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 매직 키보드를 다시 구매한 이유

최근은 애플 커뮤니티나 뉴스 매체들에서는 WWDC 소식으로 아직도 뜨겁습니다. 새로운 발표 내용 뿐 아니라 애플 운영체제의 베타 버전을 사용하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원래 제 블로그에서도 연례적으로 WWDC를 보고난 잡생각 등을 올리곤 했었는데 예기치 않게 지른 물건이 있어서 WWDC 포스팅은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이러다가 아이폰 발표 때 쓰는거 아닌지..)

개인적으로 저에게 2020년 상반기는 건강적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스스로에게 주는 올해 생일 선물은 뭔가 쌈빡한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일선물로 무엇이 좋을지를 생일이 지나고도한달 정도를 고민해봤는데 머리속에는 한가지 밖에 안 떠올랐습니다. 바로 아이패드 프로용 매직 키보드였죠.

제 블로그를 관심있게 보시는 분들이라면 “또 샀어?” 하실 수도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 샀던 매직키보드는이미 반품한 상태였습니다. 후기에는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눈에 잘 보이는 기기였고 무엇보다 용서할 수 없는 가격이 많이 아쉬웠거든요. 이미 스마트폴리오 키보드를 갖고 있다는 부분도컸구요.

하지만 반품을 한 뒤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불현듯 계속 아이패드를 쓸 때마다 매직키보드가 아른거리는 것이었죠. 이름 그대로 뭔가 마법이라도 일어난 것인지 있을 때는 잘 모르겠더니 없어지고 난 다음에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마치 좋은 이어폰으로 들을 때는 잘 모르다가 다시 예전에 쓰던 이어폰을들어보면 그때서야 얼마나 좋은건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를 쓰다보니 예전과는 달리 어딘가 계속 아쉬웠습니다.

머리에서 생각은 떠나지 않았지만 가격과 단점들이 계속 떠올라 몇달간 고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여러가지 대안도 실험해봤습니다. 거치대에 맥용 매직키보드, 매직트랙패드라든지, 매직마우스랑 조합을 해본다든지, 스마트 키보드와 매직 마우스를 조합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죠. 하지만 이런 대안들은 여러모로 완벽하게 대체가 힘들었습니다. 일단 저 대안들은 다 무언가를 같이 휴대해야하기 때문이었죠.

결국 반품한지 몇달이 지난 후 생일을 핑계로 매직키보드를 또 사게 되었습니다. 제가 반품한 애플 제품을 다시 구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대체 저는 단점 투성이인 매직 키보드의 어디가 좋아서 다시 구매를 하게되었을까요? 인터넷에서 욕을 많이 먹는 아이패드 프로용 매직키보드지만 혹시나 구매를 몇달간 고민하시는분들, 여전히 매직 키보드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 사이에서 고민하시는 분들, 그리고 (저처럼) 매직키보드의 마수에 걸려 뭔가 합리화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정리해보았습니다.


탈부착이 쉽다

매직키보드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는 비슷해보이지만 설계 관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요 바로 탈부착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가 아닌가 입니다. 다른 서드파티 키보드에 비해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도 자석으로연결되기 때문에 탈부착이 상당히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는 항상 아이패드에 착용되어있는 것이 기본 상태입니다. 그래서 키보드를 결합한채로 태블릿으로도 쓸 수 있도록 만들어놨죠.

그에 비해 매직키보드는 애초부터 분리를 염두에 두고 만든 물건입니다. 애플 홍보 동영상에서조차 필요할때 부착해서 쓰고 필요없을 때는 탈착해서 쓰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태생부터 태블릿으로쓸 때는 키보드에서 분리해서 쓰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는 아이패드를분리하면 형태가 무너지지만 매직 키보드는 쉽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수 있죠.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태블릿으로 쓸 때 무게감이 다릅니다.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를 태블릿 모드로 쓸 때무게는 700g이 넘어갑니다. 그래서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가 태블릿 모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보통은 키보드를 떼버리고 쓰곤 하죠.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스마트 키보드는 분리가 가능한 수준이지 분리가 편하지는 않기 때문에 태블릿으로 쓸 때마다 분리하는 것은 여러모로 번거롭습니다.

