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는 컴퓨터

얼마 전 ChatGPT의 프로모드를 사용해봤을 때 예전에 쓰던 P1510의 후계기에 대한 질문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냥 테스트해보려고 했던 질문은 아니고 정말 고민되는 부분이라 했었던 질문이었습니다.

P1510은 햇수로 8년 정도를 썼는데 정말 오래썼지만 그만큼 다방면으로 잘 썼던 컴퓨터였습니다. 항상 어딜 가든 같이 갖고 다녔고 많은 일들을 같이 했죠. 그걸로 공부도 했고 책도 썼고 게임도 했고 동영상도 봤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스마트폰 같은 존재였죠.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그때의 P1510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컴퓨터에 가까웠던걸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P1510의 후계기가 될만한 장비를 찾는다면 제가 원하는 완벽한 컴퓨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미쳤습니다.

내가 찾는 컴퓨터의 기준

기준 : 휴대성이 매우 높지만 디바이스 하나로 모든걸 할 수 있는 다용도 컴퓨터. 그리고 윈도우를 실행하지 않을 것.

일단 가장 큰 기준은 역시 휴대성인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휴대성이 높지 않으면 어딜가든 들고 다니지 않으니까요. 가볍기만한게 아니라, 어느정도의 배터리 시간도 받쳐줘야 합니다.

크기는 P1510이랑 똑같은 8.9인치 까지는 아니더라도, 10인치 ~ 11인치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윈도우를 실행하면 안된다는 기준은 그냥 제 변덕인데, 윈도우를 실행하는 기기는 별로입니다. 그래서 게임용 UMPC도 유일하게 스팀덱에만 관심이 있죠. 하지만 이 기준은 조금 약한 기준이긴 합니다. 윈도우 기반이라도 다 지우고 리눅스를 설치하면 되니까요.

이 기준으로, 만약 지금 P1510 같은 역할을 했던 컴퓨터를 고른다면 어떤게 가장 적합할까요?

초소형 노트북

ChatGPT가 추천하기도 했지만 현재 기준 가장 직접적인 후계 기종은 중국 제조사들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는 미니노트북 제품군인 것 같습니다.

그 중 가장 생각해볼만한 대안은 게임용보다는 생산성 제품군 쪽에 가까운 GPD 포켓 3이나, One Netbook 같은 제품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One-Netbook 5 (이미지 출처)
GPD Pocket 4 (이미지 출처)

이 제품군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이후로 명맥이 끊긴 미니 노트북 라인을 힘겹게 이어오고 있는 제품군입니다. P1510의 가장 직접적인 후손들이라고 할 수 있죠. 보통 7인치 ~ 8인치 대 제품이 많고 600g 전후의 무게를 형성하고 있어서 매우 가볍습니다.

다만 이런 컴퓨터들은 작은 크기로 인한 배터리가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GPD Pocket 4 같은 경우 5시간 ~ 6시간 정도 간다고 하는데, 아이패드나 맥북 쓰던 입장에서는 아쉽긴 합니다.

그리고 어쨌든 윈도우를 지우고 리눅스로 세팅해야한다는 문제도 있죠.(다행히 호환성 자체는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저한테 마이너스인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크기인데, 지금은 11인치 아이패드도 답답해지려는 마당에 7인치 ~ 8인치는 본격적인 작업용으로 쓰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심지어 예전 P1510도 8.9인치로 9인치에 가까웠었죠.

크롬북

그 다음으로 ChatGPT가 추천해준 대안은 크롬북 계열의 컴퓨터들입니다. 운영체제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휴대성이 좋은 라인도 있고 무엇보다 윈도우가 아니죠.

사실 크롬북 쪽은 애초에 생각도 안하고 있었긴 했는데 일단 ChatGPT가 추천해줬으니 한번 살펴봤습니다. ChatGPT가 추천해준 모델은 Lenovo Chromebook Duet입니다.

Lenovo Chromebook Duet

이름 답게 2 in 1 노트북의 모습을 하고 있고 디스플레이를 따로 분리해서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도 10인치 정도의 크기고, 가격도 크롬북 답게 아주 착합니다.(379 달러부터 시작)

다만 아무리 리눅스 레이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크롬북은 아이패드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ChromeOS나 iPadOS나 제한되긴 매한가지인데 차라리 앱 호환성이라도 더 좋은 아이패드를 쓰는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배터리 시간이나 다른 부분이 좋긴 하지만 역시 크롬OS라는 부분에서 한계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태블릿 PC + 키보드

사실 미니 노트북이 멸종당한 가장 큰 이유는 2 in 1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위시한 태블릿 PC 제품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용도가 아무래도 너무 겹치는데 확실히 태블릿PC가 편한 측면이 분명 있거든요. 그래서 태블릿 PC에 키보드를 결합한 형태도 고려해볼만한 것 같습니다.

이 분야의 최고는 역시 아이패드 프로겠죠. 가볍고, PC보다는 제한적이지만 어쨌든 다용도로 쓸 수 있고, 속도도 모바일 최고 수준으로 엄청 빠른데 배터리도 10시간 이상으로 오래갑니다.

다만 역시 아이패드 쪽은 운영체제가 발목을 계속 잡는 것 같습니다. iPadOS가 나쁘진 않지만 여러가지 버그와 한계성 때문에 예전 P1510과 동일한 용도로 절대 쓸 수는 없거든요. 일례로, P1510에서는 가상머신에 우분투를 돌려서 책에 필요한 이미지를 찍었지만, 아이패드로 같은 작업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아이패드 프로가 최고의 대안이긴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에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같은 애플 플랫폼에서는 맥북 에어도 고민해볼만한 대안이긴 하지만, 맥북 에어는 13인치라 너무 큽니다. 범용적인 사용성에는 맞지만 제가 찾는 대안에 맞지는 않습니다. 예전 11인치 맥북 에어였다면 좀 더 잘 맞았을 것 같지만, 아이패드가 있는한 애플이 11인치 ~ 12인치 맥북 에어를 만들 것 같진 않습니다.

마무리

결론은, 싱겁지만 현재 기준으로 P1510의 후속 기종을 구매한다면 저는 아이패드 프로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그것도 11인치로 말이죠. 매직키보드를 결합한다면 별로 가볍진 않지만 이정도가 타협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지금도 쓰고 있는 장비네요!

하지만 제가 계속 고민하는 이유는 결국 아이패드와 OS가 가지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 자체는 비교가 안되게 발전했는데 용도 자체는 P1510을 쓰던 때보다 더 제한적인 상황..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그리 매력적인 것도 아니니 iPadOS가 계속 이 모양이라면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