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LADDA 배터리의 함정(feat. 에네루프)

요즘 기기들은 대부분이 충전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충전지가 필요한 곳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게임 컨트롤러인데, 플스 쪽은 내장 배터리로 방식이 바뀌었지만 엑스박스 게임 패드는 여전히 AA 건전지가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건전지를 쓸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환경을 위해서라도 충전지를 사용하는게 좋긴 하니까요.

충전지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게 파나소닉의 에네루프(Eneloop) 시리즈입니다. 예전 산요 전기 시절부터 충전지의 대명사 같은 제품이었죠. 디지털 카메라부터 게임기까지, 거의 건전지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쓰이던 배터리였죠.

에네루프는 현재 파나소닉에 인수된 상태고, 후지쯔 소유의 공장에서 생산 및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일 생산 라인에서 제조되는 배터리가 하나 더 있는데, 이케아의 LADDA 충전지입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이케아의 LADDA 충전지는 모두 일본산입니다. 제조도 후지쯔 공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용량 충전지와 저용량 충전지 모두 제조국과 제조사가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배터리 방식도 니켈 수소 방식으로 동일합니다.

특히 고용량 배터리(진한색), 저용량 배터리(옅은색)의 표기 용량이 에네루프의 최저 충전 용량과 동일해서 거의 에네루프와 동일한 배터리 아니냐라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고용량 배터리는 에네루프 프로, 저용량 배터리는 에네루프 일반 모델과 똑같습니다. 실제 여러 성능 테스트에서도 유사한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거의 동일 모델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에네루프에 비해 가격이 엄청 저렴하다는겁니다. 에네루프 프로에 비견되는 LADDA 2450mAh 배터리는 일반 에네루프보다 저렴합니다. 현재 기준 AA 사이즈 에네루프(일반)는 14,900원인데 LADDA 2450mAh는 11,900원입니다. AAA는 에네루프(일반)는 12,340원, LADDA 900mAh는 7,900원으로 반값 수준이죠.

그래서 충전지 살 일이 있으면 에네루프 대신 이케아 LADDA 배터리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LADDA 배터리가 진한 초록색이던 시절부터 LADDA를 많이 구매했었구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구매했던 에네루프 배터리는 아직도 잘 쓰고 있는데 반해, LADDA 충전지는 지금은 대부분 버렸습니다. 물론 LADDA를 오래 쓰기도 했지만(2019년에 제조된 것도 있음) 비교적 최근에 산 배터리도 더이상 충전이 안되어서 못 쓰게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훨씬 오래전에 구매한 에네루프(산요 전기 시절 제조)는 아직 멀쩡하게 쓰고 있는데 말이죠.

버린 LADDA와 지금도 쓰고 있는 에네루프. 심지어 에네루프는 산요 전기 시절에 산 제품

이 정도면 에네루프가 더 가성비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걸까요?

충전 횟수의 차이

일단 가장 의심해볼만한 부분은 배터리 스펙상의 차이입니다. 에네루프는 스펙상 2,100회의 충방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LADDA 고용량 배터리의 경우 전체 충방전 횟수는 500회에 불과합니다.

이건 사실 배터리 수명 대신 고용량을 선택한 에네루프 프로와 같은 충방전 횟수입니다. 하지만 LADDA 저용량 배터리(1,900mAh)도 1,000 회에 불과합니다.

즉 스펙상 LADDA 배터리는 에네루프 대비 수명이 더 짧습니다. 고용량 배터리랑 비교하면 거의 4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에네루프도 프로 모델의 경우 이케아 충전지랑 수명이 동일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용량끼리 비교하면 수명이 두배는 차이나지만요. 그러면 LADDA 고용량 배터리를 사면 에네루프와 동일하게 쓸 수 있는거 아닐까요?

LADDA 배터리의 함정

LADDA 고용량 모델은 분명 저렴합니다. 에네루프 프로를 구매하려고 한다면 고려할만한 옵션이죠. 하지만 여기에 국내 한정 함정이 존재합니다.

바로 배터리의 제조일자입니다.

배터리는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아도 서서히 수명이 줄어듭니다. 보관 환경의 문제에 따라 더 가속화되기도 하고 늦춰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제조된지 오래된 배터리는 최근에 생산된 배터리에 비해 당연히 수명이 떨어집니다.

이케아 LADDA 배터리의 제조일자는 아래와 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장지 뒷면의 숫자가 2207이라면 22년에 제조하여 7주차에 만들어진 배터리입니다.

제가 2025년 2월 1일에 이케아에 방문했을 때 본 모든 LADDA 배터리의 포장지에 있는 숫자는 “2146” 이었습니다. 즉 21년 46 주차에 만들어진 배터리인거죠. 거의 4년된 배터리를 팔고 있는 겁니다.

보통 충전지의 수명은 일반적으로 10년으로 본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하면 구매한 시점에서 이미 수명이 반 정도 날아간거나 다름 없는거죠.

최근까지 이 배터리 제조일자 보는 법을 몰랐는데, 알고보니 그동안 이케아 광명점에서 산 거의 모든 LADDA 배터리가 제조된지 2년 ~ 4년 정도 된 것들이었습니다. -_- 안써도 이미 반 정도는 닳아있었던거죠.

이건 이케아 광명점의 문제인건지, 이케아 코리아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케아 매장에서 판매하는 LADDA 배터리는 현재 매우 오래된 제품들입니다. 현재 세일 기간이라 재고 떨이 개념인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 지금은 구매하지 않으시는걸 추천합니다.

이케아 홈페이지에서도 온라인 재고가 오늘 기준으로 모두 품절인걸 보면 조만간 새로운 배터리가 입고 될 것 같습니다.

마무리

어쨌든 결론은 집에있던 LADDA를 한움큼 버리고 에네루프를 샀다는겁니다.

이번에 구매한 에네루프의 제조연월은 2024년 9월로 상당히 양호한 편입니다. 신선도 자체가 다른 느낌이네요.

에네루프보다 LADDA 배터리가 무조건 안좋다는건 아닙니다. 다만 몇가지 숨겨진 함정을 알고 잘 피해서 구매하는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을 위해 구매하는 충전지이니 때론 돈이 좀 든다고 해도 좀 더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를 구매하는게 더 이득일 수도 있다는거죠.

어쨌든 이제 새로운 에네루프가 왔으니 전 이제 게임하러 가보겠습니다.

덧. 맨 위 사진에 올렸던 아주 오래전에 산 에네루프 배터리는 제조일자가 2012년 6월입니다. 산요 전기 시절 생산된 배터리라는 것만 봐도 증명이 되는데(산요는 2013년에 파나소닉에 인수되었음)

언제 산건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거의 13년 정도 쓰고 있는건데 아직도 멀쩡한게 신기하고도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