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 휴일이라 연휴 시작 기념으로 갑자기 부산에 왔다. 그동안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겹쳤었어서 힐링이 필요하다는 핑계였다. 연휴 기념으로 어딘가 가자고 하다가 예전에 광안리 숙소에서 못 다 봤던 바다가 갑자기 그리워져서 떠나기 이틀 전에 갑자기 결정했다.

숙소에서 봤던 이 풍경이 잊히질 않았다. 그 다음 날도 이 풍경을 하루종일 보고 싶었는데 그때는 1박 2일 일정이라 어쩔 수 없이 체크아웃을 했어야 했다. 이번에는 이 풍경을 좀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 급하게 부산으로 여행지 결정.
당연하게도 명절 근처라 기차는 없었다 -_- 7시에 겨우 자리가 생겨서 새벽 같이 집에서 나와서 출발했다. 오랜만에 해도 안뜬 아침에 나왔지만 여행 가는 길이라 즐거웠다.
기차에서는 얼마 전에 구매한 MX Keys to Go 2를 써봤다. 드디어 여행용 셋업을 실전에서 써볼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아이패드를 매직키보드에 부착해서 들고 다니는 것에 비해 가볍고, 키보드를 안 쓸 때는 키보드만 따로 가방에 넣어둘 수 있어서 장점이 많다. 하지만 이 셋업은 마우스가 없어서 확실히 노트북처럼 쓰기엔 어렵다. 글 쓰는데만 써야할듯.
KTX의 좌석 선반은 넓긴한데 정사각형이라 노트북을 쓰기엔 좀 애매한 것도 같다. 하지만 확실히 국내에서 타본 다른 기차나 특히 독일에서 탔던 기차에 비하면 노트북 쓰기엔 나쁘지 않은 크기다.

부산에 도착하면 부산역 근처에 항상 가는 돼지국밥집이 있다.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부산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는데 어느덧 단골집까지 생겼다. 확실히 여행은 경험할 수록 장점이 많다. 하면 할 수록 더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위 국밥집은 돼지국밥이긴 한데 약간 서울식(?)이다. 돼지국밥 특유의 쿰쿰한 맛이 없고 닭곰탕 같은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돼지국밥을 먹고자 한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맛 그 자체로는 내 스타일이라 좋아한다.
이 국밥집은 차이나타운 내에 있는데, 차이나타운 쪽에 알고보니 상당히 유명한 만두집이 근처에 있었다. -_- 어쩐지 아침부터 줄 서 있더라니. 다음에 올 일이 있으면 꼭 가봐야겠다.

숙소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좀 많이 남아서 부산 근현대 역사관에 방문했다. 이 곳은 예전에 한국은행 부산지점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조한건데, 사실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시민 공간에 가까운 곳이다.
여기는 재작년 설 쯤에도 왔었는데, 이곳에 다시온 이유는 이 안에 있는 카페인 “Casa Busano”에 가보고 싶어서였다. 지난번에 들렀을 때도 역시 시간 문제로 제대로 못 봤는데 이번엔 꼭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다.

카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이 브랜드는 부산시 브랜드인 것 같다. 나오는 음악도 올드 팝 중심에 볼륨도 적당해서 마음에 든다.

다만 인테리어는 마음에 들었는데 커피랑 빵은 그냥 그랬다. 크로아상 크림은 한국은행 시절의 금괴를 모방해서 만들었는데 크로아상을 압축시켜서 만든 빵이다. 대전 성심당에도 비슷한 금괴 모양 빵이 있는데 그건 휘낭시에라는 차이가 있다. 근데 크로아상을 압착해 만든거라 딱딱하고 질기고 맛도 그냥 그랬다 -_-
부산에 자주오니 단골집도 생기고 다시 안갈 곳도 생겼다.
카페까지 갔다왔음에도 여전히 체크인 시간이 남아서 다음 방문지로 향했다.
그 다음 간 곳은 부산대.

뜬금없이 여긴 왜 왔냐면..

<선천적 얼간이들>의 전설적 에피소드를 체험하러.(진짜다)

간이 작아서 실제 킥보드를 타볼 생각은 안했지만(…) 이 그림처럼 얼마나 오르막인지 보고 싶었다.
부산대에 들어서서 일단 오르막을 올라갔다. 입구부터 계속 오르막이라 딱히 방향도 필요 없었다.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계속 올라갔다. 위 그림에서 시험장이라고 되어있는 인문대 건물도 꽤 높은 오르막에 있었는데, 가스파드가 있었던 미대 건물은 정말 높은 곳에 있었다.

어쨌든 도착하긴 했다. 올라온 길을 다시 돌아보니 정말 미쳤다고 밖엔 할 말이 없었다(…
부산대에 온 목적은 이걸로 달성.(진짜 이거 때문에 왔다)
부산대는 부산역, 광안리 등과 상당히 떨어져있어서 평소엔 가기가 힘들었는데 호텔 체크인 시간이 엄청나게 늦는 덕분에 다녀올 수 있었다. 분명 이번 여행의 컨셉은 힐링이었는데 이때 벌써 걸음수가 20,000보가 넘었다.
부산대에서 한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광안리로 향했다. 그러다가 버스에서 갑자기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긴급 대응을 하기도 했다. 버스에서 키보드도 마우스도 없는 아이패드로 이슈 대응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그나마 멀미는 차랑 모션 큐 기능으로 어느정도 완화했다. 아이패드로 언제든 일할 수 있게 세팅해놓은거까진 좋았는데 이 정도면 저주였나 싶은 생각도 든다.
부산대에서 한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광안리에 도착하니 체크인 시간(17시)이 어느덧되어 빨리 체크인했다. 다시 보고 싶었던 드디어 그 뷰. 이번엔 좀 더 넓게 보고 싶어서 좀 더 좋은 방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분명 이번 여행은 힐링이었는데 왜 자꾸 다리가 아프고 눈이 감기는지.. -_- 어쨌든 내일은 하루종일 바다멍을 하면서 아이패드로 이것저것 끄적거리면서 힐링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