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Wilson Rothman/The Wall Street Journal

사지 않기로한 물건이지만 자꾸 관심이 가고 찾아보게 된다. 이번에 애플에서 새로나온 12인치 레티나 맥북 이야기다. 워낙 소형 노트북에 관심이 많은데다 이번 모델이 워낙 파격적으로 나와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이 모델에 대해 여러 정보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가장 의외의 평은 키보드 쪽이다. 애플은 버터플라이 식 키보드를 탑재해서 기존 가위식(팬타그래프)보다 키감이 좋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오히려 사용해본 사람들은 키감이 마치 맥북과 아이패드 사이에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키감이 너무 얕다는 것. 마치 살짝 눌리는 터치스크린에 타이핑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하긴 여러 사진에서도 키보드가 상당히 얇게 나오긴 했지만.. 제품의 매력이 반감되는 부분.

가장 궁금한 CPU의 성능에 대한 벤치마크 자료도 나오고 있는데 Core M CPU 제품군 중 가장 하이엔드에 있는 CPU는 2013 맥북 에어(기본형)보다 조금 느리고 2012 맥북 에어(기본형)보다 약간 빠른 편이다. 물론 이 제품에 쓰인 CPU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성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일상적인 용도로는 확실히 나쁘진 않은편. 무엇보다 OSX 같은 무거운 운영체제를 돌리려면 웬만한 성능으로는 어림없다.(항간에는 2010년 맥북 에어 수준이 아닐까..하는 추측도 있는데 2010년 맥북 에어 또한 쓰고 있는 입장에서 그건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010 에어는 요세미티 돌리기가 매우 힘들다.)

아직 정식 출시 전이기 때문에 이런 정보들로 판단하기 무리겠지만 만약 내가 지금 맥북 에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고, 가볍고 휴대하기 좋은 노트북을 사야한다면 이 제품을 택하게 될까?

내가 노트북을 선택할 때는 주로 가격, 무게, 성능이라는 세가지 축에서 판단한다. 이 세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제품은 찾기 힘들다. 다만 어디에 가중치를 두고 찾느냐에 따라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다. 내가 구매한 두 대의 맥북 에어는 내 판단에서 이 세가지 축에서 그 당시 가장 균형을 잘 잡고 있던 모델이었다.

이 기준에서 봤을 때, 나는 이 맥북을 선택할까? 솔직히 아닐 것 같다. 무게와 성능 부분은 어느정도 만족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가격이다. 이 제품의 대상이 가벼운 웹서핑과 멀티미디어 이용 및 간단한 문서 작업을 하는 “일반 사용자"라고 생각해본다면 159만원에서 200만원까지 넘나드는 이 제품을 선택할 "일반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동일한 사양에 훨씬 저렴한 윈도 태블릿이나 노트북도 이 제품과 비슷한 무게를 지니고 있거나 더 가벼운 상황이다.

만약 사용자가 애플빠거나 OSX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맥북 에어와 비교해서 더 비싸고 더 느리다. "일반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기존 USB를 대체할 USB-C 악세서리와 장비를 구입해서 쓰게 될까? 글쎄. 물론 레티나와 팬이 없다는 부분은 확실히 장점이다. 하지만 배터리 시간도 동일하고 어차피 가벼운 작업을 한다면 맥북 에어도 팬이 거의 돌지 않는다. 맥북 에어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할수록 이 제품의 타겟과 강점이 점점 모호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제품이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은데, 내가 보기에 그 이유는 웬지 "애플"이라서다. 사실 애플 워치에 대한 분석도 비슷한데, "이 제품을 왜 써야하는지, 특히 금색 모델은 왜 비싼지 모르겠지만 애플이니까 사람들은 살거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플이 갖고 있는 미스테리한 파워. 지금까지 수많은 Nerd 들은 아이폰의 실패와 아이패드의 실패를 예측했지만 도저히 모르겠는 미스테리한 파워 때문에 결국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이 미스테리한 파워가 이 미래형 랩탑과 시계도 성공 시킬 것 같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Nerd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성공도 미스테리한 힘이 아니라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제품만은 솔직히 와닿지 않는다. 시계의 경우엔 빈칸을 채우는 것은 서드파티 개발자들의 몫이 아직 남아있기 떄문에 판단하기 이르지만, 맥북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단지 무게 때문에 159만원을 워드 용도의 컴퓨터에 지출할만한 사용자를 위한 컴퓨터일까? 음. 만약 이 제품이 다른 애플 제품처럼 성공한다면 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또 한번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