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절대 공감 받지 못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매직마우스 예찬입니다.
애플 제품 중에 욕을 먹는 제품들도 꽤 있지만 그 중에 거의 불호가 절대 다수에 가까운 제품이 있다면 바로 매직마우스일겁니다. 애플은 제품을 잘 만들지만 마우스만큼은 정말 엄청나게 못 만드는 역사와 전통이 있죠.
얼마 전에도 유투버 잇섭 채널에서 매직마우스에 대한 영상이 올라왔었죠.
매직마우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너무 납작하다는 건데 손으로 항상 쥐고 써야 하는 마우스로서는 최악의 디자인입니다. 손을 대체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는 디자인이죠.
매직마우스2만해도 10년 정도 되었으니 이렇게 악명이 높은데도 바꿀 생각조차 안하는 애플도 참 대단합니다.
모두가 손가락질을 하고 있으니 청개구리인 저는 제가 요즘 매직마우스에 대해 느끼고 있는 장점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매직마우스의 장점
매직마우스는 알고보면 상당히 흔치않은 방식의 마우스입니다. 하나의 버튼을 제외하고 매직마우스에서 물리적인 버튼은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되어있습니다. 휠도 없고 뒤로가기 버튼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마우스들은 투버튼의 일반적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컴퓨터를 써온게 30년이 더 넘은 것 같은데 제가 처음에 봤던 마우스나 지금의 마우스나 기본적인 구조는 다르지 않습니다.
버티컬 마우스가 나오면서 그립이 세로로 바뀌기도 하고 여러가지 버튼이 달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마우스의 기본 구조는 두개의 물리적인 버튼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매직마우스는 기본적으로 원버튼입니다. 매직마우스를 비롯해 애플이 예전부터 만들어온 마우스들도 모두 원버튼 방식이죠. 물론 마우스 오른클릭을 지원하긴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마우스 오른쪽 면을 터치하면서 클릭하는 제스쳐입니다.
물리적인 부분이 거의 없다는 건 그만큼 망가질만한 부분이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쓰고 있는 매직마우스는 2017년에 아이맥 구매시 딸려온건데 지금까지 아무 고장 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배터리 수명만 조금 감소한 느낌입니다.
또한 물리적인 부분이 없다는건 소프트웨어로 커버하거나 커스텀할 수 있는 영역도 넓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휠은 없지만 터치 제스쳐를 통해 가로 세로 자유롭게 스크롤할 수 있고, 요즘 로지텍 마우스처럼 무한 휠 기능을 지원합니다.
굳이 MX 마스터처럼 가로 휠 세로 휠이 따로 나눠져있는 것도 아니라서 가로 스크롤을 위해 습관을 바꿔야 하거나 엄지손가락을 따로 이용해 스크롤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요즘 새롭게 느끼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원 버튼이라는 점인데, 생각보다 원버튼 방식의 마우스가 나쁘지 않습니다. 마치 트랙패드처럼 마우스 어떤 부분이든(아주 오른쪽만 제외하면) 클릭해도 클릭이 되기 때문에 마우스를 파지하는 손의 자유도가 높습니다.
아주 극단적으로는 마우스 끝 부분을 잡고 클릭해도 되고
약간 버티컬 마우스처럼 손을 수직으로 눕힌 상태에서 손가락만 까딱까딱해도 클릭이나 휠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손의 자세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보니 손의 피로도는 확실히 덜합니다. 마우스를 쓸 때 손에 무리가 오는 이유는 한 자세로 오래 있기 때문인데 매직마우스는 여러 자세로 바꿔가면서 쓸 수 있으니 이 부분에서 오히려 편한 측면이 있습니다. 납작한 마우스도 여러 자세를 취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매직 마우스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마지막 장점은 휴대성입니다. 매직마우스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휴대성 측면에서는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입니다.
매직 마우스의 무게는 99g으로 요즘 게이밍 경량 마우스에 비하면 무거운 편이지만 무선 마우스치고는 가벼운 편입니다. 또한 특유의 납작한 디자인은 어떤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도 잘 들어갑니다. 심지어 타이트한 청바지 주머니에도 들어갈 정도입니다.
제가 쓰고 있는 버티컬 마우스들은 손에 그립은 좋지만 휴대성은 꽝이기 때문에, 외근이나 외부에서 작업할 때는 꼭 매직마우스를 챙기게 됩니다.
