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갑작스럽게 출발했던 부산 여행 마지막 날.(위 노래는 내용과 아무 상관 없음)
애초에 계획이랄 것 없이 왔던 여행이라 그냥 걸어다니고 숙소에서 바다 멍만 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여행 다니면서 아무것도 안하기가 목적이었던 여행은 없었던 것 같다. 주로 예전엔 지도를 펴놓고 주요 관광지를 찍은 다음 그 사이를 채워나가는 식으로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이번은 그냥 숙소랑 기차만 잡고 무작정 떠나왔다.
어떻게 이런 계획이 가능했나 생각해보면 부산에 최근에 많이 왔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다녔던 곳은 새로운 여행지였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는 여행은 불가능했다. 보통 하나라도 더 보고 싶어하지. 하지만 부산에서는 이미 웬만한건 다 봤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기가 가능했던 것 같다.
예전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관광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보다가 가는 유럽인들을 보며, 여유 없이 관광지 돌기에 바쁜 한국인들이 안쓰럽고도 부끄러웠다. 우리는 왜 저렇게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걸까? 하고.
근데 이번에 부산에 다녀와서 생각하니 우리도 이탈리아를 유럽인만큼 자주 가면 당연히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부산과 달리 이탈리아는 한번 가볼까 말까 하니 당연히 볼 수 있는한 최대한 많은걸 봐야지. 유럽인도 서울에 오면 마찬가지지 않을까?
어쨌든 진짜 여행이 힐링이 되려면 여행 와서도 아무것도 안해야 한다는 걸 이번 부산 여행에서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힐링이 정말 필요하면 그동안 다녔던 여행지를 재방문하는 방식의 여행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느꼈던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그동안의 경험치로 여행 실력(?)이 늘었다는거였다. 확실히 유럽 같이 아주 먼 곳에서 한달 정도 있다오니 짐 싸는 스킬도, 계획 세우는 스킬도, 여행에서 즐기는 스킬도 레벨 업 된 것 같다. 아마 그래서 오히려 아무것도 안하는 여행이 가능했을지도.
어쨌든 짧지만 만족스러웠던 부산 여행 후기는 여기까지.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훌쩍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행가서 스트레스를 풀고 오거나 힐링하고 왔다는 이야기들을 그다지 믿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 여행으로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덧. 이미지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 있었던 스테이크. 별로 기대 안하고 간 곳이었는데 의외로 치였다.

같은 집에서 경양식도 먹었는데 옛날 경양식 돈가스보다는 훨씬 고급스러웠지만 소스가 예전의 그 맛이 아니라 아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