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M4 아이패드를 구매한지도 6개월 정도 흘렀기에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아이패드 프로 장기 사용 리뷰.
구매를 후회하지는 않는지?
M4 아이패드 프로는 2018년 아이패드 프로 3세대 이후로 처음 바꾼 최신형 아이패드였다. 아이패드 프로라는 이름에 걸 맞게 본체 가격도 눈 돌아가게 비쌌고,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그동안 썼던 모든 구성품을 바꾸면서 추가 비용도 장난 아니게 들었다. 비용만 보면 현재 쓰고 있는 M2 맥북 에어(10코어, 16기가, 512 GB 용량) 보다 더 비쌌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후회하지는 않았다. 아이패드 프로의 활용도가 엄청 높았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한 이후로 맥북 에어는 대부분 데스크탑처럼 쓰고 있고 컴퓨터를 휴대해야하는 모든 상황에 아이패드 프로를 들고 다녔다.
난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의 주 사용 고객으로 설정한 타입의 사람이 아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도 아니고 동영상 편집을 하는 크리에이터도 아니다. 그냥 일반 직장인이고, 가끔 퇴근 후 블로그를 취미로 하는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6개월 동안 M4 아이패드 프로는 전천 후로 모든 케이스에서 도움이 되었다. 일할 때도, 여행할 때도, 집에서 놀 때도, 블로그를 쓸 때도 아이패드 프로가 항상 같이 있었다. M4 프로세서는 아이패드 프로가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에서 성능이 넘쳤고, 아이패드 프로로 작업하는데 있어서 걸리는게 없었다.
그래서 M4여야 했을까?
아이패드 프로가 한국에 출시되기 전까지는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었는데 주된 이유는 아이패드 에어의 존재 때문이었다. 사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애플이 설정한 아이패드 프로의 주요 고객이 아니었다. M2 아이패드 에어로도 충분하다는걸 알고 있었다. M2 아이패드 에어는 저렴했을 뿐 아니라 2018 아이패드 프로에서 쓰던 모든 구성품을 다 쓸 수 있었다.
M4 아이패드 프로 첫 리뷰에서 나는 “그래서 M4여야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난 아직 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솔직히 M4 아이패드 프로의 하드웨어를 가장 잘 살리는 앱은 유체 역학 시뮬레이터(?)인 Fluid Simulation 이라는 장난감 앱 정도였던 것 같다.
아이패드 프로에서 아이패드 프로로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은 M4 프로세서로는 차고 넘칠 정도로 잘 실행된다. 아마 M2만해도 충분히 넘쳤을 것이다. 특히 내가 아이패드 프로로 하는 모든 작업, 사진 보정, 원격 제어, 블로깅은 M4 프로세서로는 발열 조차 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맥북 에어로도 그리 대단한 작업을 하진 않는 사람이었다. 맥북 에어가 아이패드 프로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결국 나는 아이패드를 쓰나 맥북을 쓰나 같은 일을 한다. 아마 그러니 아이패드 에어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나도 안다.
하지만 M4 아이패드 프로는 M4 말고도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무게가 가벼워지고, 두께가 얇아졌고, OLED가 탑재 되었다. 맥북 에어와 비교하자면 훨씬 가볍고 유연하다.
그래서 나는 “그래서 M4여야 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데는 실패했지만, “그래서 아이패드 프로여야 했는가?”에 대한 답을 할 수는 있다. 충분히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패드 프로를 어디에 쓰길래?
나는 아이패드 프로를 전천 후로 사용하는 것 같다. 특히 잘 쓸 때는 일할 때인데, 회사에서 지급한 맥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주로 재택근무할 때 사용하고 회사에 출근할 때는 가볍게 아이패드 프로 + 매직키보드 하나만 들고 간다.(회사 지급용 맥북 프로는 너무 무거워서..)
