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를 산 당신에게 : 아이패드 에어랑 비교해보는 아이패드 프로의 장점

아이패드 에어가 드디어 한국에도 출시되었습니다. 아이패드 에어가 출시됨에 따라 사실 가장 고민에 빠진 분들은 기존에 아이패드 프로를 사신 분들이거나 아이패드를 사려고 계획 중인 분들일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 에어가 프로의 많은 요소를 가져온데다 심지어 프로세서도 A14를 탑재하면서 아이패드 프로보다 속도도 일정 부분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아이패드 사용자에게 아이패드 에어는 가장 좋은 대안일 것입니다. 하지만 굳이 아이패드 프로 사용자가 아이패드 에어로 인해 속 쓰릴 이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 에어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아이패드 프로에 있던 많은 고급 요소들도 그만큼 빠져있기 때문이죠.

이번 글은 아이패드 프로 구매자로서(2018년 모델이긴 하지만..) 아직 아이패드 프로가 에어보다 괜찮은 이유 몇가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Face ID

이번 아이패드 에어 4세대는 아이패드 프로와 동일한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아이패드 에어 전세대와 동일하게 지문 인식(Touch ID)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화면에서 베젤이 사라지면서 홈버튼도 같이 사라졌지만 전원 버튼에 Touch ID를 탑재하고 있죠.

물론 마스크를 쓴채 일해야하는 코로나 시대에는 Touch ID가 더 편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에서 키보드와 함께 Face ID로 잠금 해제하는 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Face ID는 그저 아이패드 앞에 앉은 채 스페이스(또는 트랙패드)만 눌러주면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잠금이 해제됩니다. 사실 이 과정이 너무 편해서 맥북에는 왜 Face ID가 탑재되지 않는지 이상할 정도입니다. 맥북에서도 Face ID를 쓴다면 뚜겅을 열자마자 바로 잠금 해제되는 것도 가능할텐데 말이죠.

Touch ID로 잠금 해제하는 것도 불편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손을 뻗어 전원 버튼을 누르는 과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이패드 프로만큼은 편하지 않을 것 입니다. 동작이 하나 추가되는, 별 것 아닌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패드를 자주 쓴다면 잠금 해제만 해도 하루에 몇 십번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용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일겁니다.

120hz 프로모션 디스플레이

매장에 전시 되어있는 아이패드 에어를 만져봤을 때 Face ID의 부재보다도 사실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120hz 디스플레이의 부재였습니다. 의외로 메인 화면에서 가로 스크롤만 한번 해봐도 확 눈에 띄더군요. 사실 아이폰도 아직 60hz를 쓰는 마당이라 120hz의 부재는 큰 문제가 아닐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가장 의외인 부분이었습니다.

사람의 눈은 간사하기 때문인지 아이폰에서 60hz는 별로 문제가 아니었지만 같은 아이패드 화면에서 스크롤의 주사율이 달라지는 것은 확실히 눈에 띄었습니다. 그 외에도 스크롤이나 기타 UI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끊김이 눈에 살짝 보였습니다.

물론 많은 보통 사용자들에게 120hz 주사율의 디스플레이는 사치스러운 사양이긴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프로를 쓰다가 봤을 때는 생각보다 그 변화가 눈에 띄었다는 점이죠. 어쩌면 저도 프로 아래 사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4채널 스피커

아이패드 프로는 4채널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는데 반해 아이패드 에어는 2채널 스테레오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아이패드 프로로 동영상을 보다보면 4채널 스피커를 크게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가끔 블록버스터를 볼 때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정도?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의 4채널 스피커는 전부 디스플레이에 붙어있는 형태기 때문에 체감하기엔 좀 힘든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120hz 프로모션 디스플레이처럼 4채널 스피커도 프로를 사용하던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체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일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아이패드 프로 2세대를 쓰다가 아이패드 에어 3세대를 썼을 때도 크게 체감이 되었기 때문이죠. 확실히 4채널로 듣다가 2채널로 돌아가면 입체감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다만 이번 아이패드 에어 4세대의 경우 전세대와 달리 스테레오 스피커가 가로 방향 기준 양쪽에서 소리가 나도록 변경되었기 때문에 전세대만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화면 크기

화면 크기는 아이패드 프로를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 같습니다. 13인치 수준의 아이패드를 찾고 있다면 현재로서는 아이패드 프로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 에어는 10.9인치 크기로, 아이패드 프로 11인치보다 0.1인치 작은 수준입니다.

화면 크기는 단순히 크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같은 아이패드 프로라도 11인치와 12.9인치는 인터페이스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아이패드 프로 11인치에서 메모 앱은 2열로만 쓸 수 있지만, 12.9인치에서는 3열로 쓸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11인치(아이패드 에어와 동일)에서 메모 앱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에서 메모 앱

메모 앱 외에도 많은 앱에서 아이패드 11인치와 12.9인치의 UI 설계는 약간씩 다릅니다. 이런 경험은 12.9인치를 11인치보다 좀 더 랩탑처럼 만들어줍니다.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아이패드 에어는 고민조차 할 필요가 없겠죠.

아이패드 프로 11인치라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아이패드 프로 11인치와 아이패드 에어는 0.1인치 차이로 아이패드 에어가 아주 약간 작습니다. 전체 폼팩터의 크기는 동일하나 디스플레이 크기만 다르기 때문에 아이패드 에어는 아이패드 프로 11인치에 비해 베젤이 약간 두껍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정말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지 않으면 잘 모르겠더군요.(하지만 나란히 놓으면 미세하게나마 약간 신경은 쓰입니다.)

