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그리고 좋은 날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중요한 날이라 여의도로 떠났다.

여의도 근처의 샛강 역에 도착했는데 여기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지난 주에는 역 자체는 전혀 문제 없이 나갔는데 나가는 길부터 사람들이 많아서 심상치 않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확실히 나와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7일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나온 느낌이었다. 체감은 세베 정도는 되는 느낌이었는데 주최측 추산으로 200만명 정도 모였다고 한다.

날씨도 7일보다 추웠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그런지 7일보다 따뜻했다. 오늘은 제발..

모인 사람들은 7일보다는 표정이 좋아보였다. 분위기도 따뜻한 느낌이었고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국회 표결이 임박한 시점이었다. 표결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잠시 조용해졌지만 다시 노래와 구호를 외치면서 다들 결과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역사적인 장면.

가결 결과가 발표되자 분위기가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모두들 얼싸안고 기뻐했다. 앞에 있는 아저씨들은 모두 초면인 분들이었는데 다들 얼싸안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했다. 모두가 기뻐했다.

가결 소식을 듣고 돌아가는 길에 여의도 공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경을 보았다. 원래는 바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이 광경에 여의도 광장에서 한참을 더 노래와 구호를 외치며 사람들과 즐겼다.

나는 이 풍경에서 또 한번 희망을 보았다.

콘서트에서는 모르는 노래(요즘 노래), 아는 노래(옛날 노래)가 번갈아 나오는게 좋았다. 노래를 알든 모르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라서 좋았다.

여의도 버스 정류장에서 어떤 여학생이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 시작인데 뭐. 한번 해봤으니까 또 할 수 있어”

가결되는 장면보다 이 통화를 들었을 때 웬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주책인가(…)

집에 돌아오는 길은 당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어서 두시간 정도 걸어왔다. 발이 아팠지만 기분은 가벼웠다.

그렇게 집에 왔는데 도어락이 고장났다. 좀 오래된 도어락이라 고장이 언젠가 날 줄 알았지만 하필 그게 오늘이라니.. 발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지만 일단 집에 들어가야 하기에 긴급 출동을 불렀다.

긴급 출동하신 기사님이 도어락 수리하는 광경을 보니 살벌했다. 말그대로 자물쇠를 구멍으로 뚫어서 뜯어내는.. 출장 비용 + 도어락 교체 비용이 들었다.

그렇게해서 방금 들어왔다. 오후 두시에 나갔다가 지금(11시) 들어온 셈.

나라의 큰 일이 한 고비를 넘는 현장을 목도하고 오자마자 일상의 문제를 맞닥뜨린 날이었다. 그래 나는 일상을 살아야지. 하지만 적어도 오늘은 편안히 잘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