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터치 4.5세대 사용기

제 핸드폰(5800)은 2009년 12월에 들여왔습니다. 이제 조금 지나면 2년 째로 접어들고 있지요. 5800은 그 자체로 훌륭한 기기이고 저도 그동안 이 녀석을 아쉬움 없이 써왔지만 이제 슬슬 세월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ARM11 432Mhz에 128램, 그리고 이제 생명이 꺼져가는 심비안이라는 운영체제.. 더이상 쓰기엔 무리가 있었죠. 해서 이번에 아이폰5가 나오면 아이폰5로 넘어가자며 벼르고 있었더랬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4S가 나왔죠.=_=
4S도 5800 사용자인 제 입장에서는 너무도 훌륭한 기기이지만 무언가(?) 지금와서 아이폰4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넘어가기엔 조금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기왕 아이폰 라인으로 넘어간다면 시작은 새로운 디자인이었으면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거죠.(하지만 4S는 정말 애플다운 후속 기기라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제 5800의 약정도 다 끝나가는 마당이고, 할부금도 다 끝났으니(무려 원금 26만원에 24개월 할부였던) 통신비 절감이나 하자 싶어서 이번엔 넘어가지 않고 5800을 1년 더 쓰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5800만으로 1년을 더 나는 것은 도저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중간에 사용할 저렴한 안드로이드 폰으로 가자니 약정 잡히는 것이 싫었고, 요금제 선택의 자유가 사라지는 것은 더 싫었습니다. 신규 가입으로 에이징 신공을 펼쳐보는 것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대한민국에서 핸드폰을 새로 산다는 것은 저에겐 언제나 머리 아픈 일입니다.(그렇다고 기변으로 사는 것은 너무 비싸고..) 그나마 KT가 Fair Price라는 것을 시행한다고 하니 일단 환영이지만 솔직히 별로 기대는 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래저래 이통사 때문에 선택에 묶이는 것이 싫어서 선택한 것은 이통사로부터 자유롭고 iOS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아이팟 터치였습니다.

마침 아이팟 터치는 애플 발표 이후 흰색이 추가되며 새로운 운영체제인 iOS5를 달고 나오는대다 가격도 5만원이나 내렸더군요(8기가) 해서 기쁜 마음에 흰색으로 냉큼 질렀습니다.지르고 한 일주일 정도는 내내 기다리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_= 잊고 살고 싶어도 실로 오랜만의 새 기계의 배송 소식에 들뜨게 되는 것이 우리네의 정서.. 맥북 에어(2010년 12월)이후로 6개월만에 새로 들이는 녀석이고 첫 iOS 기기인지라 감회가 여러모로 새로웠습니다.한시라도 빨리 받고 싶은 마음에 배송지 주소도 학교로 바꾸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DHL 아저씨의 전화.. 그리곤 이 녀석이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언제나 애플 제품을 받을 때면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포장에서부터 남다른 느낌을 줍니다. 특히 아이팟 라인의 경우엔 마치 도시락(?) 같은 꽉 찬 구성과 더불어 심플한 케이스가 돋보입니다. 디스플레이는 레티나라 그런지 마치 목업처럼 나온게 아니라 스티커라서 그렇습니다(-_- )

드디어 드러낸 아이팟 터치 화이트의 풍채! 왜 애플은 흰색이 진리인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전면부는 수화음 스피커가 없어서 그런지 아이폰보다 훨씬 심플해보입니다.

iOS5의 주요 변경점 중 하나는 PC-Free입니다. 기존 4.x에서 업데이트 하신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새로 제품을 사보니 아이튠즈에 연결하지 않고 바로 쓸 수 있다는건 축복이더군요. 기기를 켜면 마치 맥북처럼 국가 설정과 아이디 연동을 하고 난 뒤 바로 기기를 쓸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 당연한게 이제야 되다니.. 그리고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다니(…) 정말 애플 답구나 싶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아이팟 터치 화이트는 새로 나온 녀석이지만 사양은 이전 4세대 아이팟 터치와 동일합니다. A4 칩을 쓰고 있으며 램은 256 램입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아이폰4에 쓰인 것과 똑같지만 아이폰4는 IPS 패널인데 반해 이 녀석은 TN 패널입니다.


