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애플 제품 발표를 보면서 추측해본 애플의 제품 라인업 변화

애플은 지금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공급해왔습니다. 맥북 라인부터 아이폰까지 상당히 다양한 제품들이 있었죠. 예전에 비해 애플의 제품 라인업은 복잡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거기엔 예전부터 적용되어오던 규칙이 적용되어 있어서 애플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었고 또 신제품이 출시되어도 어떤 재품이 출시될지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애플 커뮤니티를 보면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할지 혼란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애플의 제품 라인에 일종의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죠. 이유 없이 제품들에 갑자기 Pro 가 붙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제품은 너무 터무니 없이 신기술을 탑재하고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같은 라인에서도 제품의 가격과 성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다보니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분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되고자 최근 달라진 애플의 제품 라인업 변화에 대해 분석해보았습니다.

심플하고 쉬웠던 과거

과거의 애플 제품은 비교적 구분하기가 쉬웠습니다. 제품의 앞의 이름은 이 제품이 가진 이름을, 그리고 제품의 뒤에는 그 제품의 용도나 특성 등을 나타내는 식이었죠.

예를들어 맥북 라인에서 가장 일반적인 맥북은 “맥북” 전문 사용자를 위한 맥북은 “맥북 프로”, 가벼운 맥북은 “맥북 에어” 같은 식이죠. 같은 라인이라도 뒤에 붙는 이름에 따라 용도를 쉽게 구분할 수 있어서 선택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사실 애플 제품을 이렇게 심플하게 구분한 것은 바로 스티브 잡스의 작품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기 전 애플은 거의 저물어가는 해였습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상식에 따라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다양한 제품을 찍어내고 있었죠.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복귀한 후로 제품 라인업을 심플하게 정리했습니다. 그 유명한 사분면 방식이죠.

X축은 전문 사용자(Pro)와 일반사용자(Consumer)로 구분하고 Y축은 데스크탑(Desktop)과 노트북(Portable)으로 구분하여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을 쉽게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이외의 제품 라인은 다 깨끗하게 정리해버렸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방법으로 집중해야할 제품을 구분하고 이 제품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동시에 설정했습니다. 이렇게 제품 라인을 적게 유지하여 자원을 집중하고 시장을 세분화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소비자들도 자신에게 맞는 제품이 무엇인지 쉽게 인식하고 구매하였습니다.

달라진 상황

애플은 비교적 저 사분면 방식의 라인업을 잘 유지해왔지만 스티브 잡스 생전에도 예외는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제품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데스크탑, 노트북 같은 구분으로는 라인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일단 기존 맥 제품들은 화면 크기와 성능, 무게 등의 특징은 달랐지만 기본적으로 맥OS를 실행하는 컴퓨터라는 카테고리는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라인업을 데스크탑과 노트북으로 구분하고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쉽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역시 iOS를 실행한다는 점에서 맥과 비슷하지만 해당 제품들의 카테고리는 엄연히 다릅니다. 아이폰은 전화기고 아이패드는 태블릿 PC죠. 맥에서는 19인치 파워북으로 아이맥을 어느정도 대체해서 사용이 가능했지만 아이패드는 아이폰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해당 제품들의 라인업 하나하나가 카테고리화 되고 개성이 강해진 것입니다.

상황이 달라진 또 한가지 이유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든 제품들이 경량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가볍다”라는 뜻의 “에어”가 애플 제품 카테고리에 하나씩 붙어있었습니다. 맥북 에어, 아이패드 에어 등이 그렇죠. 하지만 아이패드 에어는 사라졌고, 맥북 에어는 거의 단종 수순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더이상 ‘가볍다’는 속성은 새삼 이름을 따로 붙일정도로 대단한게 아니라 너무도 당연한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Portable 장치를 따로 구분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시장의 요구로 인해 새로운 제품은 계속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죠. 제품 라인이 서서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의 스티브 잡스가 제안한 사분면으로는 라인업 구분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몇년간의 신제품 발표로 추측해본 새로운 라인업