반면 매직키보드는 태블릿으로 쓸때마다 분리해서 사용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아이패드를 분리해도 키보드는 형태를 유지한채 그 자리에 남아있죠. 거기에 다시 디스플레이 자리에 얹어두면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설계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태블릿 모드로 사용할 때 무게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보다 훨씬 가벼운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저한테는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인데요, 저는 하루에도 몇번씩 태블릿과 랩탑 모드를 오가면서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애초에 아이패드 키보드를 선택할 때도 탈부착은 저한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 서드파티 키보드들은 탈부착이 매우 어려운 형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주로 애플 키보드만 써왔던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탈부착도 좋은 수준이지만 매직 키보드에서는 그 과정이 너무나도 쉽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에서 탈부착하는 번거로운 과정(태블릿모드로 접은 후, 아이패드를분리하고,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를 올바르게 접어서 근처 어딘가에 놓고)을 반복하다보니 이런 과정을 디스플레이를 뗐다 붙였다로 간단하게 줄여주는 매직 키보드가 돈값을 하는게 아닐까(?)라는 이상한 생각에까지이르게 되었습니다.

극단적으로 탈부착을 많이하는 제 사용 패턴에는 매직키보드만큼 잘 맞는 일체형 키보드 악세사리는 없었고아마 앞으로도 서드파티 쪽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키보드 케이스로서는 좀 아이러니하지만 탈부착이 가장쉽다는 것, 이게 바로 제가 매직키보드를 다시 구매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일체형의 간편함

아이패드 프로를 주로 집에서 사용하시는 분들은 별도의 스탠드 + 마음에 드는 키보드 + 마음에 드는 마우스(또는 트랙패드)를 조합해서 사용하시는 패턴이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사용하는 경우 마음에 드는 키보드를선택할 수 있어 자유도가 높고 또 제가 위에서 말했던 태블릿으로서 쉽게 탈부착이 되어야한다는 요건도 충족 되기 때문에 매직 키보드 때문에 고민을 하는 동안 저도 해당 사용 패턴을 몇번 실험해봤습니다.

눈 높이에 맞는 거치대와 마이크로소프트 어고노믹 키보드, 마우스로 조합해서 해봤는데 상당히 쓸만했습니다. 디스플레이 높이도 충분히 높고 마음에 드는 키보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아이패드를 사용할 때 건강 측면에도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사실 저도 아이패드의 강점은 각각의 구성요소를 자유롭게 결합해서 쓸 수 있는모듈 컴퓨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스플레이와 시스템이 일체되어 있으니 원하는 조합대로, 원하는 폼팩터로 악세사리를 배치해 사용할 수 있는거죠.

저도 한동안 이런 패턴으로 사용했었습니다. 새삼 옆에 있던 아이맥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게다가 출근해서 회의를 하거나 외부 미팅시 회의록을 작성할 때는 이런 패턴은 전혀 대안이 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휴대성이 좋은 키보드를 결합해도 가방에서 거치대와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늘어놓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여러모로 거추장스럽습니다. 게다가 사무실 내에서는 가방을 들고다니지 않으니 그 모든 아이템을 손에 지니고 다녀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나 매직키보드 같은 일체형 키보드 들은 범용성도 떨어지고 가격도 상당히 비싸지만이런 간편함에 있어서는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어디에서든 펼치기만 하면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특히 매직키보드는 랩탑처럼 그냥 열기만하면 알아서 잘 펼쳐지기 때문에 — 한손으로는 못 펼치지만 —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보다 훨씬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매직 키보드 그 자체

저는 오랜 시간 동안 데스크탑 대신 노트북을 주력으로 사용했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소개했던 P1510부터시작해서 LG P300, 맥북 에어(2010), 맥북 에어(2013) 같이 거의 항상 메인 컴퓨터는 노트북이었습니다. 그래서 키보드도 데스크탑에서 많이 쓰이는 엠브레인이나 기계식 키보드가 아닌 팬타그래프(가위식) 키보드가 더 익숙하고 더 선호합니다.

