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는 케이스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같은 경우 스마트 폴리오나 매직키보드를 쓰긴 하지만 보호의 목적이라기보다 기능 때문에 쓰는거에 가깝거든요.
아이폰 같은 경우 최대한 쌩폰으로 사용하다가 더이상 손상이 눈 뜨고 보기 어려워졌을 때(?) 그때 케이스를 씌워서 가리는 편입니다. 저 같은 경우 케이스는 보호의 목적보다는 가리는 목적이 더 큰거죠.
그래서 보통 3년 ~ 4년 정도 지나면 케이스를 씌우는데 이번 아이폰 15 프로는 좀 일찍 구매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보통 3~4년 정도 되면 그 때 가서 케이스를 찾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아이폰 11 프로 뒷판이 깨지고 난 다음에 케이스를 찾으려 하니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알리 등에서 비정품 케이스를 구매했던 경험도 있었죠. 나중에 사려고 하면 색상 선택도 어렵고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사재기하는 심정으로 미리 구매했습니다. -_-


그러고보니 정품 실리콘 케이스를 써보는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이폰 7 플러스 때는 가죽 케이스를 썼었죠. 아이폰 15 프로에서 가죽 케이스 선택지가 있었다면 가죽 케이스를 골랐겠지만, 그렇다고 차마 파인우븐 케이스를 구매할 수는 없었습니다.
정품 실리콘 케이스의 성능은 듣던대로 무난합니다. 보호 기능과 핏 모두 무난하고 실리콘 케이스의 촉감도 부드러우니 나쁘지 않습니다.

애플 정품 실리콘 케이스는 실리콘 케이스라고는 하나 실리콘만 있는 일반적인 실리콘 케이스와 조금 다릅니다. 내부에 폴리 카보네이트 재질의 플라스틱이 있고 겉 재질이 실리콘이거든요. 그래서 다른 실리콘 케이스는 손가락으로 휘어보면 완전히 휘지만 애플 케이스는 휘지 않고 단단하게 모양이 잡혀있습니다. 보호 기능이랑 촉감 둘 다 신경 쓴 디자인이죠.
아이폰 12 이후의 실리콘 케이스는 아이폰4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테두리를 보호하는 디자인으로 되어있습니다. 저는 아이폰 11이랑 아이폰 7 플러스를 썼다보니 이렇게 사방이 막혀있는 케이스가 새삼 새롭네요. 이전 케이스보다 보호 목적에 훨씬 충실해 보입니다.

실리콘 케이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먼지 컬렉터라는겁니다. 특히 제가 고른 색상처럼 어두운 색상의 경우 이 먼지가 훨씬 눈에 잘 띕니다. 시간이 지나면 표면이 닳으면서(?)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일단 지금은 적응이 안될 정도로 먼지가 많이 묻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미끄럽습니다. 이것도 사용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생폰 상태보다 오히려 더 미끄럽습니다. 아이폰 15 프로의 측면은 무광 티타늄이지만 기존 유광 스테인리스 스틸처럼 마찰력이 어느정도 있어서 손에 잘 붙어있었는데 실리콘 케이스를 낀 상태에서는 생폰처럼 사용했다가는 자주 떨어뜨릴 것 같습니다.
아이폰 15 프로에만 해당하는 문제점으로, 액션 버튼을 누르기가 좀 어렵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예전 가죽 케이스는 버튼부가 금속 재질로 되어있어서 버튼 누르는 구분감이 좋았는데 실리콘 케이스는 이 부분이 좀 물렁거리는 느낌이라 아쉬웠습니다. 특히 다른 버튼보다 액션 버튼 쪽이 물컹하니 좀 별로였습니다.
어쩌다보니 아쉬운 점을 주로 이야기한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케이스입니다. 좋은 쪽으로요. 딱히 특징이랄 것도 없지만 흠 잡을 데도 없는 케이스입니다. 제가 케이스를 잘 안쓰는 이유가 모두 이래저래 하나씩은 마음에 안드는 점이 있어서였는데 이 케이스는 정말 애플 정품 케이스 답게 크리티컬한 아쉬운 점이 보이지 않습니다.(위에서 이야기한 아쉬운 점은 실리콘이라는 소재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당분간 계속 생폰을 쓰겠지만 여행을 가거나 좀 거친 활동을 할 때는 자주 쓰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