애플의 라인업은 몇년간 과도기에 있었습니다. 기존 사분면에서 계속 예외적인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이 라인들이 정리되지는 않은채로 있었습니다. 맥북 에어와 계속 충돌중이던 맥북 라인을 단종시켰다가 다시 맥북에어를 대체하는 목적으로 맥북을 부활시키는 등 약간 혼란스러운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러운 모습도 사실은 몇년간에 걸친 라인업 정리였다고 봅니다. 물론 아직 제품 이름들에서 이런 라인업이 반영된 느낌이 들진 않습니다. 게다가 아직도 좀 더 정리가 필요해보이죠.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어느정도 윤곽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최근 애플의 제품 발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추측해본 새로운 라인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일단 기존처럼 Pro와 Consumer를 나누는 것은 유사합니다. 하지만 그 사용자들도 한 단계 더 세분화해서 Pro 사용자들 중 일반적인 컴퓨터 성능으로 충분한 General Needs 군과 엄청난 컴퓨팅 파워나 특수 장치가 필요한 Special Needs로 나눕니다. Consumer도 일반 사용자(General User) 군과 신기술을 요구하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군으로 나눕니다.

가로 축에는 Desktop과 Portable 구분 대신 각 제품 라인을 배치해봤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각 제품의 휴대성이 의미가 사라진데다, 각 제품이 서로를 대체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데스크탑이나 휴대용 컴퓨터할 것 없이 애플의 제품 라인은 위에서 언급한 사용자들을 전부 만족시킬 수 있는 모델을 전부 갖고 있는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라인 구분에 대입해보면 애플의 제품들이 각자 갖고 있는 위치를 보다 손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일단 Pro 용 제품에는 무조건 Pro라는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예전의 구분에 비해 한가지 더 발전한 형태라면 프로 사용자들의 여러가지 수요를 만족시킨다는 것입니다. 바로 Special Needs를 가진 사용자들이죠.

일단 General Needs에 있는 제품들을 보면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했을 때 무리가 없는 제품들이 포진해있습니다. 하지만 Special Needs로 가면 Desktop에서는 무한한 확장성을, Macbook에서는 “터치바”를, 아이패드에서는 그림그리기에 용이한 더 넓은 화면을 특징으로 하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수요가 많다고 할 수 없지만 특수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는 제품들입니다.Consumer 쪽으로 보면 Early Adopter로 분류해놓은 제품들이 눈에 띕니다. 얼리어답터는 말그대로 신기술을 써보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입니다. 이런 신기술을 가진 제품들은 지금보다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Consumer에 위치해 있죠.

하지만 Consumer 용 제품이라고 해서 가격이 싸진 않습니다. Early Adopter에 해당하는 사용자들은 신기술을 가진 제품에 비용을 얼마든지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General User에 포지셔닝된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죠.(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해당 제품들은 일반적인 소비 목적의 사용에 알맞으며 엔트리 레벨에서 시작하기에도 좋은 기기들입니다.

중간 중간에 ?로 표시된 것들은 아직 해당 라인업에서 등장하지 않은 기기들입니다. 이 라인에는 애플의 신제품들로 매꿔지게 될까요? 제 추측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차기 아이패드에는 아이폰X에 들어간 기술들이 탑재될 예정이라고 하니 아이패드 쪽은 뭔가 하나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

마무리

물론 지금까지 그려본 이 라인업은 최근 제품 경향을 분석해본 “추측”입니다. 애플이 실제로 이 라인업대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기존 사분면의 라인업을 탈피한 것은 어느정도는 확실합니다.

기존의 구분을 탈피하면서 조금 정신이 없어졌지만 애플로서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일반 사용자용으로 분류되어 성능과 가격에 제한이 있었던 제품들도 고급 사용자(Early Adopter)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음껏 높은 성능을 탑재할 수 있게 되었죠.

더불어 “프로”라는 이름이 붙은 제품들은 돈버는 “프로”에 걸맞는 가격으로 은근슬쩍 리프레시 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예전 리프레시 이전의 맥북 프로는 13인치 기준으로 맥북 에어와 그다지 가격 차이가 나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 리프레시된 맥북 프로는 맥북이나 맥북에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쌉니다.

이런 효과를 통해 애플은 좀 더 사용자의 다양한 니즈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고 매출도 극대화 시킬 수 있었을 겁니다. 바로 다시 다품종 생산 체제로 돌아간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심플했던 그 때가 그립긴 합니다. 소품종만 생산하며 그 제품들에 모든 자원을 집중했던 스티브 아저씨의 공방 같았던 애플은 이제 없고 CEO 팀 쿡이 다스리는 다국적 기업만이 남았죠. 하지만 현재의 애플은 공방 같은 구조를 유지하기엔 너무 컸고 애플의 제품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대중화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높아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전략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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