할겁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삼성의 갤노트와 거의 동일합니다. 삼성이 앞섰다고 밖에 할 수 없네요.

  11. 하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애플에 대해 무엇보다 대단하다고 느끼는 점은, 애플에겐 "절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 성공했던 기업들은 그 성공 요인으로 인해 망했습니다. 심비안으로 인해 성공했던 노키아는 심비안으로 인해 망했고, 쿼티로 흥했던 블랙베리는 쿼티를 고수하다 시대에 뒤쳐졌습니다. 이 두 기업은 과거의 성공 요인을 계속 답습해왔고 혁신이 없어서 망한 사례로 자주 나옵니다. 반면 삼성은 그런게 없었죠. 핸드폰에서는 부끄럼없이 애플의 방식을 따라했습니다. 시장이 원했고, 하드웨어에 강한 삼성이었기 떄문에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12. 애플도 "한손으로 잡을 수 있는 핸드폰”, “핸드폰은 항상 작고 가벼워야 한다"라는 스티브 잡스가 세운 두가지 공식이 있었지만 애플은 스스로 이걸 깼습니다. 그리고 삼성을 따라한다는 손가락질을 당할 위험이 있음에도 시장의 요구에 따라 패블릿을 출시했습니다. 시장의 요구에 움직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던 잡스의 애플과 다르지만, 그 방향에서 최적의 답을 찾기 위해 기다린다는 점에서 잡스의 애플과 같습니다. 저는 애플의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합니다.

  13. 최초 구상 단계의 제품은 한 천재의 머리속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제품을 둘러싼 환경도 계속 변화합니다. 팀쿡의 애플은 정말 필요하다 싶을 때 스스럼없이 이 변화를 수용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애플의 방식대로 재 탄생시킵니다. 혁신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해도 항상 아이폰은 같은 제품들보다 한세대~두세대씩 앞서 있었습니다. 이건 팀쿡의 애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14. 과거 잡씨 고집 30년으로 운영되던 소규모 장인 길드 같은 잡스의 애플은 이제 없습니다. 애플 규모의 회사가 영영 그렇게 움직이기도 힘든 일이죠. 스마트폰은 이제 상향 평준화가 될대로 되서 비싼 제품이든 싼 제품이든 거의 차이가 안납니다. 그럼에도 애플은 외부 환경에 아메바처럼 유연하게 적응해가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 그래서 애플이 당분간은 여전히 잘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5. 월터 모스버그도 비슷한 의견이었던 것 같네요. It’s Tim Cook’s Apple Now

  16. 제품 발표 장에서 U2의 공연을 하고, 애플 사용자들에게 U2 앨범을 무료로 선물하는 것도 애플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갠적으로는 제품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했지만, 애플에게는 멜론이나 벅스처럼 음악도 중요한 산업 분야입니다. 마지막의 U2 공연은 애플의 정체성을 알리는 듯한 마무리였습니다.(갠적으로는 시계 정보가 많이 안나와서 아쉽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