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에서 <조명가게>를 봤습니다. 강풀의 원작이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원작을 전혀 못 봤기 때문에 사전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봤습니다.
저는 공포 영화나 드라마를 싫어합니다. 게임이나 영화를 선택할 때 “호러”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어도 제외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평가가 상당히 좋았던 게임 <컨트롤(Control)>도 호러 장르라서 겨우겨우 억지로 참아가면서 플레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제가 <조명 가게>를 봤으니 얼마나 사전 정보 없이 봤는지 -_- 알 수 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드라마, 미스터리라고만 설명 되어있습니다. 미스터리 장르는 또 좋아하니까요. 반쯤은 속아서 본 셈입니다.

일단 저처럼 호러에 면역이 없다면 굳이 볼 필요는 없는 드라마입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분명히 이 드라마의 장르가 호러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초반부는 분명 호러 요소가 있고 꽤 무섭기 때문에(…) 호러 장르에 약하다면 주의하실 필요는 있습니다. 일단 초반부터 귀신이 나오니까요 -_-
<조명가게>는 귀신이 등장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회에서 타자화 된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저는 그래서 이 드라마의 제목을 <조명가게>가 아니라 1화의 제목인 “낯선 사람들”이라고 해도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낯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의 깊게 보면 어딘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존재들이 눈에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을 볼 수 있지만 이상한 점을 느낍니다. 하지만 보이는 척을 해서도 안되고 이상한 점에 대해 이야기해서도 안된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 사실은 이상하게 보였던 “낯선 사람들”의 정체를 알고 보면, 사회에 섞여서 살고 있는 우리 세상의 “낯선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어딘가 다른 이들. “보통의 사랑”을 하지 못하거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이들. 이들은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들이 보이지 않거나 보여도 보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우린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드라마에서 누군가는 <조명가게> 속 골목을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하고, 누군가는 사람이 이 안에 갇혀있다고 울부짖습니다. 캄캄한 골목에는 수 많은 집이 있지만 아무도 이들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합니다. 보기만해도 답답하고 무서운데, 누군가에게는 이런 삶이 일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드라마 자체는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내용이고 적당한 감동과 적당한 드라마, 적당한 오락 요소도 있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 나오는 성소수자, 장애인과 “낯선 사람들”의 묘사를 보면 제가 드라마의 의도를 아주 잘 못 읽은건 아닌 것 같습니다.
초반의 호러 요소를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특히 초반에 떡밥을 부지런히 뿌려놓고 후반에 회수하는 분량 배분도 전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원작을 한번 볼까 싶을 정도로 감동적인 스토리였습니다.
이렇게 딱 8화 중반에서 끝났으면 아련하게 끝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8화 후반부가 사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드라마의 장르도 바꾸고 내용도 퇴색 시킨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현재까지 반응으로는 다음 시즌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후반부 조명가게 모습을 마지막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