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프로 체험기

국내에도 드디어 비전 프로가 출시되어 애플스토어에서 비전 프로를 체험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달 긴 휴가 덕분에 저도 평일 낮에 애플스토어에 가서 비전 프로를 체험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예약하기

참고로 비전 프로 체험은 예약 없이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사전에 예약을 하고 가야 체험이 가능합니다. 지금은 생각보다는 사람이 없어서 널널하게 예약 가능했습니다.

비전 프로 체험 예약은 아이폰에서는 애플스토어 앱을 통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애플 스토어 앱에서 비전 프로 쪽으로 들어간 다음, “체험 예약하기” 버튼을 클릭해서 예약을 진행하면 됩니다.

에약은 다른 애플스토어 세션 예약과 다른 점은 없지만 예약을 완료하면 시력에 대한 질문이 있습니다. 안경을 쓰는지, 렌즈를 끼는지, 시력 관련 모노 비전 수술을 받은적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 등이 진행됩니다.

체험 진행

비전프로 체험 예약 후 애플스토어에 방문하면 애플스토어 직원과 1:1로 앉아서 체험 세션을 진행하게 됩니다.

만약 아이폰이 있다면 아이폰의 페이스 ID 센서를 이용해 두상을 측정하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사이즈나 두상의 모양 등을 확인하여 가장 적합한 밴드 사이즈를 추천해줍니다.

만약 안경을 쓰고 있다면 안경을 가져가서 전문 기계로 도수를 측정하는 과정도 진행됩니다. 이 기계는 안경원에서 볼 수 있던 기계 같은데 애플스토어에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더군요.

위 두 과정에서 각각 QR 코드가 나오는데, 체험 진행하는 애플스토어 직원에게 QR 코드를 보여주면 커스텀된 비전프로를 통해 체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두상도 다르고 시력도 다른데 이런 과정을 그래도 고객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간단하게 해둔 것 같더군요.

비전 프로 체험을 해보면 사전에 비전프로로 보고 싶은 내 사진과 동영상을 미리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공간 영상을 찍어둔게 있다면 세 개 정도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체험용 비전 프로로 컨텐츠가 전송되긴 하지만 개인정보에 미친 애플 답게(?) 일회성 동기화로 진행되고 체험이 끝나면 바로 삭제됩니다.

참고로 직원의 아이패드에 비전 프로로 보고 있는 것들이 같이 미러링되는데, 개인 사진을 보고 있을 때는 이 기능이 꺼집니다. 개인 사진을 직원이 볼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없도록 되어있어서 좀 더 편하게 사진을 골라도 됩니다.

비전 프로 체험은 통제된 환경에서 직원의 가이드에 따라 진행됩니다. 사전에 어떤 컨텐츠를 중점적으로 보고 싶은지 이야기할 수 있지만(저 같은 경우는 동영상이랑 게임을 이야기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통제된 순서에 따라 진행합니다.

첫번째는 사진 앱의 공간 영상과 파노라마 사진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그 다음은 몰입형 환경에서 유투브로 동영상 보는 경험을 소개하고, 그 다음은 게임, 마지막으로 애플 TV+에서 Immersive Video 영상을 보면서 종료합니다.

세팅부터 체험까지 다해서 30분 정도 소요되니 실제로는 20분 약간 안되는 시간동안 진행됩니다. 사전에 어떤걸 보고 싶은지 명확하게 정하고 가시는게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체험 후기

일단 딱 처음 봤을 때 느낌은 비전 프로가 생각보다 작다는 거였습니다. 계속 모델들이 착용하고 있는 사진만 봐서 느낌이 잘 와닿지 않았는데 착용한 모델들의 머리가 작았던건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작은 느낌이었습니다.

비전 프로 전에도 메타 퀘스트나 기타 다른 가상 현실 헤드셋을 간단하게 체험해보긴 했었는데, 애플스토어에서 딱 나에게 커스텀 된 비전 프로를 통해 체험해보니 확실히 경험 자체가 다르긴 하더군요. 복잡하긴 해도 애플이 왜 이렇게까지 체험 과정을 짜는데 공들였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 동안 좀 더 자유롭게 보고 싶었는데 그건 허용되지 않는게 좀 아쉬웠습니다. 딱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따라야해서 좀 더 다양한 기능을 체험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일단 다른 가상 현실 헤드셋과 비교했을 때, 딱 세가지는 완전 차원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패스스루 영상이랑 해상도, 그리고 스피커입니다. 이 세가지는 확실히 가격 답게 다른 경쟁 기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특히 해상도랑 스피커가 좋다보니 몰입 경험 자체가 다릅니다. 만약 해상도가 떨어지거나 스피커 음질이 좋지 않았다면 몰입이 크게 방해가 되었을 것 같아요. Immersive Video 중에 가수가 눈 앞에서 라이브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건 정말 놀랍더군요. 스피커까지 공간 음향을 지원하여 정말 눈 앞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써본 앱은 사파리랑 사진 앱 밖에 없었지만 멀티태스킹도 상당히 안정적이었습니다. 창의 위치를 어디에 놔도 그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건 정말 대단하더군요. 보통 다른 헤드셋의 경우 창이 약간씩 튀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비전 프로는 정말 자연스러웠습니다.

멀티태스킹 동작을 몇번 해보니 왜 애플이 비전프로를 가상현실 헤드셋이 아니라 “공간 컴퓨팅”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습니다. 미래의 컴퓨터는 이래야지! 싶은 느낌. 시선 추적이나 핀치 같은 동작도 그냥 잘 동작하는데다 직관적이라 별다른 학습이 필요 없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아이폰의 멀티터치를 처음 써봤을 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건 역시 무게였습니다. 머리 위에 밴드를 고정하는 듀얼 밴드로 체험했는데도 불구하고 30 분정도 착용하고 있으니 확실히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생각보다 작고 가벼웠지만 머리에 계속 오래 착용하고 있다보면 확실히 부담이 느껴지는 무게일 것 같습니다.

전 그래도 얼굴이 넓은 편이라 괜찮았지만 같이 체험했던 마느님의 경우 얼굴이 내려 앉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체험 종료하고 나면 쿨하게 가면 되는데, 어렵게 커스텀을 진행한만큼 커스텀 데이터는 향후 구매할 때 쓸 수 있도록 따로 메일로 구매링크를 보내줍니다. 저 같은 경우 아래 품목으로 추천해주네요. 상당한 대두라서 L 사이즈 밴드를 추천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M 사이즈를 추천해줘서 기분이 좋습니다.

안경을 썼기 때문에 ZEISS 렌즈도 추가 구매를 해야하는데 이건 애플에서는 못 사고 ZEISS 취급 안경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살 계획은 없지만요.

어쨌든 여러모로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다른 가상 현실 헤드셋은 특유의 튀는 현상과 울렁거림, 멀미 때문에 못 쓰는데 비전 프로는 그런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애플 제품 답게 잘 만든 제품이고, 기존 제품들과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구매를 고려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가격과 꽤 부담스러운 무게가 발목을 잡습니다. 비전 프로의 공간 컴퓨팅이 컴퓨팅의 미래라는데는 동의하지만 미래가 오려면 아직 조금 더 남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 두세대 정도는 더 거친다면 그때 모두에게 걸맞는 공간 컴퓨팅 폼팩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안경 형태까지는 아니어도 좀 더 가볍고 얇아진 형태로 말이죠.(비전 에어라든지..)

여러모로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감히 지를 마음조차 품을 수 없었던 비전 프로 체험기는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