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필동에 가서 함박 스테이크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실만한 맛집이죠. 평일이라 그랬는지 식사 때가 아니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운이 좋게도 줄도 안서고 바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필동 함박스테이크는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함박 스테이크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저는 함박 스테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분명 맛있는데, 왜 줄서는 맛집인지도 알겠는데, 또 오고 싶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습니다. 어쨌든 저는 함박 스테이크 자체를 안 좋아하니까요. 그 때 처음 “취향이 안맞는 음식이 엄청나게 맛있을 때”의 감정을 느껴봤습니다.
이게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저는 RPG 장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뭔가 안맞는 느낌입니다. “캐릭터를 키운다”라는 개념 자체가 이걸 언제 키우나 싶기도 하고.. 레벨 시스템 자체가 스토리를 즐기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게임들, 아니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 장르는 RPG가 많습니다. 그 유명한 <젤다의 전설>도 그렇고, <위처> 시리즈, <사이버펑크 2077>, <엘든링>, <다크소울>, <발더스 게이트> 등등 요 몇 년간 GOTY를 엄청나게 받았던 게임들 전부 RPG입니다. 저한테는 필동에서 먹었던 함박 스테이크 같은 게임들인거죠.
RPG에 도전하지 않았던건 아닙니다. 집에 있는 스위치로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을 구매해서 플레이했었고, <위처3>, <사이버펑크 2077> 도 구매해서 플레이했습니다. 문제는 전부 초중반 쯤에 다 관뒀다는겁니다. -_- 왜 명작이라고 불리는지는 알겠지만 결이 다른 느낌이랄까. 특히 <젤다의 전설> 같은 경우는 “이 정도면 진짜 나는 RPG랑은 아예 안맞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RPG랑 진짜 안맞는다고 생각했던 계기 중 또 하나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도 있었습니다. <어쌔신 크리드>는 장르적으로는 액션 어드벤처인데, <어쌔신 크리드 : 오리진>부터 RPG 요소를 차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즐겨 하던 시리즈 중 하나인데(이전 작인 블랙 플래그는 모든 사이드 미션까지 다 클리어) 딱 오리진부터 플레이를 포기했습니다. 오리진도 그렇고, 그 다음 편인 오딧세이도 해보려고 부던히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했죠. 이 정도면 거의 확고한 취향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괴롭습니다 -_- 게임을 좋아하는데 최근 맛집이 전부 RPG들이라 괴롭습니다. 예전에 나왔던 <컵헤드>나 <아머드코어6> 같은 게임들을 하면서 연명(?)하고 있지만 예전 <바이오쇼크> 시리즈나 <포탈>, <하프라이프>처럼 다른 장르에서도 GOTY를 받을만한 게임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