맥북에어 전면부와 두께비교.(기존 사진은 화질이 너무 안좋아서..) 이렇게 보니 맥북에어도 진짜 얇긴하네요-_-;

이 녀석의 두께는 정말 얇습니다. 아이폰보다 더 얇습니다. 5800과 비교해보니 거의 세배네요(…) 하지만 얇은 두께가 항상 장점이 되진 않습니다. 아이팟 터치는 손에 착 감기던 5800과 달리 손에 빈공간이 많이 남아 들고 있을 때 좀 불안합니다. 아이폰3gs 같은 특유의 유선형 디자인은 손으로 잡았을 때 실제보다 더 얇게 느껴집니다.(맥북 에어에서도 동일한)아이팟 터치를 흔히 전화 기능 빠진 아이폰이라 부르지만 아이팟 터치는 하드웨어적으로 아이폰이랑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전화 기능과 3G 외에도 아이폰4랑 비교해봤을 때 적은 램(256MB), GPS와 나침반의 부재, 떨어지는 후방 카메라 화소(아이패드2랑 동일..) 등의 차이가 있습니다.APU(CPU+GPU+RAM) 칩은 아이패드1에 사용된 칩과 동일합니다. 아이폰4보다 램이 부족하지만 역시 부족한 성능은 아닙니다. 카메라나 하드웨어 스펙 면에서 이 기계는 아이패드 wifi 버전과 많이 비교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애플은 ‘전화기가 아닌 모바일 장치’에서는 이정도도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이번에 새로나온 아이폰4S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어차피 소프트웨어를 보고 산 녀석이기 때문에 이런 것은 저에겐 중요하진 않았습니다.목요일에 받아서 지금까지 사용 중인데 제 사용 소감은 “신세계”입니다. 앱스토어의 무궁무진한 어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어플이라도 타 플랫폼과 차별되는 미려한 디자인이 돋보이더군요. 얼핏 간단하게 보이는 부분도 꽤 치밀한 디자인 고려가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특히 iOS5에서 새로 추가된 알림 방식은 다른 작업 중에도 깔끔하게 새로운 메시지나 트위터 멘션 등을 보여주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같은 작업이라도 얼마나 이쁘고 쉽게 할 수 있느냐가 iOS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맥OSX도 이 부분에선 동일하죠.

iOS5와 그 위에서 돌아가는 어플들의 신세계를 맛보며 애플이 아이팟 터치를 두고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모바일 게임기라고 칭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았습니다. 앱스토어는 NDSL이나 PSP에 비해 게임의 값도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또 활용도도 저 두 기계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요. 물론 패키지 게임의 완성도에는 비교가 안될지도 모르겠지만 캐쥬얼 게임 같은 간단한 게임에 있어서는 아이팟만한게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모바일 게임들의 퀄리티를 보면 머지 않아..

현재 저는 KT의 와이브로 단말기 에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팟 터치와 에그와의 조합은 역시 멋집니다. 에그의 도움으로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 못지 않은 활용성을 가지게 되지요. iOS5에서 새로 추가된 iMessage 덕에 아이폰 쓰시는 여자친구님과의 이동 중 문자도 아이팟과 에그 조합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합니다. 다만 에그를 계속 켜놔야 한다는게 문제네요(-_- )

여러모로 저에게 신세계를 안겨주고 있는 아이팟 터치입니다만 역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스크래치와 지문에 너무도 약한 뒷면이 제일 아쉬웠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애플이 유독 아이팟 라인에서는 이런 문제 있는 디자인을 고수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_- 내구성도 약하고, 기스에도 약하고, 지문에도 약하고, 찍힘에도 약한 뒷면(알루미늄)은 터치스크린을 갖고 있는 앞면(강화 유리)보다 약합니다. 원래 계획은 케이스 없이 그냥 생팟으로 쓰는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뒷면은 필름이라도 붙여줘야 될 것 같습니다.


거울로 쓰라고 만들어놓은건가(…)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은 적은 램입니다. iOS5가 무거운 탓인지 아이팟 터치가 램이 적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멀티태스킹을 할 때 어플들이 자주 종료되고 램을 뺏기는 편입니다. 특히 아스팔트6 같은 게임을 한번 하고나면 나머지 프로그램들의 상태는 초토화(?)가 되버립니다. 5800 쓰던 것처럼 멀티태스킹을 한번에 여러개 돌리는 제 습관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인간은 멀티태스킹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던 잡스 형님..)하지만 역시 아이팟 터치는 오랜만에 생긴 장난감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팟 터치는 이제 단순한 mp3 기기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히려 모바일 게임기나 핸드헬드 PC 쪽으로 보는게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저도 이동 중 음악은 아이팟 터치보다 5800으로 더 듣고 있다죠(…) 애플도 변해가는 아이팟 터치 라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아이팟 터치 위에서 실행되는 iOS5와 그에 추가된 iMessage를 보며 이제 무선 데이터만 확보된다면 이젠 이통사 독립도 어느정도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학교에선 캠퍼스 어디에나 무선랜이 잡히고 길에선 에그 등을 사용할 수 있으니 통신사의 개입 없이도 거의 대부분의 작업이 가능합니다. 아이팟 터치를 쓰면서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물론 여전히 한계는 있습니다.)덧. 제가 사용 중인 애플 제품들입니다. 한 제조사의 제품을 이렇게 많이 가져본 것도 처음인 것 같은데요-_-; 애플 제품은 비싸서 잘 안샀지만 저도 어느새 이렇게 모였네요.

아이팟 셔플, 아이팟 터치 8G, 맥북 에어 11인치 기본형.. -_- 애플 제품 중에서도 비교적 헝그리한 구성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