고용량 옵션

아이패드로 동영상 편집 등의 고용량이 필요한 작업을 하는 사용자라면 아이패드 에어는 아쉬울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있는 기본 모델은 64기가고, 가장 용량이 높은 모델도 256기가까지 밖에 선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이패드 프로는 128기가부터 1테라 바이트까지 고용량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편집, 음악 작업, 사진 작업 등 진정한 “프로” 작업을 하는 경우 로컬 스토리지의 용량이 많이 필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이패드로 다양한 작업을 하는 진정한 ‘프로’ 작업자라면 선택지는 아이패드 프로 밖에 없을 겁니다.

메모리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 에어는 메모리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애플은 제품 발표시 램 용량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하지만 분해, 벤치마크 등을 통해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아이패드 프로의 램 용량은 모든 모델이 6기가를 탑재하고 있는데 반해 아이패드 에어는 4기가를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메모리는 다양한 멀티태스킹 작업에서 빛을 발합니다. 6기가 램도 다른 기기들에 비하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4기가 램을 탑재한 아이패드 에어는 확실히 멀티태스킹 능력에서 프로에 밀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프로 3세대=4기가)에도 글을 쓰다가 이미지 때문에 다른 사이트를 갔다오면 리프레시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곤란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메모리는 기기의 수명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현재 아이패드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수명은 프로세서보다는 램 용량에 따라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A8 프로세서를 사용했던 아이폰6은 iOS14 업데이트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같은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아이패드 미니4는 이번 iPadOS 14 업데이트를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현상이 아이폰6의 메모리는 1기가였지만 아이패드 미니 4의 메모리는 2기가였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개인적으로 전 아이패드 미니4가 현역으로 판매된 기간이 워낙 오래되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만..)

프로세서

사실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프로 사이에서 가장 고민되는 포인트는 바로 프로세서의 성능 문제일겁니다. AP의 이름만 봤을 때는 아이패드 에어 쪽이 아이패드 프로보다 훨씬 좋은 CPU를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패드 에어는 A14, 아이패드 프로는 A12Z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죠.

A14는 A12보다 두세대 뒤의 프로세서이기 때문에 당연히 A14의 성능이 월등합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에 쓰인 A12’Z’의 경우 A14보다 코어의 숫자가 더 많이 있어 실제 성능은 조금 애매하게 차이가 납니다.

벤치마크를 보면 A14는 A12Z보다 싱글 코어 성능에서는 확실히 압도하지만 멀티 코어 성능은 10% 정도 느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GPU의 경우에도 A12Z 쪽이 좀 더 스펙이 좋기 때문에 미세하게 더 좋습니다. 물론 이 성능 차이가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 에어의 가격 차이를 정당화할만한 차이는 아니기 때문에 고민만 더 깊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아이패드 프로의 A12Z조차도 제 성능을 100% 다 발휘할만한 일이 아직 많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대비했을 때는 A14X가 탑재될 미래의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하는게 맞겠지만, 현재로서는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된 A12Z도 그다지 나쁜 선택지는 아닐 것 같습니다.

마무리

제가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했던 2018년만해도 아이패드 라인은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 밖에 없었습니다.(물론 아이패드 미니도 있었지만 오래된 4세대였기 때문에 논외..) 아이패드는 엔트리 레벨의 사용자가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아이패드 프로는 당연히 고급 사용자를 위한 모델이었죠.

근데 이 중간을 메꿀만한 라인은 상당 기간 동안 없었습니다. 양 극단만 존재했죠. 아이패드 에어 3세대도 구세대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권장할만하진 않았습니다. 아이패드 에어 4세대의 등장으로 이제야 비로소 그 중간이 채워진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 에어는 전 세대에 비해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프로의 장점을 많이 가져왔고 어떤 부분은 아이패드 프로를 압도하기도 합니다. 아이패드 에어가 너무 좋아지다보니 중급기를 넘어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추천할만한 아이패드로서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아이패드 에어가 나옴으로서 아이패드 프로는 더욱 고급 사용자를 위한 기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아이폰 12와 아이폰 12 프로를 봐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굳이 프로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사용자는 아이폰12를 구매하고, 프로 기능이 필요한 사람은 아이폰 12 Pro를 구매하듯, 프로 기능이 필요한 사람들은 아무리 비싼 가격이어도 아이패드 프로 모델을 구매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여전히 아이패드 에어에 비해 한 세대 전 기기로 보이지만, 여전히 여러가지 면에서 ‘프로’다운 기기입니다. 화면 크기, 더 많은 램, 512 기가 이상의 저장 용량이 필요하다면 여전히 아이패드 프로 외에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게다가 아이패드 에어에는 없는 여러가지 부가 기능들도 있으니.. 이미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하셨거나 필요해서 구매하시고자 하시는 분들이라면 굳이 아이패드 에어를 두고 속상하거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아이패드 프로가 너무 비싸서 구매를 망설이고 있던 분들이라면 아이패드 에어만한 선택지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역대 아이패드를 분석해봤을 때 큰 변화가 있었던 모델은 그 다음 모델이 오랫동안 안나오거나(아이패드 미니 4; 아이패드 미니 5는 4년만에 나옴), 나와도 큰 차이가 없었기(아이패드 프로 3세대 vs 4세대) 때문입니다. 즉 지금이 구매 적기인 셈이죠. 본체 가격도 프로보다 크게 저렴하기 때문에 매직 키보드와 조합해도 훨씬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께는 아이패드 에어 구매를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