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무인코딩 동영상 재생기들과 AC3, DTS 라이선스

아이폰 생태계에 뒤늦게 탑승하면서 무인코딩 동영상 재생기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_- 전 지금까지 아이팟에서는 동영상을 다 인코딩하면서 보고 있다가 번거로워서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확실히 아이폰은 국내 환경에서 동영상을 보기엔 너무너무너무나도 번거롭습니다. 일단 아이폰에서 지원하는 동영상 타입 자체가 국내에서 잘 안쓰이는 타입이고 무엇보다도 국내에 만연히 유통되고 있는 SMI 자막 포맷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폰에서 원래 재생되는 동영상이라고 하더라도 자막 때문에 인코딩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더랬죠.

그렇다보니 이 무인코딩 동영상 재생 앱 업계(?)에서는 한국인 개발자들이 만든 AVPlayer나 Direct Player 등의 앱들이 인기가 높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이러한 앱에 대한 최대 니즈는 바로 한국 사용자들이기 때문이지요.

(아마 안드로이드가 한국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에는 이런 측면도 한몫한다고 봅니다. 물론 아이튠즈가 구글 플레이처럼 국내에도 컨텐츠를 달고 나오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또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최근 무인코딩 동영상 재생 앱들이 AC3 디코더와 DTS 디코더를 앱에서 제거하고 있습니다. AC3와 DTS 코덱을 관리하는 돌비에서 Apple 장치들에는 라이선스를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코덱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은 때문입니다. 게다가 DTS는 하드웨어하고만 라이선스를 맺고 있기 때문에 애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앱 제작사 측에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이중 AVPlayer는 돌비와 라이선스를 맺어 AC3 코덱을 지원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조금 이상합니다. AC3와 DTS 코덱은 하드웨어에 맺는 라이선스라지만 MPlayer나 VLC 같은 동영상 재생기에서는 이러한 코덱으로 인코딩된 동영상들이 무리 없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MPlayer나 VLC 모두 오픈소스 코덱인 ffmpeg와 libav를 쓰고 있는데 여기에 AC3를 디코딩할 수 있는 코덱도 포함이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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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SMPlayer로 AC3로 인코딩된 동영을 재생하여 코덱을 살펴보면 ffac3라는 ffmpeg 내에 포함되어있는 AC3 디코더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ffac3는 AC3을 디코딩할 수 있도록한 오픈소스 코덱입니다. 당연히 돌비의 코덱 품질 유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아이폰에서 많이 쓰이는 AVPlayer와 Direct Player, Oplayer 등의 무인코딩 동영상 재생기들도 아예 처음부터 앱을 만든 것이 아니라 ffmpeg와 libav 같은 오픈소스 기술에 기반한 앱들입니다. 그 증거는 ffmpeg에서 AVPlayer와 Direct Player 등이 GPL을 위반했다고 썼던 글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아이폰 AVPlayer가 ffmpeg 라이센스를 위반했다는 군요

지금은 라이선스 이슈가 해결되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AVPlayer가 ffmpeg를 사용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Direct Player도 마찬가지겠지요. 초기에 무인코딩 동영상 재생기들에서 AC3로 인코딩 된 동영상의 소리가 났던 것도 ffmpeg내에 포함되어있던 ffac3를 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ffac3가 무인코딩 동영상 재생기에서 제거되고 있는 이유는 “It’s Playing” 앱의 개발자 말을 들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From version 3.8 onwards, we have been forced to disable It’s playing access to AC3, EAC3 and MLP encoded audio. AC3 is a widely used format present, for example, in DVDs. The reason for this restriction is that It’s playing’s usage of the open-sourced, free, FFmpeg decoding library has been seen as an infringement of AC3 patents by the holders. Many other open-source and closed-source applications are using this technology.

요약하자면 AC3의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소유주들이 코덱의 파편화를 우려하여 ffmpeg에 포함되어있는 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막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에 따르면 무인코딩 동영상 재생기 뿐 아니라 MPlayer나 VLC를 비롯, 곰플레이어, KMPlayer 등에서 AC3나 DTS 동영상에서 소리가 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라이선스 위반입니다. 왜냐하면 AC3, DTS 코덱의 소유주(특히 돌비)들은 ffac3 코덱의 사용 자체를 문제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컴퓨터에서는 무리 없이 AC3나 DTS로 인코딩된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돌비는 굳이 애플 장치에서"만" ffac3의 사용 문제를 걸고 넘어진 것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만연히 퍼져있는 ffac3의 사용을 컴퓨터 앱에서도 막게 되면 코덱 자체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겠죠. 반면 미디어 코덱 계에서 또 하나의 큰 손인 애플을 견제하고 생태계를 확실히 구분 지으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오픈소스는 털어도 돈이 안되지만 애플은 털면 돈이 되기 때문이겠지요.

어쨌든 AVPlayer나 Direct Player 등은 돌비의 코덱을 쓰지 않고 오픈소스 코덱인 ffac3 코덱을 사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사용 자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ffac3 코덱 자체에 문제를 건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문제는 컴퓨터에서는 여전히 잘 쓰이고 있는 기술을 왜 애플 장치에만 문제를 제기하느냐.. 일 듯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컴퓨터의 모든 동영상 재생기에도 해당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최근엔 오디오 압축 기술이 AC3에서 애플이 만들어내고 관리하는 AAC로 넘어가는 추세인데 어쩌면  이런 사건들이 대세를 AAC로 넘어가게 만드는데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