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넷플릭스 구독에 포함된 Braid iOS 버전을 발견해서 예전 추억을 되살리며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Braid iOS 버전을 처음 아이패드 프로로 실행했을 때 별다른 위화감이 없었습니다. 리마스터 버전이라는 인식이 있긴 했지만 추억 속 모습 그대로였거든요. 아이패드 프로에서 봐도 선명하게 보인다는게 좀 신기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그냥 넘겼습니다.
그런데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오리지널 그래픽과 비교 기능을 써보니 그래픽 해상도부터 오브젝트의 디테일, 주인공 움직임의 애니메이션 등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직접 비교해보면 단순히 해상도를 올린게 아니라 아예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로 그린 수준입니다.
근데 신기한건 처음에 실행했을 때는 뭐가 달라진건지 전혀 몰랐다는겁니다. 원래 게임 그래픽이 이랬다고 생각했거든요. 잘 생각해보면 2008년 게임이고, 그 당시에는 아이패드 프로 같은 고해상도, 고성능의 디스플레이도 없었을건데 원래 게임 그대로였다면 아이패드 프로에서 선명하게 보였을리가 없겠죠. 제 머리속에서 Braid라는 게임의 원래 모습을 추억 보정했던거고 이 리마스터판은 그걸 잘 살려서 만들었던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고전 게임의 리마스터판이라는건 플레이어가 어린 시절했던 게임에 대해 갖고 있는 왜곡된 기억과 추억 보정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달려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했던 게임들은 생각해보면 그 당시 기술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현 세대 게임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그래픽을 갖고 있었죠.
어릴 땐 제 상상력이 부족한 그래픽을 보충해 액션 블록버스터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현 세대 게임들을 접하면서 이 때의 기억이 왜곡이 되고 자동으로 추억 보정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나중에 에뮬로 예전에 플레이했던 게임을 접하게 되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죠.
그래서 고전 게임의 리마스터판이라는건 이런 추억 보정을 잘 살려서 게임으로 만드는데 의의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릴 때 부족한 그래픽을 매꿔줬던 상상력,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생긴 추억보정. 이 두가지를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가 핵심인거죠.
그걸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리마스터 버전 사례는 1989년에 출시된 원더보이3의 리마스터판입니다.


이건 리마스터가 아니라 재창조 수준이긴 하지만, 분명 게임 자체는 동일합니다. 그래픽만 달라졌을 뿐 지형이나 적, 캐릭터의 능력은 원작과 동일하거든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쓸모 없어진 요소에 대한 부분을 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예전 게임은 세이브 기능이 없어서 저런 암호 기능이 필요했지만 리마스터 판의 돼지는 별 다른 기능이 없습니다.
이건 Braid와 달리 누구나 한 눈에 봐도 확 달라졌구나하는게 느껴지지만 분명 누군가의 상상과 추억 속에서는 저런 모습이었겠죠?
덧. Braid 리마스터판의 경우 단순히 그래픽을 새로 그리는 것 뿐 아니라 전작에서 모호했던 상징과 비유를 좀 더 드러내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예전 버전의 경우 남자 왼쪽에 앉아 있는 팔만 보이는 사람의 성별이 불분명했고 의도도 불분명했지만, 리마스터판의 경우 어깨의 장식을 통해 이 사람이 여성이고 공주라는걸 좀 더 잘 표현했습니다. 또 원작과 달리 술잔을 들고 있어서 인물의 의도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죠.
또한 창 밖의 배경도 좀 더 불타는 것처럼 강조해 그렸습니다. 이것도 게임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비유죠. 단순히 그래픽만 다시 그린게 아니라 모호했던 상징들을 명확하게 보여주려고 했다는게 눈에 띕니다.