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속초. 이번에도 사실 아무것도 안하고 바다만 보려고 온거라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려 헀으나 어쩄든 밥은 먹어야 하기에 일단 눈 뜨자마자 밥 먹으러 나갔다.
출발 전에 백종원이 갔다는 회국수 집에 가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대기 수준이 막걸리 빵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인 것 같아서 다른 집에 갔다.

회 냉면은 먹어봤어도 회 국수는 처음 먹어보는데 가자미를 세꼬시 스타일로 잘라서 회덮밥처럼 국수랑 같이 비벼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양이 많을 것 같아서 오징어 순대랑 회국수를 하나씩 시켰는데 회국수 하나를 두 그릇으로 나눠주셨다.
아무래도 식감은 역시 잔가시가 느껴지는 스타일이긴 했으나 생각보다 맛있었다. 역시 속초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인 듯. 오징어순대는 예전에 아바이 마을에서 먹고 두번째인데, 그때 뭔가 안좋은 기억이 있었는데 그 기억을 덮을만한 맛이었다. 속초 스타일 점심 클리어.

어느샌가 국내 지역 여행을 가면 카페를 꼭 가보게 된다. 그만큼 카페도 많고 특색 있는 카페도 많아진 덕분인 것 같다. 회국수 집 근처의 (역시 나름 핫한) 카페였는데 커피도 맛있고 디저트도 좋았다. 특히 왼쪽의 크림 브륄레 커피는 꽤 맛있었다. 달달한 커피 좋아해서 서울에서도 한번 더 먹고 싶어질 정도.

커피도 커피지만 바다 뷰가 좋은 카페였다. 소위 말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 바다 배경에 서 있는 저 스쿠터도 뭔가 의도한 배치인 것 같다. 파란 바다 배경으로 빨간색 스쿠터가 포인트를 준다. 인스타그램도 안하는데 사진을 엄청 찍었다.
카페에서 또 바다 멍한 뒤 숙소로 돌아와서 낮잠 한바탕.
저녁을 먹고 속초에서 유명하다는 서점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3km 정도 떨어져있는데 그냥 걸어가기로.
문우당 서림과 동아서점. 특히 문우당 서림은 요즘 유행할만한 분위기(?)의 서점이었다.


서점도 이젠 사진이 잘 나와야 한다. 근데 이곳은 사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책 큐레이션이 마음에 들었다. 책 마다 “닻”이라고 하여 추천할만한 책들은 서점 직원들이 추천하는 이유를 메모해놓기도 하고, 국내 소설과 해외 소설 같은 경우 작가 순으로 정렬해놓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서점이지만 지역 주민들에겐 도서관처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서울에 있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데 가도 이젠 책이 아니라 다른 것들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곳은 다른 것은 없고 오직 책만 있다.
부산이나 강릉에서도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서점도 몇번 가봤지만 여긴 정말 책에 진심인 곳이었다. 좀 일찍 갔고 여행 일정이 여유 있었으면 하루종일 앉아서 책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문우당 서림과 길 건너 사이에 있는 라이벌(?) 동아서점. 이곳은 1956년부터 영업한 서점이라고 한다. 문우당 서림처럼 여기도 감성적인 분위기의 서점인데, 문우당 서림보다 좀 더 서점 같은(?) 느낌이다.


여기도 사진이 참 잘 나오는 서점이다.
문우당 서림만큼 책만 있는 곳은 아니다. 달력이나 다른 굿즈 같은 것도 팔긴한다. 하지만 역시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 비하면 이곳도 주인공은 책이었다. 다만 이곳은 확실히 서점이란 느낌이 강해서, 다양한 책을 읽고자 한다면 문우당 서림 쪽이 더 맞는 느낌이었다.


두 서점이 비슷한듯 하면서도 다른 것도 재밌었고, 아주 지척에 있는 것도 재밌었다. 어쩄든 속초를 대표하는 두 서점이라고 하는데 다른 곳에도 이런 서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책을 놓을 부동산이 없는 나는 오늘도 밀리의 서재를 연다)
서점 방문으로 속초 여행 이틀차는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