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다멍

오늘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컨셉이었던 바다멍을 부지런히(?) 실행했다.

눈 뜨자마자 보이는 풍경에 또 한번 감동. 이거 하루종일 보고 싶어서 서울에서 왔다니까.

아침동안 음악 틀어놓고 그냥 멍하니 풍경을 바라봤다. 졸리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게임하고 싶으면 게임하고(아이패드로..) 그야말로 힐링을 충실히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바다를 하루종일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밥은 먹어야겠기에 잠깐 나와서 밀면을 먹었다. 원래 계획은 작년에 먹었던 해운대 쪽 밀면을 다시 한번 먹으려고 했으나 부산에서 밀면 집이야 많고도 많기 때문에 광안리 내에서 해결하려고 했다.

그래서 숙소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밀면집에 갔다. 갔는데 알고보니 체인점이었다. 일단 여기에서 1차 불안. 들어가보니 사람은 없고 주인 아저씨는 테이블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2차 불안.

불안했던 것 대비 맛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맛 있지도 않았다. 그냥 냉면 같은 느낌? 생각해보면 해운대에서 먹었던 밀면이 오리지널인지 이게 오리지널인지 모르겠다. 비빔밀면은 단 맛이 강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는데 물 밀면은 맛이 좀 잡했다.

지난번 해운대 쪽 밀면은 노포에다 이모님들만 계셨던 집이었는데 지난번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냥 시간이 걸려도 그때 그곳으로 다시 갈걸 그랬나 하는 약간의 후회를 했다.

어쨌든 밀면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2차 바다멍. 바다를 보며 한숨 잤다. 낮잠은 안자는 ㅠ편인데, 특히 여행와서는 진짜 안자는데 이번 여행은 힐링이니까. 마음대로 누웠다.

자고 일어났더니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 풍경을 찍었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시간을 놓쳐서 어느정도 해가 지고 난 다음에 찍었다.

개인적으로 바다 쪽으로 여행오면 절대 안하는 것 중 하나가 회를 먹는건데 오늘은 바다를 하루 종일 봤더니 회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저녁 메뉴는 회로 결정.

점심에 밀면은 실패했지만 회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바닷가에 오면 회를 안 먹는 이유 중 하나가 바가지 때문인데, 여긴 나름대로 괜찮은 가격으로 많은 양으로 먹을 수 있었다.

저녁 먹고 3차 바다멍.

불을 다 끄고 이 글을 쓰면서 밤바다를 다시 보고 있다. 평소 나랑 잘 안어울리는 Lo-fi 음악까지 틀어놓고 힙한척도 해본다.

인생에서 이렇게 바다를 오래 본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바다만 봤던 것 같다. 애초에 그러려고 온 거였으니까 목표 달성. 아침에는 바람이 좀 세게 불었는데 지금 이 시간의 바다는 잔잔하고 평안해보인다.

하루종일 바다를 보며 먹고 자고 하면서 이번 달 동안 회사 떄문에 힘들었던 일을 모두 힐링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하지만 적어도 바다를 보고 있는 동안은 다른 생각은 안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적어도 지금은 저 바다처럼 마음이 약간은 잔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