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부산을 짤막하게 갔다 오면서 지난번에 구비한 여행용 컴퓨팅 셋업을 시험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행용 셋업이라고 해봐야 별건 아니고 매직키보드 대신 스마트 폴리오랑 Keys to Go 2를 결합한 세팅입니다.

매직키보드 대신 블루투스 키보드를 결합해서 들고 다니는 분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고 원래도 여행용으로는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를 들고 다녔기 때문에 딱히 매직 키보드 없이도 문제 없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매직 키보드는 주로 일하는데 쓰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일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상이기도 했습니다. 지난번 부산 여행 때는 여행 중에도 일하느라 제대로 못 다녔거든요.
확실히 매직키보드에 비해 거치대 + 무선 키보드 조합은 유연함에서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KTX 타고 가는 중에 책을 보거나 동영상을 볼 때는 키보드를 어차피 안쓰기 때문에 키보드를 따로 꺼내지 않으니 공간이 많이 절약되더군요.
예전에 같은 목적으로 맥북 에어를 들고 갔던 적이 있었는데 13인치인데도 생각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매직키보드는 분리할 수는 있지만 분리할 경우 아이패드 거치도 안되니까 결국 맥북이랑 동일하더군요. 무선 키보드 조합은 필요에 따라 키보드를 놓거나 안놓을 수 있어서 장점이 있습니다.

가방 무게도 많이 절약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차피 2박 3일 여행이라 작은 배낭 하나로 들고 다녔는데 매직키보드를 결합하면 아무리 11인치라도 약간은 부담이 되는 무게지만 스마트 폴리오 + Keys To Go 2 조합은 무게가 800g 정도라 훨씬 가볍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숙소에 있긴 했지만 첫 날은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 걸어다녔는데 가방을 메고 하루 종일 다녔음에도 가방 무게로 인한 피로는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 세팅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떨어지는 생산성입니다. 초기 아이패드는 분명 마우스가 없었지만, 이젠 마우스나 트랙패드가 없으면 아이패드에서 작업하기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복잡한 생산성 작업이 아니더라도 조금 더 긴 글을 써야하는 작업에서는 터치스크린만으로 마우스를 대체하기는 어려운 느낌입니다.
특히 이번엔 (그렇게 일하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했건만) 부산대에서 광안리로 버스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긴급 이슈가 터져서 할 수 없이 또 회사일을 봐야 했는데 이때 마우스와 키보드가 없어서 대응 속도가 두배는 더 느렸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가방에 Keys to Go 2가 있긴 했지만 달리는 버스에서 스마트폴리오랑 Keys to Go 2를 제대로 거치해서 쓸 수는 없었거든요. 확실히 작업할 때는 이젠 아이패드에서도 키보드와 마우스가 반드시 필수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번에 처음 여행용 셋업으로 다녀온건데 생각했던대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어차피 여행 중 사용하는 대부분의 경우 키보드를 안쓰기 때문에 이렇게 블로그에 글 쓸 때만 키보드를 쓰면 되니 맥북이나 매직키보드를 결합해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더 최적화된 세팅인 것 같습니다. 여행갈 때마다 맥북을 들고 가야하나, 아이패드를 들고 가야하나, 아이패드를 들고 간다면 매직키보드를 들고 가야하나 등의 잡다한 고민이 있었는데, 당분간은 이 세팅으로 정착할 것 같습니다.
덧. 전 여전히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분리형 키보드가 유연한 장점은 있지만 그래도 역시 따로 따로 들고 다니는게 귀찮긴 하거든요. 물론 기차 같이 좁은 공간에서는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도 공간 차지를 어느정도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금의 세팅이 더 진보한 것 같기도 하지만요.
덧2. 기차에서 일하는 사람들,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다양한 디바이스를 사용하는걸 살짝 관찰해봤는데, 확실히 노트북의 비중이 많이 줄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부분이긴 했지만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PC도 많더군요.
덧3. 버스 안에서 긴급 대응할 때는 윈도 원격 RDP로 연결해서 대응했는데 한쪽에는 화상 키보드를 작게 띄우고 터치스크린은 마우스처럼 사용하는 세팅으로 사용하니 놀랍게도 태블릿 모드로도 어떻게 또 쓸만하더군요.

위 사진처럼 왼손 엄지는 아이폰 키보드만한 키보드로 입력하고 오른손 엄지로 마우스를 제어하니 아이패드 든 상태에서도 엄지손가락 두개로 작업할만했습니다. 잘하면 서서 아이패드만 들고 작업도 가능할 것 같은?(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는 없을텐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