매직마우스를 잘 쓰려면
매직마우스는 욕을 많이 먹지만 잘만 쓴다면 그렇게까지 욕먹을만한 제품은 아닙니다. 잘만 쓸 수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여러 장점을 갖고 있는 마우스고, 시장에 그 어떤 마우스보다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 마우스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생긴게 일반 마우스와 다르다보니 가장 큰 문제가 손목 통증인데, 이 부분은 약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마우스를 앞까지 손으로 다 덮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렇게 사용하면 손가락을 지탱하는 근육이 쉽게 피로해집니다.
위에 잇섭 동영상의 직원분이 쓰는 방식도 손목에 무리를 주는 방식입니다.(본인은 편하다고 하지만..)
매직마우스를 잘 쓰려면 파지법이 중요한데, 파지법에 대해서는 블로그 트위터 이웃인 푸른곰님의 글이 가장 잘 정리되어있습니다.
해외에서는 Claw 라고 하는 파지법인데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들로 마우스를 가볍게 잡고 검지는 마치 발톱을 세운 방식처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마우스도 앞 쪽 끝 부분이 아니라 가운데에 가까운 부분을 클릭합니다.
트랙패드를 잡는 것에 가까운 방식인데 매직마우스를 잘 쓰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바로 이 포인트입니다. 마우스가 아니라 움직이는 트랙패드라고 생각하면 생각하면 쉽습니다.
매직마우스는 확실히 마우스라기보다는 트랙패드에 가까운 특징을 갖고 있는데 매직마우스에서 터치가 가능한 영역은 애플 로고 윗 부분 전체입니다. 애플 로고 윗 부분에서 제스쳐를 실행해도 터치가 인식됩니다. 생각보다 터치할 수 있는 영역이 넓죠.
애플이 애초에 이렇게 설계한 이유도 Claw 형태의 파지를 염두에 두고, 마우스를 클릭할 수 있는 영역을 넓게 만들어 어떤 자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위에서 했던 것처럼 버티컬마우스 자세로 손을 뉘어서 쓰거나 살짝만 잡고 쓰거나 여러 자세로 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또 하나의 팁은 매직마우스를 유용하게 써보겠다고 서드파티 제스쳐 앱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비싸고 불편하지만 예쁜 이 마우스를 좀 더 유용하게 써보겠다고 여러 제스쳐앱을 설치하시지만 전 되도록 애플에서 세팅한 기본 상태로 쓰시는걸 추천합니다.
매직마우스는 트랙패드와 달리 터치할 수 있는 영역이 넓다고 하나 손가락 두개 이상을 쓰기에는 불편한 구조입니다. 서드파티 제스쳐앱들은 손가락 두개, 세개를 이용한 제스쳐를 많이 사용하는데 트랙패드와 달리 마우스는 마우스를 지탱할 손가락도 필요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불편합니다.
저는 매직마우스에서 여러 손가락과 불편한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이런 앱들이 오히려 손목 통증을 유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자세를 취해봤을 때 가장 편했던건 손가락 하나로 사용하는 방식이었거든요. 매직마우스를 처음 구매하셨다면 되도록 기본 상태에서 다른 마우스 쓰듯이 기본적인 기능만 먼저 사용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결국 손에 맞는 것이 최고
매직마우스의 장점과 팁을 길게 이야기했지만, 결국 마우스는 손에 맞는 것을 써야 합니다. 저도 매직마우스만 쓰지 않고 로지텍의 MX버티컬을 5:5 비율로 쓰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마우스 사용시 손목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버티컬 마우스와 일반적인 마우스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절대 추천하지 않는 것은 매직마우스가 불편하다고 트랙패드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트랙패드는 대기 상태일 때 손가락을 올려놓을 수 있는 매직마우스와 달리 손가락을 항상 띄워놓고 있어야 합니다. 손가락을 들고 있는 힘으로 인해 매직마우스보다 손목 건강에 더 안좋을수 있습니다.
또한 마우스 드래그가 많은 작업의 경우에는 손가락을 문대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손가락의 통증을 더 빠르게 불러올 수 있습니다. 트랙패드는 보조용도나 웹 서핑 등의 제스쳐 기반을 많이 사용할 때는 좋지만 마우스가 필요한 작업에서는 마우스를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맥북의 트랙패드는 대기 상태일 때는 키보드에 손이 가 있고 대부분 엄지손가락 등으로 컨트롤하기 때문에 좀 낫지만 외장형 트랙패드는 그렇게 쓰기에도 애매한 구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