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로 넷플릭스에서 영화 하나를 보려고 했습니다. 가족이랑 다 같이 팝콘도 세팅하고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또 스피커가 말썽이었습니다. 갑자기 소리가 나오다 말다하거나 끊겨서 도저히 정상적으로 영화를 볼 수 없었습니다.
저희 집 거실에 있는 스피커는 Airplay를 지원하는 IKEA의 Symfonisk 스피커입니다. Sonos에서 제조한 네트워크 스피커(스마트 스피커 같은)죠. 평소에는 Sonos 앱으로 음악 재생에 쓰다가 영화를 볼 때 Apple TV를 통해 Airplay로 연결해서 보고 있습니다.

Airplay가 잘 연결될 때는 좋은데 안될 때는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에어플레이 때문에 여러 번 삽질했었고 원인도 알았지만, 결국 완벽하게 해결하진 못했습니다.
이 이슈는 원래도 알고 있었던 이슈였지만 이번에 영화를 보려고 하다가 기술적 이슈로 못 보게 되니 좀 기분이 안 좋더군요. 해결 방법은 알고 있으니 임시 방편적인 해결은 가능했지만 영화보다 말고 노트북 펴고 이것저것 조치하다보면 다 세팅해놓은 분위기를 망치기도 하니까 말이죠.
이쯤 되니 저 스피커 두개 가격으로 그냥 사운드바나 더 좋은 스피커 시스템을 구성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선으로 된 사운드 바 같은거로 말이죠. 아니, 그냥 블루투스 스피커였어도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이 스피커에 들어간 최신 기술이 오히려 독이 된거죠.
또 얼마 전에는 집에서 쓰는 스마트 전구가 차례로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이슈는 아니었습니다. LED 전구가 오래간다고 해도 오래 쓰다보면 수명이 다하긴 하니까요.
문제는 스마트 전구의 가격입니다. 스마트 전구는 일반적으로 같은 LED 전구보다 5배 정도 더 비쌉니다. 다이소에만 가도 더 오래가고 더 밝은 전구가 3천원인데, 스마트 전구는 2만원 ~ 3만원 정도입니다.
이쯤되니, 이 굴레를 끊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저 집에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불 꺼지고, 해지면 자동으로 불 켜지는 기능을 위해서 들인 비용이 무시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밝기 조절이나 색상 변경 같은 기능도 안썼거든요.
그래서 동네 이마트에 가서 1+1 하는 필립스 전구를 네개 사서 집에 있는 스마트 전구를 모두 일반 전구로 교체해버렸습니다.
물론 스마트 전구에서 일반 전구로 오니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스위치로 껐다켰다 하니 삶 자체가 좀 더 단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 전구는 허브를 연결하고, 공유기와 연결하기 위해 앱을 설치하고, 공유기와 연결하면 Homekit 연동을 하고, 또 같은 공간의 전구들은 그룹 세팅을 해주고, 시리로 전구 제어하는 명령을 테스트하고, 또 애플이 지원을 끊으면 홈 허브로 사용할 기기를 바꿔주고 등등… 했어야 했습니다.
이마트에서 사온 전구는 그냥 돌려서 끼우면 끝이었습니다. 집에 있는 스위치로 껐다켰다 하면 끝! 인거죠. 집에 인터넷이 안된다고 안켜지거나 꺼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최신 기술이 가져다주는 혜택은 분명 좋긴 하지만, 신뢰성 측면에서 보면 요즘 기계들이 예전 기계들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최신 기술이 가져다 주는 혜택에 비해 기기들의 신뢰성은 너무 떨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옛날이 무조건 좋았다는 레트로 찬양은 아닙니다. 블루투스 이어폰도 유선 이어폰에 비해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무선이라는 압도적인 혜택이 있죠. 저는 아무리 유선이 신뢰성이 좋다고 해도 다시는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혜택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위에 있던 스마트 스피커나, 스마트 전구 같은 경우, 이 제품들이 가져다 주는 혜택에 비해서 가지는 불편함과 어려움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편하자고 엄청난 불편과 비용을 굳이 감수하는 느낌이 드는거죠.
기술과 최신 기기를 좋아하는 저지만, 가끔은 이런 최신 기술들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을 때가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는 요즘입니다.
덧. 생각해보면 최신 기술이라는게 결국 이런 허들을 넘어야 시장에서 대세가 되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도 아이폰 이전까지는 이런 존재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