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에서 인사이드 아웃의 스핀오프 시리즈인 <드림 프로덕션>을 봤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본편에서 라일리의 꿈을 제작하는 꿈 제작소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꿈을 제작하는 스튜디오의 이야기이다보니 자연스럽데 디즈니 & 픽사가 처한 현실이랑도 어느정도 맞닿아 있다는게 포인트입니다. 스스로를 “마블의 구원자”로 칭했던 데드풀처럼 이번 시리즈도 디즈니의 자아비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라일리의 어린시절 여러 히트 꿈을 만들어냈던 감독 “폴라 퍼시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영화입니다.(인사이드아웃 1편에 단역으로 나왔음) 라일리가 10대로 커 가면서 그동안 자신이 감독해왔던 예전의 유치했지만 무해했던 꿈들은 외면 받게 되는 반면, 새로운 신진 감독들은 연이어 히트작을 뻥뻥 터뜨리고, 제작사 대표는 10대에 걸맞는 더 자극적이고 어두운 소재의 꿈을 주문하는 등 폴라의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집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폴라는 예전에 히트했던 꿈과 똑같지만 분위기만 약간 다른 후속작을 찍어보기도 하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서 잠깐 히트하기도 하지만 이 추세를 막을 길이 없습니다.
어떻게보면 디즈니나 픽사의 현실이랑도 닮아 있습니다. 디즈니의 모든걸 담아낸 100주년 기념작 <위시>가 폭망했고, <스타워즈>, <마블>과 같은 여러 프랜차이즈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죠. <겨울왕국2>, <모아나2> 등 명작들의 기억과 추억에 기댄 후속작을 내기도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관객들의 눈은 높아졌고, 기존 디즈니의 가족적인 분위기의 영화는 외면 받고, 19금을 내세운 <데드풀과 울버린> 같은 자극적인 작품만 히트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폴라의 고민은 디즈니, 픽사는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는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고민은 폴라의 다음 대사로도 잘 드러납니다.
“우리 라일리가 이렇게 큰 걸 나만 모르고 있던걸까..”
물론 결말은 픽사 다운 결말로 끝나지만요.
<드림 프로덕션>은 총 4부작으로 TV 시리즈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습니다. 원래도 영화로 기획되었던 작품인데 왜 시리즈로 공개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극장 개봉할만한 감이 아닌 OTT 용 극장판은 모두 시리즈로 내겠다는 계산인건지.(그런데 원래 시리즈였던 모아나2는 영화로 개봉하고..) 뭐 여기에도 작중에 나왔던 스튜디오의 현실 같은 어른의 사정이 껴있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우리의 머리와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참신한 소재로 구현해내는데 재미가 있는데, 이 시리즈도 기발하게 해냅니다.
그리고 스핀오프라도 <인사이드 아웃>의 주역들인 기쁨, 슬픔, 소심, 까칠, 버럭 같은 감정들도 그대로 등장합니다. 영화에서는 감정들이 수난 당하느라 잘 표현되지 않았던 본부와 다른 곳의 상하 관계도 잘 표현됩니다. 버럭이가 스튜디오 대표한테 전화로 쿠사리를 먹이는 장면이라든지..
여러모로 소재도 그렇고 이야기도 그렇고 디즈니의 자아 비판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데, 기왕 이런 주제로 갈거였다면 좀 더 노골적으로 한 걸음 더 가도 좋았을 것 같은데,거기까진 가지 않습니다. 딱 픽사 다운 결말이어야 하니까요.
물론 현장의 제작 현실에 대한 고발은 애니메이션임에도 서슴없이 합니다. 제작사의 각본 간섭, 주연 배우의 출연료 문제, 신인 감독의 어려움,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는 감독 지망생 등등.. 상당히 리얼한 측면도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시리즈로 나온 작품이긴 하지만 저는 1 ~ 4부까지 그냥 영화처럼 한번에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원래도 그렇게 나온 작품이고 실제 구성도 극장판 영화에 가깝거든요. <인사이드 아웃>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픽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보셔도 좋을 시리즈입니다.
덧. 더빙판 성우진은 대부분 <인사이드 아웃> 본편 성우진을 그대로 사용했긴 하나, 주역 성우진은 뭔가 <브레드 이발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10대 소녀 라일리의 꿈이다보니 컵케이크나 화려한 장식도 많이 나와서 더 <브렌드 이발소> 같은 느낌이 팍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