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기가 드디어 고장나다

집에서 쓰던 오래된 공유기가 드디어 고장났습니다. 사실 고장은 예전부터 나있었는데 그동안 부정하고 있었던거에 가깝습니다. 사실 이상한 현상은 오래전부터 있었거든요.

공유기는 뭔가 바로 망가지진 않기 때문에 사망 판단하기가 좀 애매한데, 멀쩡할 땐 또 멀쩡하게 잘 되다가 아주 가끔씩 사소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 사소한 문제들이 서서히 잦아져서 결국 못 쓰겠다고 판단하는거죠.

공유기가 망가졌다는 전조는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할 때인 것 같습니다. 보통 공유기는 처음 세팅해놓고 잊어버리니까요. 그러다가 갑자기 인터넷이 안된다거나 신호가 갑자기 끊긴다거나 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죠.

예전에도 공유기가 망가졌음에도 의미 없는 재부팅과 초기화를 1년이나 반복하다가 교체했었는데 이번 공유기도 거의 그 상태로 반년 정도는 끌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공유기도 소모품에 가깝다는걸 잘 몰랐거든요. 또 초기화나 재부팅을 하면 잘 되기도 하기 때문에 놓아주지 못하고 계속 쓰는거죠.

이번에 망가진 공유기는 iptime 제품으로 Wifi5 공유기(802.11ac)로 2016년 쯤에 샀던 공유기로 기억합니다. 그러고보면 거의 10년 정도 썼던 공유기네요. iptime 제품은 내구성이 안좋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오랫동안 버틴 것 같습니다.

지난달부터 컴퓨터를 켜면 인터넷이 연결되어있지 않은 현상을 자주 발견했습니다. 공유기 자체가 먹통이 되어서 유선으로 연결해도 세팅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는 상태였죠. 공유기의 코드를 뽑으면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멀티플레이 기반의 게임을 할 때는 게임이 멈추거나 빨리 감기가 되는 현상이 잦았습니다.

이상 현상은 점점 잦아지다가 지난주부터 거의 매일 같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진짜 놓아줄 때가 된거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뭔가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를 머리에 생각하고 있는걸 보니 공유기를 버리지 못하는 병이라도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컴퓨터도 못 버리고 기능이 다할 때까지 쓰느라 10대를 다 붙들고 있는 중이네요. 계속 정리해야지 싶어서 이런저런 머리를 굴리다가도 결국 이래저래 다 용도가 있어서 갖고 있는데 이정도면 그냥 물건을 못버리는 성격인건가 싶습니다. 아날로그 시계나 가구 들은 오래되도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IT 기기들은 갖고 있으면 계속 낙후될텐데 말이죠.

물건을 한번 사면 중고로 팔 가치가 없을 때까지 쓰는 성격이긴 하지만, 적어도 오래되서 고장난 것들은 조금씩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공유기는 지난번 공유기에 비하면 고장 판단을 빨리 내리긴 했네요.

덧. 지난 번 글에서도 잠깐 언급하긴 했었지만 오래된 공유기가 사라지면 당장은 무선랜이 없는 데스크탑들이 문제라서 일단 아주 오래전에 이마트에서 샀던 정체불명의 공유기를 같은 목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마트 공유기도 못 버리고 있었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