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여행 (3)

오늘은 본래 여행의 컨셉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여행.

속초에 힐링 여행하러 왔다고 해놓고 하루에 만걸음씩은 기본으로 걸어다녔기 때문에 오늘은 정말 힐링하는 목적으로 숙소에서 놀고 먹는 컨셉의 여행이었다.

시작부터 배달 음식으로 시작한다. 속초도 우려했던 것보다 배달 음식이 잘 온다. 여행지마다 그 지역 짬뽕을 먹어보는 습관도 생긴 것 같다. 위에 배달한 곳은 <속초 짬뽕>이란 곳인데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진한 짬뽕 맛이었다.

뭔가 동네 홍콩반점에 익숙해져있던 입맛을 순식간에 예전으로 되돌리는 맛. 같이 온 탕수육도 전통적인 탕수육과 요즘 탕수육의 중간이라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마음에 든 건 역시 짬뽕으로, 속초 답게 조개와 새우 등 해산물이 많이 올라가 있는 매력이 있었다.

식후 후식으로 숙소 근처에 딸기 케이크가 맛있다는 카페의 케이크를 포장해오기로 했다. 토요일인데다 공휴일(3.1 절)이라 카페 안은 전쟁터였다. 사람도 많고 바리스타도 많고 우는 아이도 많고.

요즘은 카페에 가면 인테리어를 보게 되는데 여기도 감성 여러 국자 들어간 카페다. 확실히 요즘은 프랜차이즈 카페들보다 이런 카페들이 훨씬 매력적이랄까. 약간 깐깐하고 고집 있게 생기신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어나더 블루>

나도 여기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진한 커피 한잔 하고 싶었지만 카페안은 전쟁터였으므로 그냥 원래 목적이었던 딸기 케이크를 사와서 편의점 커피와 함께 먹었다.(어차피 자리도 없었다)

바다 앞 숙소라는건 이럴 때 좋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 받지 않고 온전히 바다를 즐기며 마음에 드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딸기 쇼트 케이크는 기대보다 더 맛있었다. 보통 딸기가 있는 케이크는 딸기 맛과 케이크 맛이 따로 놀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곳 케이크는 서로 어울리는 맛이었다. 크림과 딸기가 서로 날을 세우지 않고 딸기 맛을 크림이 보조해주는 형태였다. 소문대로 맛있었다.

하루종일 숙소에서 바다보고 먹고 놀고 하다가 죄책감이 들어 밤 마실을 가볍게 나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밤 마실이었는데 오늘도 걸음 수가 8천 걸음을 넘을 정도로 걸었다. – _-;;;

걷다보니 또 배고파져서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다가 동네 빵집 하나를 발견했다.

<과원>이라는 이름의 빵집인데 들어서자마자 옛날 동네 빵집 내음이 반가웠다. 빵집 안에서 반죽부터 크림 제조까지 모든 공정을 진행하는 정말 옛날 빵집이었다.

이곳의 빵들은 대부분 크림이 들어간 빵들이 많았는데, 생크림이 적당히 달달한게 맛있다. 점심에 먹었던 딸기 케이크도 크림이 슴슴하여 딸기를 보조하는 느낌이었는데 이곳의 빵에 있는 생크림들은 모두 달달하면서도 가벼운게 매력이다.

모든 빵을 다 먹고 싶었지만 극강의 인내심으로 정말 먹고 싶었던 빵 몇개만 사와서 밤 바다를 바라보며 저녁을 먹었다.

그러고보니 생크림 크로아상에도 딸기가 있었다. -_- 딸기 디저트의 날인가. 위에도 말했지만 크림이 달달하면서도 가벼워서 계속 먹어도 살 찌지 않을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조심해야할 것 같았다.

편의점에서 무가당 바나나 우유도 하나 사왔다. 트위터를 통해서 출시 되었다는건 알았지만 실물은 한참 동안 못 볼 것 같았는데 그래도 속초에는 있었다. 0칼로리는 아니지만(우유 칼로리 정도) 먹어보면 바나나 우유 맛 그대로다. 인류는 또 하나의 벽을 넘었다.

어째 오늘은 하루를 정리하고보니 계속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 했던 것 같다. 뭐 물론 힐링 여행의 목적이 이런데 있겠지만.

(그럼에도 오늘 6km 넘게 걸었다는건 안비밀)

속초의 밤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 밤은 이 글을 쓰면서 아쉬운대로 좀 더 밤바다를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