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까지 가는 길

왜 제목이 하멜른까지 가는 길이냐면 오늘 여행의 대부분은 기차였기 때문에(..) 쾰른에서 하멜른까지 장장 네시간 반 정도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

보통 독일 도시들을 잇는 ICE(이체) 선을 타고 가면 쾰른에서 베를린까지 두시간 정도면 갈 수 있지만, 하멜른은 쾰른과 베를린 사이에 있음에도 완행 열차를 타야해서 시간이 무한정 늘어버렸다.

그래도 기차에서 독일시골 풍경 감상은 실컷했다

그럼에도 하멜른에 반드시 와야했던 이유는 단 하나, 쥐 빵 때문이었다.

하멜른은 피리 부는 사나이의 배경이 되는 도시로, 애초에 시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데려온 이유가 바로 쥐 떼 때문이었다. 피리를 이용해 쥐 떼를 해결한 뒤, 도시에서 제대로된 보수를 주지 않자 피리로 도시의 아이들을 홀려서 데리고 달아났다는 전설이 있는 도시다.

피리 부는 사나이도 유명하지만 그 원인이 되는 쥐도 워낙 유명하다보니 도시 곳곳에 상징이 남아있는데 쥐 빵도 그 중 하나다.

어린 시절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였는지 <시관이와 병호의 세계여행>을 리메이크한 <데굴데굴 세계여행>이었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어린 시절 하멜른에서 판매하는 이 쥐빵을 보고 이게 먹는건지 인형인지 너무도 궁금했다.

이렇게 생겼다.

빵으로 굽는거니 빵은 빵이지만 너무 딱딱해서 먹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또 어딘가에서는 먹는거라고 하기도 하고 장식용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국내외에서 제대로 설명해놓은 곳이 없어서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다만 쾰른에서 하멜른까지 기차 타고 오는데만 너무 시간을 허비해서 하멜른에 도착하니 이미 네시였다. 하멜른의 빵집은 다섯시면 다 닫기 때문에, 서둘러서 빵집 하나에 들어가 쥐 빵을 발견하긴 했는데 현금만 받는 곳이어서 결국 못 사고 말았다(우씨) 숙소에 돌아와 현금을 들고 오긴 했지만 이미 빵집은 문 닫은 후..

아쉽지만 내일 구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쥐빵을 포기한 후 도시 관광 시작. 하멜른은 1시간 저오면 시내를 다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도시다. 쥐 빵 때문에 오긴 했지만 이런 독일의 지방 소도시도 보고 싶었던 목적이 있어서 한동안 하멜른을 걸어보았다.

피리부는 사나이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최신 브랜드도 들어와있지만 여전히 동화속 마을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엄청 큰 놀이공원에 온 느낌. 에버랜드의 유로 빌리지 였나..? 를 엄청 확대해놓은 느낌이었다.

한창 크리스마스 마켓 준비로 바빠보였다. 크리스마스 미켓이 완성되었으면 더 이뻤을텐데.. 시기상 그건 어려울 것 같았다.

정말 작은 도시라 동양인인 우리 일행은 어딜가든 시선이 집중되는 느낌이었다. 파리나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시선.. 요즘은 관광객도 없는건지 한국인이 아니라 아예 동양인 자체가 이 도시에 우리 밖에 없는 느낌이었다.

지나가던 청소년(?)들은 우릴 보고 “사랑해”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해주었다. 역시 KPOP의 파급력인지.. 제대로된 인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작은 도시에 아이들에게 알려진 한국말이 “사랑해”라서 좋았다.

오늘 쥐빵을 샀으면 좋았겠지만 일단 쥐빵은 내일 아침에 사는걸로 하고 오늘 하멜른 관광은 이렇게 마무리. 하멜른을 좀 더 봤으면 좋겠지만 내일은 마지막 여행지인 베를린으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