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패드 프로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가 이런 영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6개월 동안 쓴 리뷰인데, 뭐 영상의 결론은 다른 아이패드 프로 리뷰와 동일합니다. 디스플레이 좋고 빠른 하드웨어가 인상적이지만 iPadOS는 애플이 건 제약 때문에 한계가 많다는 내용이죠.
그런데 영상에서 건 애플의 제약이라는게 결론적으로는 앱스토어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맥과 달리 아이패드는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설치해야해서 한계가 많다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문득 아이패드가 가지는 한계가 정말 애플이 앱을 제한해서 그런건가? 하고 말이죠. 그럼 반대로 애플이 앱을 자유롭게 설치하도록 허용하면 아이패드는 맥 같아질 수 있는걸까요?
생각해보면 아이패드 외의 태블릿 PC 들은 모두 앱 설치에 제약이 별로 없습니다. 서피스 같은 윈도우 태블릿부터 갤럭시 탭 같은 안드로이드 태블릿까지 앱 설치에 대한 제약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서피스에서는 데스크탑 클래스의 앱도 설치할 수 있고 안드로이 태블릿에서는 어떤 모바일 앱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태블릿 PC 시장을 보면 여전히 아이패드가 우세합니다. 2024년 4분기 기준 아이패드의 출하량은 전체 시장의 42.3%를 차지했습니다. 애플이 아이패드에 설치되는 앱에 거는 제약이 정말 문제라면, 왜 아이패드는 시장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걸까요?
전 반대로 아이패드는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빡시게 통제 했기 때문에 지금의 인기가 가능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의 빡센 HIG(Human Interface Guideline) 때문이죠.
초기만해도 태블릿 PC는 우리에겐 낯선 존재였습니다. 대부분은 전통적인 컴퓨터가 훨씬 익숙했죠. 2000년대 중후반부터 태블릿 PC라는 개념이 나타나긴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터치스크린으로 데스크탑 앱을 쓰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애플은 아이패드 초반부터 태블릿 PC에서 실행되는 앱에 대해 빡세게 컨트롤했습니다. 애플도 그냥 아이패드에 맥OS를 넣고 데스크탑 클래스의 앱을 실행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아이패드는 터치스크린이 기본인 장치이니까요.
아이패드에서 실행되는 모든 앱은 터치스크린을 기본으로 설계 되었습니다. 어떤 앱을 실행하든 모든 작업을 터치스크린만으로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포토샵도, MS오피스도 아이패드로 오면 일단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갖춰야 합니다. 이건 아이패드에 키보드와 마우스가 탑재되기 시작한 지금도 마찬가지죠.
태블릿 PC로서 아이패드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애플이 아이패드에서 설치되는 앱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아마 대부분 데스크탑 클래스의 앱들이 그대로 이식되었을거고, 태블릿 PC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아이패드도 그냥 노트북처럼 썼겠죠.
아이패드 프로에 키보드와 마우스가 지원되기 시작하면서 아이패드에서 데스크탑 클래스의 앱이 실행되면 아이패드의 활용도가 높아질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게 절대 답이 아니라는건 이미 서피스가 몸소 증명하고 있는데 말이죠. 태블릿 PC는 어디까지나 터치스크린이 메인이고, 키보드와 마우스가 보조 장치입니다.
제 생각에 현 iPadOS의 진짜 문제는 앱의 제한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버그와, 기능적 제한(특히 백그라운드 프로세스 제한)들이 더 큰 문제입니다. 특히 외장 모니터 연결시 발생하는 스테이지 매니저의 버그를 보면, 좀 심각할 정도에요.
저는 절대 아이패드에 맥OS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런 버그들은 고쳐졌으면 합니다. 특히 한글 입력과 관련된 버그는 이제 너무 오래되어서 다들 그러려니 하고 쓰는 지경인데.. 다음 iPadOS 19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덧. 물론 애플이 거는 통제가 항상 합리적으로 동작하는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의 자유를 제약하는 측면도 분명 엄청 큽니다. 이 부분을 지지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인식과 달리 이 통제가 사용자 경험 향상에 분명히 큰 역할을 했다는걸 지적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