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6e가 출시되었지만 국내외를 비롯하고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는 중입니다. 일단 가격적으로 달러 기준으로도 SE 스럽지 않은 가격(599 달러 = 99만원)이 가장 큰 문제였고, 12 시리즈에도 도입되었던 맥세이프가 빠진 부분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장 큰건 역시 같이 판매 중인 아이폰 15의 존재인데, 달러 기준으로 100달러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는거겠죠. 국내 가격은 10만원 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가격적으로 볼 때 일반 소비자에겐 작년에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아이폰 15의 존재가 더 매력적이어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아이폰 16e에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는 아이폰 16e를 보고 있으니 청개구리 본능이 살아나서(예전 매직마우스 예찬론처럼) 오늘은 아이폰 16e 후속편으로 아이폰 16e의 장점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배터리 성능
아이폰 16e에서 가장 눈에 띄는건 배터리 시간입니다. 이 부분은 아이폰 15랑 비교해보면 매우 크게 비교되는걸 알 수 있죠.

동영상 재생 성능으로 보면 일반 영상 6시간, 스트리밍 영상 5시간, 오디오 재생 10시간 정도 차이납니다.

이 정도 성능은 아이폰 15 시리즈 중 배터리가 가장 오래갔던 15 플러스와 거의 동일한 수준입니다. 스트리밍 영상 성능은 오히려 아이폰 16e가 한시간 더 오래 갑니다. 아이폰 16e의 무게가 거의 40g 정도 차이 난다는걸 생각헤보면 대단한 성능입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실제 체감하는 성능은 대부분 배터리 성능이라는 것을 볼 때 배터리 성능은 16e의 무시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애플 인텔리전스
잊으면 안되는게 아이폰 15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물론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직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된 성능 체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4월에 지원되기 시작하면 분명 일상 사용 경험에서 차이를 만들어낼겁니다.
물론 애플 인텔리전스는 미국에서는 불안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AI의 성능과 효용이 별로 쓸모 없더라도 애플 인텔리전스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메모리 때문입니다. 아이폰 16e는 8기가 램을 탑재하고 있고 아이폰 15는 6기가의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역대 아이폰을 여러번 교체해오면서 교체했던 사유가 성능이 느려져서가 아니라 앱의 리프레시가 잦아서 그랬었다는걸 고려해보면 램 용량 하나 만으로도 아이폰 15 대신 아이폰 16e로 갈만한 사유는 충분합니다.
카메라 섬
의외로 다들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폰 16e의 장점 중 하나는 카메라 섬이 없는 아이폰이라는 겁니다.

아이폰 11 시리즈 이후로 카메라 섬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모든 사람들은 매년 점점 커져가는 카메라 섬에 대해 한마디씩 했었습니다. 카툭튀, 카툭툭튀니, 매년 거대해진다니 등등.
아이폰 16e 는 아이폰 시리즈로서는 오랜만에 카메라 섬이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14, 15 정도의 카메라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후면 디자인과 측면 디자인을 보면 오랜만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의 아이폰입니다.

전 사실 아이폰 16e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바로 이 측면과 후면입니다. 걸리는게 별로 없는 디자인. 아이폰 11 프로부터 카메라 섬에 익숙해져서 오히려 신선하달까요.
다들 아이폰 카메라 섬에 대해 그렇게 불만이었으면서 아이폰 16e에서는 카메라 섬이 사라졌는데도 아무도 이 이야기를 안하는걸까요.
애초에 당신을 위한 폰이 아니다
사실 아이폰 16e를 대부분 욕하는 사람들은 프로와 프로 맥스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니, 사실 비교 대상이 되는 15와 16도 전세대, 현세대 플래그쉽폰이었습니다.
아이폰 16e가 가지는 포지션의 특성상 당연히 이런 폰들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폰들에 대비해 배터리 시간의 증가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게 오히려 이상한거죠. 애초에 아이폰 16e의 타겟은 아이폰 생태계에 처음 진입하는 사용자들을 위한거지 기존에 프로 쓰던 사람들 바꾸라고 내놓은게 아닙니다.
그리고 저가 라인의 함정이 있는데, 애초에 아이폰 16e의 스펙은 아이폰 라인 중에서도 저가 라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스펙을 갖고 있습니다. 오히려 스마트폰 시장 전체로 보면 플래그 쉽의 바로 아래 정도인 중고가 라인이라고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아이폰 16e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잘 못 되어있다는거죠. 플래그 쉽이 아닌데 왜 플래그 쉽에 있는 기능이 없냐고 비난하는 것도 문제고, 저가형 성능이 아닌데 왜 가격이 그 모양이냐고 비난하는 것도 잘못된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폰이 SE4가 아니라 16e 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지점이 의미심장한데, 출시 주기가 몇년 단위였던 SE4와 달리 16e는 17e, 18e 등 매년 업데이트 되는 아이폰의 패밀리 라인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팀 쿡도 발표 전 ‘새로운 가족”이라고 표현)
그러므로 내년부터의 아이폰 라인업은 일반 아이폰 17이 가장 저렴한 모델이 아니라, 17e 가 일반 모델의 포지션을 갖게 될거고, 아이폰 17은 새로운 플래그십, 아이폰 17 프로는 하이엔드 기기의 포지션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6e는 전체 라인업이 상향 평준화 된다는 신호탄인거죠.
마무리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해 아이폰 16e에 대한 글을 써봤습니다. 물론 아이폰 16e가 가지는 아쉬운 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맥 세이프의 부재로 인해 아이폰 관련 악세사리를 못 쓴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죠. 가격도 환율 때문에 전혀 저렴해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심지어 달러 기준 가격도 미국에서 비싸다고 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하위 라인치고는 파보면 생각보다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카메라 기능을 비롯해 스마트폰의 본질적인 기능만 추구하는 합리적인 사용자라면 충분히 선택할만한 옵션입니다. 특히 매년 커져가는 아이폰의 카메라 섬이 마음에 안들었다면 더더욱이요.
아이폰 15 프로를 쓰는 입장에도 이 후면 디자인 때문에 잠깐 흔들렸을 정도입니다. 정말 깔끔하지 않나요. 2018년 아이패드 프로 혹은 아이패드 에어를 아이폰 크기로 만들어놓은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폰을 카메라 기능 외에는 거의 안쓰고 대부분 아이패드 프로를 쓰다보니 다음에는 아이폰은 e 라인의 좀 더 저렴한 대안으로 갈까하는 생각도 듭니다.(물론 이래놓고 다음에도 프로로 갈지도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