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마지막 날

오늘은 여수 마지막 날. 애초에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상태라 오늘은 호캉스 컨셉.

호캉스는 역시 아침부터 호텔 조식으로 시작해야지. 이 숙소는 숙박비가 저렴한 편이었는데, 조식도 과연 가성비라고 할 수 있는 퀄리티였다. 뷔페식 호텔 조식으로 2만원도 안되는 가격이라면 가성비 맞긴 한듯.

밥 먹고 들어와서 다시 바다 풍경을 보면서 침대에 누워 요즘 한창 인기인 <폭싹 속았수다>를 본다. 여행다닐 때마다 이렇게 숙소 TV로 아이패드나 맥북을 HDMI로 연결해서 보는걸 좋아한다. 이러면 숙소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따로 지원안해도 다양한걸 볼 수 있다.

여수 바다 풍경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숙소가 있는 거북선 대교 위로 어제 탔던 케이블카가 지나간다.

아침에 이 풍경을 보니 새삼 깨달았던건데 영업을 시작하는 케이블카는 가기만하고 오지 않는다. 어딘가 차고지에서 케이블을 꿰서(?) 보내는 것 같다. 하긴 저 케이블카들이 영업 안할 때는 밤새도록 케이블에 메달려있진 않을테니.(근데 생각해보면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저녁은 룸서비스(!)를 시켜본다.

어린 시절에는 호텔에서 룸서비스랑 미니바를 마음껏 먹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들이랑 어디 여행가면 저 두가지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한 경우가 많았기 땜에. 내가 어른되면 언젠가 한번은 마음 껏 시켜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니바는 아직도 솔직히 엄두가 안나지만 룸 서비스는 그래도 시켜먹을만한 어른은 된 것 같다.(뭐 그리고 가성비 호텔이라 가격도 나쁘진 않았다)

밥 먹고 2차 야경 감상. 오늘로 이 풍경은 마지막이다. 그야말로 ‘여수 밤바다’다.

여수에 11년 전에 왔을 때는 한창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유행했었다. 11년 전 여수 여행도 이 노래 때문에 당시 여자친구랑 즉흥적으로 여수로 떠났었다. 그 때는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숙소도 바다에서 먼 곳을 잡았는데, 그래서 여수 밤바다를 보려고 밤 바다를 계속 걸어다녔다. 오동도로 가는 길에 사람들이 세 발짝 마다 핸드폰으로 ‘여수 밤바다’를 틀어놓고 다니는 진 풍경을 보기도 했다.

이렇게 숙소에 앉아서 노트북을 하며 편안한 환경에서 여수 밤바다를 계속 보고 있다보면 그때 여수의 습하던 공기와 그 속에서 같이 걸어다니며 고생했던 전 여자친구가 생각난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습하고 더운 상태로 걸어다니느라 오히려 지금보다 밤바다를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도 이렇게 같이 봤더라면 어땠을까?

여수 밤바다를 보며,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여수 밤바다 앞에서 글을 쓰다보니 쓸데없는 감상에 젖는 것 같다.

참 다행인건 11년 전의 그때 그 사람과 다시 여수 밤바다에 왔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같이 볼 수 있다는 것. 오래되고 고생스러운 추억을 같이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건 새삼 그렇지만 정말 다행하고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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