사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윈도우 원격 제어 앱 덕분이다. 회사 보안 정책상 어차피 회사 지급 맥북이 아닌 이상 모든 컴퓨터는 사무실 윈도우 컴에 원격으로 붙어서 작업하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일할 때는 개인용 맥북 에어를 쓰나 아이패드 프로를 쓰나 어차피 회사 윈도우 PC에 원격으로 붙어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
회사에 출근할 때는 핫데스크 제도에 따라 어떤 자리든 자유롭게 예약할 수 있다. 그리고 자리에는 USB-C 모니터랑 키보드 마우스가 구비되어있다. 그래서 어떤 자리에서든 모니터만 아이패드에 연결하면 동일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스테이지 매니저 덕분에 외장 모니터에 연결한 윈도우도 전체 해상도를 다 살려서 쓸 수 있다.
중간에 회의가 있으면 모니터 선만 해제해서 아이패드 프로만 들고 간다. 회의 중에 다른 자리에서 일할 일이 있으면 그냥 선 꽂고 그 자리에서 일하면 된다.
물론 내 경우에는 환경이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적어도 내 환경에서는 아이패드 프로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일하는게 가능해졌다. 블로그 같은 개인 업무나 컨텐츠 소비는 원래도 아이패드가 잘 하던 일이었으니까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윈도우 원격 제어 앱을 쓴다면 아이패드 프로를 잘 쓰고 있다고 할 수는 없는거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윈도우 원격 앱을 쓴다면 아이패드 프로 자체를 쓰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까.
하지만 나는 환경상 윈도우 원격에서 일할 수 밖에 없고, 퇴근 후에는 거의 iPadOS 자체 기능만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아이패드의 워드프레스 앱에서 작성하고 있는 이 글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윈도우 원격 제어 앱이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윈도우 원격 앱은 약간 반칙이긴 하지만 아이패드가 갖고 있는 한계를 꽤 많이 커버할 수 있다. 아이패드 프로가 해결할 수 없는 컴퓨터로서의 일들, 한국에서 필수적인 윈도우 호환성 등 아이패드 프로가 갖고 있는 단점을 훌륭히 커버해준다. Moonlight 같은 앱을 이용하면 거의 네이티브에 가깝게 쓸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예전에 맥북 쓸 때 가상머신이나 윈도우 PC를 병행해서 쓰던 거랑 비슷한데, 아이패드 프로도 그 정도 단계까진 온 것 같다. 아이패드 프로나 맥북이나 어쩔 수 없는 부분은 비슷하게 있다. 받아들이기 불편한 사실이지만 받아들이면 의외로 편하다.
다만 맥북처럼 가상머신이 지원되지 않는건 여전히 아쉬운데, 애플도 정책을 서서히 바꿔나가고 있으니 아이패드 용 가상머신 앱이 나온다면, 아이패드 프로가 컴퓨터로서 가지는 많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악세사리는 어떤지?
M4 아이패드 프로에서 가장 만족하고 있는 악세사리는 당연히 매직키보드다. 2018 아이패드 프로에서부터 몇번을 고민하면서 사고 팔고 했던 악세사리인데, M4 아이패드 프로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일단 전작에서 잘 찢어졌던 힌지 부분이 알루미늄으로 변경되었고, 내장 부분도 알루미늄으로 변경되어 내구성 자체가 올라간게 만족스럽다. 아이패드 프로 본체가 가벼워지면서 키보드 자체 무게도 아주 약간 가벼워진 것도 마음에 든다. 아이패드 프로를 컴퓨터처럼 사용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장비다. 출근할 때도 가방 없이 아이패드 프로 + 매직키보드만 들고 간다.
스마트 폴리오는 아이패드 프로를 최대한 가볍게 들고 다닐 때 사용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주로 여행할 때 쓰고 있다. 여행할 때 키보드가 있으면 주로 회사 일을 하기 때문에(…) 그 습관을 고치고자 최대한 가볍게 스마트 폴리오만 들고 다닌다. 다만 요즘은 블로그를 매일 쓰다보니 스마트 폴리오를 쓰면서 필요시 연결할 수 있는 키보드가 필요해질 것 같다.
