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코로나에 심하게 걸려서 거의 누워 지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감기인줄 알았는데 검사해보니 빼박 코로나였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코로나 증상(목, 근육통)이 오기 시작하면서 말 그대로 앓아 누웠습니다. – _-;; 그동안도 약간 감기 기운이 있으면 코로나인가? 했었는데 역시 진짜 코로나는 아예 다르더군요.
일할 때 빼고는 책상에 앉아있을 수 없고 그렇다고 계속 잘수도 없어서 침대에 누워서 스팀덱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예전에 구매해놓고 안하고 있었던 Evoland 2를 다시 플레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누워서 스마트폰을 볼 때보다 스팀덱으로 게임을 할 때가 뭔가 더 즐거웠습니다. 받는 스트레스 자체가 달랐다고 할까요. 예전 사용기에도 쓰긴 했지만 아무런 인터럽트 없이 게임 자체에 몰입하는 경험 그 자체가 꽤 좋았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쓸 때도 게임을 하지만 이런 기기들은 뭔가 다른걸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꾸 다른걸 하게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공략을 보느라 다른 창으로 갔다가 쇼츠나 다른 자극적인 뉴스에 납치(?)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모처럼 병가 내고 누웠음에도 원치 않게 슬랙에서 알림을 받기도 하고, 메일 아이콘에 있는 뱃지 때문에 메일을 들여다 봐야할 것 같은 유혹(?)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스팀덱은 윈도우가 설치되는 다른 UMPC와 다르게 게임 자체만 실행하도록 설계 되어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메일을 보거나 유튜브를 본다거나 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리눅스 데스크탑 모드로 가면 가능하지만 이 과정이 재부팅과 다름 없어서 무척 번거롭죠.
누워서 스팀덱을 잡고 플레이해보니, 새삼 이 불편함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스마트폰을 거실에 두고 침대에 누워 스팀덱을 잡는 순간 느껴집니다.
“아 이걸로는 게임 밖에 못하겠구나. 게임이나 해야겠다.”
이 단순한 두 마디가 게임을 즐기는 몰입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생각해보면 아이패드나 아이폰, 노트북 같은 범용 기기로 플레이할 때는 얻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스팀덱이 범용 기기가 아니라 게임만 할 수 있는 게임기라서 가능한 경험인거죠.
예전에도 썼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단일 기능에 최적화된 모든 휴대용 기기들은 모두 이런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스팀덱, 스위치 같은 휴대용 콘솔도 그렇고 전자책 단말기 같은 디바이스들도 마찬가지죠.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오히려 몰입감을 높여주는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이번에 누워서 스팀덱으로 플레이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힐링을 받았습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것들을 신경 쓸 필요 없이 게임만 해도 된다는걸 말이죠. 몸이 아픈 것도 몰입하다보니 어느정도는 잊어버릴 정도였습니다.
덧. 물론 근육통과 스팀덱의 무게로 인해(..) 아무리 편한 자세로 누워서 게임을 해도 한시간 ~ 두시간을 넘기긴 어려웠습니다. 몰입은 좋은데 팔이 너무 아팠습니다(…) 다음 스팀덱 버전은 제발 무게가 400g ~ 500g 대로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그래도 가벼운 무게는 아니지만..)
덧2. 집에 스위치도 있고 심지어 구매해놓고 안한 젤다의 전설도 있어서 누워서 스위치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어딘지 닌텐도는 제 취향이랑 자꾸 어긋나네요. 젤다의 전설도 초반 1시간 정도 플레이하고 봉인해둔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