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이런저런 일상 이야기.
날이 많이 풀렸다. 이런저런 뉴스로 답답하지만 그래도 봄은 오는 것 같다.
이런 날 집에만 있기도 뭐해서 무작정 동네 카페로 나가본다.


이 녀석은 룽지라는 길고양이인데 항상 카페 입간판 아래에서 식빵을 굽고 있다. 사진을 더 찍고 싶었는데 바로 위 사진을 찍을 때 쯤 누군가가 불러서 가버렸다.(아쉽)
아이패드 프로를 들고올까 하다가 웬지 그래도 카페는 역시 맥북인 것 같아(근거는 없다) 오늘은 맥북 에어가 출격했다. 생각해보니 진짜 오랜만에 맥북 에어 들고 밖에 나온 것 같다. 요즘은 거의 아이패드 프로가 출격을 해서. 덕분에 비싸게 주고 산 가죽 슬리브도 집에만 있다가 모처럼 외출했다.

요즘은 웬만한 카페에 대부분 원두 선택권이 있지만 우리 동네는 이곳만 원두 선택권이 있다. 하지만 디카페인만 먹는 나에겐 애초에 원두 선택권 따위는 없다.

작업하는 척해봤다.
봄이 되다보니 볕이 서서히 따뜻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런 햇빛 아래서 맥북 에어의 디스플레이 밝기는 확실히 아쉬운 편이다. 아예 외부에서 하는 작업은 지속 밝기 1,000 니트의 밝기를 자랑하는 아이패드 프로 쪽이 더 낫다. 하지만 요즘은 맥북 에어를 다시 써보려는 중이기도 하고 오늘은 아이패드 프로로 할 수 없는(하기 어려운) 여러 동영상의 인코딩 작업이 필요해서 맥북 에어에서 작업이 필요했다.

아이패드를 주로 쓰다가 맥북에서 작업하면 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냥 오랫동안 써왔던 컴퓨터 그대로라서. 아이패드 프로는 어떤 작업이든 최적화하기 위한 설계(?)가 좀 필요한데 맥북 에어는 그냥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아이패드 프로는 화면이 꺼지면 모든 작업이 중단되지만 맥북 에어는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묵묵히 작업을 수행해낸다. 아이패드 프로는 뭔가 불안감이 있는데 맥북 에어는 뭐든 시켜도 다 해낼 것 같다.
딱 무게만 좀 더 가벼워져도 좋을 것 같은데, 예전 11인치 맥북 에어나 12인치 맥북 같은 모델이 1kg 언더로 나오면 참 좋을 것 같다.
어쨌든 CPU와 GPU를 갈구는 동영상 인코딩을 배터리로 했는데도 꽤 오랜 시간을 버텨줘서 하고자 했던 작업은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즐기는 풍류(?)는 참 오랜만이다. 생각해보면 거의 6개월만인가? 작년 가을에 외근하고 시간이 좀 떠서 소공동 스타벅스에 앉아있을 때 이후로 처음인듯.
예전에 취직은 안되고 집에 있긴 뭐할 때 P1510 한대 들고, 나중에는 맥북 에어 2010 11인치 한대 들고 종로의 이런저런 카페를 전전했었다. 하는 건 따로 없었지만 그냥 뭐라도 하는 사람이어 보이고 싶어서 노트북 앞에 그냥 앉아있었다. 동영상 강의를 보며 공부를 했던 것도 아니고 따로 글을 썼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카페에 앉아서 게임을 하기도 좀 부끄러워서(…) 그냥 컴퓨터 자체를 이것저것 만지는 일을 했었다. 괜히 설정도 바꿔보고, 앱도 한번 설치해보고, 그걸 글로 정리해보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이 블로그에 있는 글들은 모두 그 시절의 흔적이다. 취직이 안되고 집에서 쫓겨나서 할 일 없는 백수가 컴퓨터 갖고 이런저런 삽질했던 기억들. 뭐 결국 그런 경험들 덕분에 책도 쓰고, 취직도 했고, 이렇게 블로그의 글로라도 남았으니 무용한건 아니었다. 노트북을 앞에 놓고 카페에서 글을 쓰는 지금이 풍류가 되었으니, 봄은 그래도 오나보다.
요즘은 맥북 앞에 있으면 거의 일만했던 것 같은데, 가끔은 이렇게 나와서 노는 것도 재밌다. 집에서 거의 놀고 있는 맥북 에어도 가끔 이렇게 출격시켜서 일 시켜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