애플 펜슬 프로는 안 샀고 앞으로도 안 살 예정이다. 2018 아이패드 프로를 썼을 때도 거의 한달에 한번 정도 쓸까 말까 였고 지금도 딱히 아쉽진 않은 것 같다. 앞으로 필요한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필요하면 그때 구매하면 될 것 같다.(이 부분만 봐도 내가 아이패드 프로의 주요 타겟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로 엄청 잘 쓰고 있는 아이패드 프로지만 역시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일단 iPadOS의 여러가지 문제들이 가장 크다. 일할 때는 윈도우 원격을 이용하고 있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개인적인 컴퓨터 관련 업무는 iPadOS로 처리하는데 90%는 다 가능하지만 나머지 10%에서 걸린다. 이 10%는 아이패드 프로에서 어떤 짓을 해도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대부분 애플의 정책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얼마전 웹 브라우저 개발자 도구를 써야할 때가 있었는데 아이패드 프로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애플이 지원을 안하기 때문에. 요즘은 확장 기능도 있긴 하지만 제대로 쓰기는 어렵다. 원격 앱을 쓰거나 맥 OS를 써야만 한다.
iPadOS에서 또 하나 아쉬운건 버전업을 할 수록 한글 입력이 이상해진다는 점이다. 특히 iPadOS 18 에서는 외국산 OS에서 반드시 따라오는 끝 글자가 커서를 따라다니는 현상이 계속 심해지고 있다.(혹시 이 증상이 뭔지 모르겠다면 문장을 마침표 없이 쓰고 엔터를 친 다음 Delete를 눌러 글을 지워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하나 아쉬운 점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가 없다는 점이다. 2018년 아이패드 프로를 쓸 때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를 잘 썼는데, 무게랑 실용성에서 밸런스가 괜찮았기 때문이다. 물론 키감은 별로였지만.
키보드가 필요하면 별도 외장 키보드를 쓰거나 매직 키보드를 써야 하는데 일단 매직 키보드를 결합하면 아이패드 프로의 가벼움이나 유연함의 장점이 반감되는건 사실이다보니 배낭 하나 들고 여행할 때는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가 아쉽다.
마지막으로 아쉬운건 역시 무게. 11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쓰고 있긴 하지만 역시 무게는 아쉽다. 물론 본체 무게는 가볍지만, 매직키보드를 결합한다면 에전에 썼던 노트북인 P1510(990g)보다 여전히 무겁다.
맥북 에어보다 더 잘 활용하고 있는 이유는 주로 휴대성 때문인데 좀 더 파격적으로 가벼워지길 바라는건 욕심일까?
마무리
이번 글은 형식이나 사진을 따로 첨부하지 않고 6개월 동안 M4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하면서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냥 두서 없이 써봤다.
M4 아이패드 프로는 겁나 비싸고 겁나 사치스러운 디바이스임은 분명하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M4의 성능을 다 발휘하려면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게임?)
하지만 그 사치스러움이 무용한 것은 아니다. 사치스러운 텐덤 OLED 디스플레이, 비용만 증가 시키는 것 같은 극단적인 두께와 무게, 과도한 성능의 M4 프로세서까지 결국 다 어떻게든 쓰이고, 차이를 만들어낸다. 아이패드 프로의 가치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요즘 좀 아쉬워하는건 셀룰러 옵션이다. 지금 쓰고 있는 모델은 11인치 기본형인데 아무래도 휴대성을 극대화하고 맥북과 완전히 차별하려면 셀룰러 옵션은 넣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폰 핫스팟도 충분히 쓸만하긴 하지만 셀룰러 옵션이 있었다면 휴대성과 활용도도 한차원 더 높아졌을 것 같다.
다소 두서 없었던 아이패드 프로 6개월 리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