팬타그래프(가위식) 키보드는 일반적으로 두께 때문에 노트북에 많이 차용되지만 누르는데 힘이 많이 들지않고 키의 어떤 부분을 가볍게 눌러도 정확하게 인식이 되기 때문에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가벼우면서도 쫄깃하고(?) 경쾌한 키감도 갖고 있어 다른 키보드보다 팬타그래프로 키보드 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노트북 뿐 아니라 데스크탑 키보드 중에도 이런 방식을 갖고 있는 키보드들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애플 데스크탑에서 사용되는 매직키보드2가 있습니다. 매직키보드2는 꽤 훌륭한 가위식 키보드입니다. 두께 자체도얇아 휴대에도 문제가 없고 키감도 적당히 가벼우면서도 경쾌합니다. 애플은 한동안 맥북에서는 버터플라이라는 문제가 많은 키보드 방식을 유지해왔지만 최근에 출시되는 맥북부터 다시 가위식으로 돌아오면서 이름을 매직키보드라고 지었습니다. 예전 가위식 키보드로 돌아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겠죠. 아이패드 매직 키보드도 이름 그대로 같은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직 키보드는 키감만 봤을 때는 아이패드 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체형 키보드 중에 가장 좋은 키감입니다. 로지텍이나 서드파티 키보드도 훌륭하긴 하지만 매직 키보드는 맥북이나 아이맥에서 사용되는 매직 키보드와 거의 동일한 느낌입니다. 덕분에 아이패드 프로 용 매직 키보드를 쓰면서 예전에 사용하던 맥북 에어(2013)를 쓰는 것 같은 향수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긴 글을 작성할 때 피로도 부분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로도 장문의 포스팅을 많이 쓰곤 했었지만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는 묘하게 오타가 많이 나곤 합니다. 또 스마트 폴리오 특유의 바닥을 두드리는 키감도 손의 피로함을 더하는 요인이었죠. 반면 매직키보드는 좀 더 깊이 눌리면서도 경쾌한 맥북 키감이 그대로 살아있어 확실히 피곤함이 덜합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팬타그래프(가위식) 키보드이니 거기에 플러스 점수가 들어가겠죠.

플로팅 디자인과 마감

매직 키보드를 짧게나마 쓰다가 다시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로 옮겨갔을 때 가장 불편했던건 현저하게 낮아진 디스플레이 각도였습니다.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는 일반적인 노트북처럼 바로 키보드 위에 디스플레이가있는 형태인 반면 매직 키보드는 키보드에서 약간 떠있는 형태의 플로팅 디자인입니다. 큰 차이는 없어보여도 약간이나마 디스플레이를 눈 위치에 좀 더 가깝게 해주는 디자인이죠.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를 쓰면서 — 아니, 그 전에 제가 갖고 있던 숱한 작은 노트북들을 쓰면서도 한번도 이 각도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근데 매직키보드는 이 관점을 바꿔놨습니다. 기존의 랩탑 디자인이 불필요하게 눈에서 너무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기 시작한했습니다. 매직 키보드는 디스플레이가 키보드에서 어느정도 떠있기 때문에 눈의 위치에서 기존 랩탑 디자인보다 더 가까워 심리적으로 편한 느낌을 줍니다. 언뜻 보면 미니 아이맥 같기도 하죠.

플로팅 디자인 뿐 아니라 매직 키보드의 디자인과 마감 그 자체도 저한테는 큰 매력이었습니다. 매직 키보드의 디자인은 사실 보면 크게 특별할 것 없는 기본적인 키보드 디자인이지만 검은색의 무광으로 마무리한 외관과 마감이 상당히 멋집니다. 예전 사용기에서도 “쓰면서 기분 좋아지는 디자인”이라고 했었는데 다시보아도 그렇습니다. 좋은 디자인만으로도 이 키보드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기능이나 성능이 좋아도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디자인이라면 그것도 나름 심각한 문제거든요.

아이패드를 랩탑으로

예전 사용기에서는 매직키보드가 아이패드를 랩탑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실 그건 잘못된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만약 아이패드가 탐이 나긴하는데 랩탑 역할을 하기를 바라신다면 매직키보드는 꽤 훌륭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매직키보드를 추가한다고 해서 아이패드가 맥북이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랩탑의 작업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매직키보드는 아이패드의 생산성을 몇배는 올려줄 물건이라고생각합니다. 트랙패드를 제대로 지원하는 앱은 거의 맥북에서 하듯이 비슷한 패턴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익숙함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많은 분들이 무게에 대해 혹평을 하시고 걱정을 하시지만 의외로 무게는 쓰다보니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이것도 뭔가 마법 같네요) 아이패드 프로 11인치는 예전 맥북에어 11인치와 동일한 1.06kg의 무게로 늘어납니다. 심지어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는 13인치 맥북 에어보다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매직 키보드는 대부분의 랩탑처럼 책상이나 무릎 같은 곳에 올려놓고 쓰는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맥북 프로의 무게가 아무리 무거워도 그걸 항상 체감하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사용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책상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는 기본적으로 손에 들고 쓰는 물건이라 무게에 민감하지만매직 키보드와 결합하게 되면 어딘가에 놓고 써야하는 랩탑이 됩니다. 그래서 매직키보드의 무게가 무거워진 것에 비해 그 무게가 항상 체감되진 않습니다. 손에 들고 써야할 일이 있을 때는 분리해서 써야하기 때문에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나 다른 서드파티 키보드들에 비해 어떻게 보면 오히려 더 가벼워졌다고 볼 수도 있죠.

