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한 애플의 정의 – 맥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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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토리의 기사를 보다가 스마트폰을 제조하고 있는 각 빅 테크의 “사진”에 대한 생각 차이가 재미있어서 소개합니다. 아래의 각 정의는 제조사의 카메라 관련 부서의 임원들이 인터뷰 중 언급한 내용입니다.
삼성
사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센서를 통해 찍은 이미지는 당신이 보는 것을 재현하지만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AI를 통해 사진을 최적화하고 보정한다면 그것은 진짜인가? 실제 사진은 없다.
구글
사진은 기억이다. 사진은 궁극적으로 누군가와의 기억이다. 가족과의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고, 친구와의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사진은 이러한 경험을 재현하는데 최대한 만족스러워야 한다.
애플
사진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사진은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개인적인 축하이다. 사진은 멋진 커피 한잔처럼 단순한 것이거나, 내 아이의 첫걸음, 부모님의 마지막 숨결까지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사진은 인생의 지표이고 축하받을 가치가 있다.
현시대 가장 인기 있는 카메라인 스마트폰을 만드는 각 제조사가 카메라와 사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설계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요약입니다.
삼성의 정의 “사진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를 보면 삼성은 유명한 AI로 생성한 달 사진도 그렇고 사진을 가장 보기 좋게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AI로 만들어낸 이미지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상당히 비인간적이고 사진에 대한 존중이 없는 정의이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정의대로 그 과정이 무엇이든 가장 “보기 좋게 만들어진” 사진이면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미디어가 무엇이며, 믿을거 하나 없는 인터넷 세상에 기름을 끼얹는 허무주의적인 정의이기도 합니다. 사진이 실제로 존재하진 않는 것이라면, 우리는 사진을 왜 찍는걸까요? 사진은 만들어진 이미지면 족한걸까요?
구글의 “사진은 기억이다”라는 관점은 삼성보다는 한발 물러난 느낌입니다. 구글의 픽셀 폰이 갖고 있는 기능들도 갤럭시의 AI 기능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덜 공격적이죠. 사람은 기억과 추억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응답하라 시리즈를 생각해보죠) 기억과 추억이라는 관점에서 픽셀폰의 사진 기능은 사진을 AI를 이용해 창작하는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최대한 보기좋게 꾸미거나, 같이 있지 않았던 사람을 같이 있었던 것처럼 만드는 것도 우리가 기억을 미화하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과 추억은 왜곡됩니다. 가끔 우리는 예전에 찍었던 앨범을 보면서 “그래, 그땐 이랬지”하며 기억을 보정하기도 합니다. 구글이 정의한 “사진”의 의미가 기억이라면, 그리고 그 기억을 우리 뇌에 있는 인식대로 왜곡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왜곡된 기억과 추억을 보정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될 겁니다.
애플의 “사진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는 앞의 두 회사보다는 사진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아이폰의 카메라는 현실을 최대한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보면 미러리스의 Raw 로 찍은 것 같습니다. 최대한 데이터를 많이 담아서 후에 의도대로 보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죠. 이건 많은 사진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플의 정의대로 사실을 너무 사실 같이 찍다보니 아이폰의 사진은 너무 재미없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아이폰 15 프로도, 아이폰 16 프로도 사진이 너무 창백하고 생동감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현실 그대로 찍는다고 해도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재미없게 나올 필요는 없는데 말이죠.
또 애플의 정의는 한편으로는 생성형 AI 기능 도입에 뒤쳐진 현재의 포지션을 마케팅적으로 포장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앞의 두 제조사는 AI 기능을 전면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애플은 그러지 못한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iOS 18에 연말에 추가될 AI 기능 중에는 사진에 찍힌 원하지 않는 피사체를 지우는 지우개 기능도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저 정의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론 저 세가지 정의 중 가장 마음에 드는건 애플의 정의입니다.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로 사진이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본질과 가장 닮아있는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실제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림과 같은 또 다른 장르의 예술이라고 보는게 타당하겠죠.(그렇다면 카메라는 그저 보조적인 성격에 그치겠죠?)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AI는 현실을 왜곡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제조사가 AI와 현실의 최적 균형점을 찾게 될지, 미래의 스마트폰 카메라 경쟁은 바로 이 지점에 달려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