이렇게 정리하고보니 매직 키보드는 사실 키보드 케이스라기 보다 랩탑 쉘(Laptop Shell)이라고 보는게 더적합하지 않은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랩탑 쉘은 모듈형 스마트폰이 유행하던 시절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랩탑처럼 쓸 수 있게 해주던 악세사리인데요, 시스템은 없지만 키보드와 트랙패드, 디스플레이를 갖고 있는 완전한 랩탑 모양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으로 예전 모토로라 아트릭스의 Laptop Dock이 있고, 삼성 폰의 Dex를 이용한 랩탑 쉘도 있었죠.

매직 키보드는 카테고리상으로는 키보드 케이스이긴 하지만 키보드, 트랙패드, 충전단자 같은 랩탑 패키지가 포함되어있고 디스플레이와 시스템만 아이패드 프로가 담당하고 있는 형태인데, 이 정도면 랩탑 쉘이라고 불러도 충분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대부분 랩탑 쉘은 핵심만 빠진 랩탑과 마찬가지라 저가형 랩탑에 맞먹는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애초에 애플이 매직 키보드를 아이패드 프로 용 랩탑 Dock이라고 불렀으면 비싸다는 욕은 덜 먹었을까요?

매직 키보드는 정말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조금은 길게 매직키보드를 구매한 변명과 합리화를 해보았습니다. 저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매직키보드를 다시 구매했고 지금은 반품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의 생각은 다를수 있겠죠. 위에서 언급한 장점들이 있음에도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쓰레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매직 키보드가 그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으려면 한가지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바로 아이패드를 쓸 때 키보드를 절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사용 패턴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애플펜슬의 사용 패턴이 더 많다면매직 키보드는 전혀 매력적인 물건이 아닙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분리해서 태블릿처럼 쓸 수야 있지만, 굳이 다른 좋은 대안들을 놔두고 매직키보드를 써야하는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매직키보드를 뒤집어서 사용하거나 아이폰을 중간에 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봤는데 그러느니 스마트 폴리오 같은 악세서리를 이용하는 편이 더 현명하고 저렴한 대안입니다.

저 같은 경우 애플 펜슬을 구매하긴 했지만 제 애플펜슬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림이나 글씨를쓰는데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14만원짜리 포인팅 스타일러스로 역할을 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워서 항상 아이패드 위에 붙여놓고 쓰고는 있지만 과연 여기에 14만원이나 투자할 가치가 있었는지 항상 되묻곤 합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애플 펜슬보다는 매직 키보드가 더 훌륭한 악세사리일겁니다.

제 그림 수준에서 애플 펜슬은 사치에 가깝습니다.

매직키보드를 구매하고자 고민하고 계신다면 유투브나 블로그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기보단 스스로의 사용패턴을 분석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심플하게 아이패드로 필기나 그림을 그릴 것인지, 문서를 작성할 것인지로 나눠보면 되겠죠. 필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것이라면 애플펜슬이, 키보드를 이용한 문서 작업이나글 작성에 많이 사용할거라면 매직 키보드가 가장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

여러가지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제 결론은 아이패드에서 키보드를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그 가격에도 충분히 추천할만한 악세사리라는 것입니다. 쓰다가 없으면 예전에는 어떻게 썼었지 싶을 정도에요. 다만 애플펜슬을 많이 쓴다면 비추입니다. 훨씬 가볍고 실용적인 스마트 폴리오가 훨씬 좋은 선택입니다. 아이패드가 랩탑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한테도 상당히 훌륭한 선택입니다. 키보드, 트랙패드, 충전 단자까지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모든 랩탑 패키지가 단돈 38만원(12.9는 44만원)인 셈이니까요. 사실 앞으로 더 훌륭한 대안이 애플 이외의 회사에서 나올 것 같진 않기도 하구요.

혹시 아직도 매직키보드에 대해서 고민 중인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이 여러분의 지름에 좀 더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 이미 애플의 호갱이 되었으니 여러분도 그 기회를 놓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특히 저 같이 아이패드 프로 3세대 사용자라면 꽤 저렴한(?) 가격으로 새 기기로 업그레이드한 느낌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덧. 이번 매직 키보드는 쿠팡에서 구매했었는데 운좋게도 최저가 시점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봐야 37만원대였지만(…) 그래도 치킨 한마리 값만큼이라도 싸게 주고 사니 죄책감이 조금이나마 덜 드네요.(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